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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시사현장 사회

임수경, 북조선으로 가서 살아라

 
 
 
"수경아, 쫄지 마! 씨바!"
 
국회의원이 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은 임수경이 반민주적인 폭거를 자행했다는 뉴스는 참 당혹스럽다. 임수경과 그 주변 인사들의 민주화에 대한 정의가 나와는 달랐던 것인가?
 
보도되고 있는 임수경의 언동은 취중실수라기보다는 취중진담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담긴 메시지가 너무도 명백하다. 그의 언행을 놓고 아무리 분해하고 조립을 해도 그를 변호할 단서를 찾아낼 수 없다. "고로 임수경 너는 종북이야"로 귀결되는 데 전혀 무리가 없고 오히려 그러지 않는 게 이상하게 받아들여져야 마땅하다고 느껴질 지경이다. 심지어는 '말꼬투리 잡고 오버하지 말라'는 말조차도 할 수 없다.
 
지금의 상황에서 만약 임수경을 편들어주어야 한다면 "임수경, 쫄지 마! 씨바!"라는 이 미련한 한마디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한데 신기하게도 이와 유사한 말을 했던 자가 있었다. 한 일간지 논설위원을 하고 있다는 고종석이란 자다. 하지만 이 자는 달랑 이 한마디만 했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고작 그 말을 하기 위해서 구차하게 삼류 찌라시 소설 한편을 써제낄 필요까지는 없었다. 이 작자들은 조중동 기자들이 소설 쓴다며 욕을 입에 달고 살지만 기실은 자기네들이 삼류 찌라시 수준의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을 맹종자들에게 은폐하기 위해서 이런 식의 가당찮은 언행을 일삼는 것일 거다.
 
고종석, 이 자도 황상민처럼 궁예의 관심법을 터득해서 연마해 왔던 것인가? 고종석은 백요셉씨의 말을 들은 임수경은 "'이 자식이 내가 여자라구 개기는구나' 하고 감 잡았던 것"이라고 단정짓는데 그 상상력의 비루함은 접어두고 한껏 잘난 체하는 꼬락서니야말로 정말 가관이다. 백요셈을 "외국 이름 가진 친구"라 호칭하며 비하하는 고종석이란 친구야말로 제노포비아에 쩔어 있는 편협한 인간이 아닌가?
 
요즘은 소나 개나 다 시사평론가다 뭐다 타이틀을 달고 젠 체하며 돌아다니는데 일간지 논설위원도 그런 정도의 수준이면 딸 수 있는 타이틀인 모양이다. 팩트는 아예 휴지통에 쳐박아버리고 편협하고 비루한 상상력을 동원해 최소한의 기본적인 논리적 틀조차도 갖추지 못한 유아적인 수준의 허섭스레기를 써도 논설위원으로 행세할 수 있다니 말이다.
 
일부에서는 의도적인 접근이다 뭐다 떠들면서 녹취록을 공개하라는 저열한 말까지도 나오는데 임수경을 돕고 싶다면 그런 말들은 그냥 술자리에서나 하는 게 나을 거다. 만에 하나 의도적이었다 해도 임수경의 폭거는 더 부각되고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에 대한 의문은 더 키울 뿐이다. 백요셉에게 의도가 있었냐 아니냐로 몰아가는 것은 이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이건 피장파장의 오류를 적용할 수도 없고 그러한 억지로 피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식으로 백요셉에 대한 인신공격을 시작하면 임수경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되돌아가는 결과로 이어져 임수경은 더 큰 내상을 입게 될 것이다.
 
그런 비열한 공격으로 인해 막다른 곳에 몰린 당사자가 혹여라도 녹취록을 공개해버리기라도 하면 그 땐 대체 어쩔 생각인가? 알려지고 있는 육두문자 중에서 단 한마디라도 임수경의 생생한 육성으로 듣게 됐을 때의 그 충격을 감당해낼 자신들은 있는가? 아예 임수경을 사회적으로 매장시켜버릴 요량이라면 녹취록 공개라는 막다른 곳까지 가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북으로 가라'는 진중권의 망발

 
진중권이란 한 트위터리안은 임수경 폭거 사건이 알려진 직후에 백요셉은 북한으로 가라고 망발을 했던 모양이다. 그 망발에 대해 사과하라는 트윗이 보여서 검색을 해봤는데 검색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최초의 트윗은 삭제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한데 진씨가 그예 북으로 가라는 망발로 결론을 냈다. 매번 반복되는 진씨의 망동을 접할 때면 언제나 뜨악하다.
 
떠도는 트윗을 몇개 보니 이런 말도 하지 마라 저런 말도 하지 마라며 일방적으로 한국 사회에의 적응을 강요하고 그리 못하겠다면 북한으로 가라는 얘기 같다. 진씨의 이러한 논거는 진씨의 독단적인 해석에 기반한 자유민주란 잣대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으로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저런 발상에다가 국가나 민족만 끼워넣으면 바로 전체주의로 발전하는 것이다.
 
'쇼생크 탈출'인가에서 모건 프리먼이 가석방으로 출소해서 점원으로 취직을 하게 되는데 누가 강요하거나 감시하는 것이 아님에도 화장실에 갈 때마다 점주에게 허락을 받고 간다. 이에 점주가 불러서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다. 모건 프리먼은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고쳐지지 않는다고 한탄하면서 현실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여기서 만약 점주가 '화장실 간다는 허락 일일이 구하지 말고 그렇게 하지 못하겠거든 감옥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면 어떤가?
 
진씨의 주장은 이처럼 터무니없는 것이다. 목숨을 담보로 강을 건너는, 강을 건넌다고 바로 한국으로 들어올 수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확실성에 몸을 던져야하는,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슬픔을 감내하면서도 강을 건널 수밖에 없는 탈북자들의 심정을 직접 체험한 당사자들 이외의 타인들이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한데 인두겁을 쓰고 탈북자들을 향해 북으로 돌아가라는 망발을 거리낌없이 뇌까릴 수 있는 인간은 아마도 진중권과 그 주변 인사들밖에 없을 거다.
 
탈북자는 진씨처럼 그들에 대한 우월의식에서 일방적으로 적응을 강요하고 못하겠으면 돌아가라고 공격할 대상이 아니라 그들의 언어습관이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대상이다. 한데 그들의 언어습관 중 일부를 꼬투리 잡아 정치적 목적으로 공격하고 나서는 것은 굉장히 졸렬하고 야비한 짓이다. 한 민족인 탈북자를 한국인도 아니고 북한인도 아닌 이방인으로 살아가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좌파적 가치인가?
 
진씨의 논거 대로라면 "임수경, 북조선으로 가서 살아라"로 귀결된다. 사람은 자기가 정상적이라 추종하는 사회에서 살아야 된다는 것 아니겠나? 비정상적인 사회라 판단해서 탈출한 탈북자들을 변절자라 규정 짓고 분노할 게 아니라 자기가 북한에 가서 살면서 탈북자들을 변절자라 욕하는 게 맞다. 정황상으로 보아도 이게 정상적이다. 북한 정권이 내세우는 주의나 주장을 맹종하는 발언을 일삼는 자들에게는 진씨의 논거 대로 '북한으로 가서 살라'고 일축해버려도 무방할 것이다. 진씨가 임수경을 어떻게든 변호해보려는 취지는 짐작이 되나 그러기 위해 너무 많은 오류를 동원해 무리한 언사를 남발하고 있다.
 
임수경, 자신이 갖고 있는 상징성과 가치를 재고해야 한다
 
'통일의 꽃'. 한국 현대사를 기술할 때 임수경을 뺄 수는 없을 것이다. 한데 임수경은 자신이 갖고 있는 상징성과 가치를 매우 편협한 범위로 한정하고 있는 듯하다. 결국 개인적인 신념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겠으나 이젠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었으니 임수경이 이에 대해서 재고해보고 자신의 역할을 재정립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름도 생소했던 임수경이 입북했다는 소식은 당시로서는 꽤 충격적이었다. 역사의 물줄기는 늘 이처럼 의외의 변수에서 바뀌어오지 않았던가. 한데 북한은 필사적으로 체제를 유지해야 되는 워낙 폐쇄적인 국가인데다 한국 정부도 체제의 전복을 목표로 삼는 주사파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만은 없었던 이유가 겹쳐 기대는 기대로 접어둬야 했지만.

 
임수경으로서야 한국 체제를 전복해서 북한과 같은 고려연방공화국을 건설하겠다는 당시 주사파의 신념으로 무장해 입북했던 것이었겠지만 정작 임수경의 상징성과 가치는 남북한의 금기를 모두 깨뜨림으로써 남북한 정권 모두를 멘붕 상태로 만들어버렸다는 데에 있었다.
 
임수경의 북한에서의 행적 중에 가장 상징적인 것으로 나는 임수경이 김일성이 친히 하사한 선물인 ‘숄’을 자리에 그대로 놔둔 채 숙소로 돌아갔다는 것을 꼽는다. 북한이 어떤 사회인가? 최고 존엄인 김일성의 사진이 실린 신문을 구기기만 해도 처벌되는 사회가 아니던가? 한데 김일성이 친히 하사한 선물을 그 자리에 두고 가버렸으니 북한 권력자들의 안색이 어떠했을지 가히 짐작할 만하다. 문제는 이게 전혀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는 것으로 북한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거였다는 데에 있다.
 
임수경은 판문점을 통해 입국하겠다고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단식투쟁을 벌인 끝에 입국한 문규현 신부와 함께 기어이 판문점으로 돌아왔다. 한국 기관원들 앞에 삐딱하게 서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보무도 당당하게 판문점을 통과한 최초의 민간인이 된 순간이었다.
 
임수경의 상징성과 가치는 그의 의도와는 달랐을지 몰라도 이처럼 남북한이 각각 경색될 수밖에 없는 부분을 깨뜨려버렸다는 데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한데 이번 사건을 보면 임수경이 되려 편협하고 경직되어 있는 것으로 보여 남북관계에서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낼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편협한 이념에서 벗어나 유연한 태도로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 재고해보고 자신의 역할을 재정립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번 사건만 해도 그런 반민주적인 폭거로 이어져야 했을 이유가 없는 것으로서 현재의 임수경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가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언론 보도를 보면 임수경은 백요셉과는 구면으로서 탈북자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한데 탈북자와 사진을 찍었다 해서 강제로 사진을 삭제해야 할 정도로 임수경에게 피해가 갈 일이 대체 뭐가 있는지 의문이다.
 
굳이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면 '통일의 꽃'이란 상징성을 가진 임수경이 탈북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 어떤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데 이건 한국에서는 큰 의미가 없고 오히려 임수경에겐 이득으로 작용하는 것이니 별 문제가 없다. 다만 탈북자 문제에 민감한 북한으로서는 불편해할 수도 있는 정황이 되는 셈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 사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말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충분했던 것이고 북한에게도 한국 사회의 특성을 이해시키면 될 듯한데 북한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로는 불가능하다는 얘긴가?
 

 
한데 임수경의 언동이 이처럼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이성적인 판단하에 나왔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기에 애써 이러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없겠다. "아예 술을 끊겠습니다"라고 눙치며 취중에 실수한 해프닝으로 넘어가면 되지 않겠나라는 말을 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언동에 담긴 메시지가 명백한데다 속된 표현을 쓰자면 순간적으로 '꼭지가 돌아' 마구 쏘아붙인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임수경을 변호할 단서를 애써 찾아내야 한다면 임수경은 탈북자 전체를 변절자라고 했다기보다는 탈북자들 중에서 '대한민국에 와서 입 닥치고 조용히 사는' 탈북자를 제외한 '하태경하고 북한인권인지 뭔지 하는 이상한 짓 하고 있는' 탈북자에 한정해서 변절자로 지칭했다는 정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데 이것도 '그래서 더 종북자다'라는 결론으로 가기에 충분하므로 별로 의미는 없다. 더군다가 해당 업소 주인에게 "탈북자새끼들 왜 받아. 받지 말라니까"라는 말까지도 했다지 않나.
 
임수경이 서둘러 사과를 한 것으로 미루어보면 당시에 임수경이 그러한 말을 했던 것은 사실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한데 당해 사건에 한정해서 진솔한 사과를 했었다면 문제가 이렇게까지 커졌을까 의문이다. 공연히 하태경을 끌어들임으로써 논란을 비껴가려는 꼼수를 썼다가 정당간의 문제가 돼버렸고 일부 민통당 의원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더해짐으로써 온통 종북 천지가 될 정도로 문제가 커져버렸다.
 
임수경을 변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한데 '임수경은 종북이다'라는 관점에서는 아니다. 아무리 취중이라 하나 그리 쉽게 이성을 잃고, '근본도 없는' 따위의 구시대적 권위의식과 특권의식이 배어 있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이해도 부족하고, 상대방의 발언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과 사태에 대한 인식 능력도 부족하다. 해서 그가 과연 국회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그 자질에 의문을 갖기 때문이다.
 
통진당 사태로부터 촉발된 종북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급기야 "옛날에 천주교가 들어와 사화를 겪으며 십자가를 밟고 가게 한 적이 있지 않는가"라며 그런 식으로 종북의원을 가려내야 한다는 극단적인 얘기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종북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고 보지만 이렇게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면 나는 임수경에게 "임수경, 쫄지 마!"라고 말을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