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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즐겨라' 유상철의 유쾌한 굴욕

   
   
   
'오늘을 즐겨라 - 제 7 장 축구를 즐겨라'는 U-20 여자 축구 대표팀과 400m 계주 경기와 7 대 7 축구 경기를 벌이는 에피소드가 방송되었다. 이 날 방송에서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유상철이 출연했는데 유상철은 직접 '오늘을 즐겨라(오즐)'팀의 선수로 출전해서 U-20 여자 축수 선수들과 경기를 하던 중에 엄청난 굴욕을 당하면서 방송을 더욱 유쾌하게 만들었다.

U-20 여자 축구 대표팀은 유상철까지 가세한 '오즐'팀에게 기술 뿐만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고 경기 결과도 역시 완승이었다. U-20 여자 축구 대표팀이 거둔 세계 대회 3위의 결과가 단순히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던 것 같다. 비록 은퇴하고 나이는 들었다고는 하나 썩어도 준치인 유상철을 패싱게임으로 따돌리는 장면은 압권이었고 그 외에도 공간을 활용하는 날카로운 패스는 물론 공격이 막힐수록 다양한 공격작업을 통한 공격축구로 끝없이 압박하는 등 U-20 여자 축구 대표팀의 실력을 덤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유쾌한 방송이었다.

'오즐'팀의 감독으로 긴급영입된 유상철이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고 그라운드에 섰을 때부터 사실은 조짐이 썩 좋지는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오즐'팀에 부상당한 멤버들이 많은 관계로 유상철이 어쩔 수 없이 '오즐'팀 선수로 뛰게 되면서 불길한 예감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몸을 풀기 위해 운동장에 선 유상철은 바로 앞에서 서지석이 멋진 논스톱 슛을 날리는 것을 보고 따라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하면서 망신을 당했다. 그러나 이 때는 유상철의 굴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일 뿐이었다.



감독으로서 특별히 기대하는 선수가 있느냐는 김성주의 질문에 서지석 선수를 '지석진 선수'라고 부르면서 서지석으로부터 '월드컵을 응원했지만 유상철 골 넣는 걸 못봤다'는 힐난을 들어야했다. 유상철로부터 지석진이라 불리는 굴욕을 당했던 서지석은 이번에는 경기중에 골을 넣고도 해설하던 김성주로부터 '김지석'이라 불리는 굴욕을 당하며 큰 웃음을 주었다. '지석진도 아니고 김지석도 아닌 서지석 선수가 한 골을 넣었다'고 수습하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유상철은 경기가 시작되고 '오즐'팀의 수비진을 든든하게 이끌며 공격에도 가담해서 골포스트를 맞히는 강슛을 날렸고 여자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가로채기에 의한 역습으로 공형진의 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예전의 실력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여자 대표팀 선수들에게 볼을 뺏기고 패싱게임에 말려 우왕좌왕하며 체면을 구겼다.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유상철을 갖고 놀듯 패싱게임으로 따돌렸다. 유상철은 전반전 20분을 마치고 녹다운이 되어 그라운드에 대자로 누워버릴 정도로 열심히 뛰었지만 역시 나이는 못속인다는 말이 맞다.

후반전에 들어서 유상철은 마치 2002년 월드컵 폴란드전을 연상시키는 벼락 슛으로 골을 터뜨리며 그나마 체면을 살리는 듯했으나 이 골은 유상철의 엄청난 굴욕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말았다. 서지석이 패스한 공을 김현철이 놓침으로써 유상철에게 패스하는 형국이 되었는데 이 공을 치고 올라가던 유상철은 여자 대표팀의 협력 수비에 막혀 넘어지고 만다. 다행히 심판이 반칙을 선언함으로써 대망신은 면했는데 유상철은 그라운드에 나뒹굴어 엄살을 부리는 시늉을 하며 웃음을 주었다.



유상철은 지소연에게 계속 볼을 뺏기며 체면을 구겼는데 그라운드에 나뒹굴어 속옷이 드러나는 참담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 후 지소연을 앞에 두고 일대일 돌파를 시도하다가 볼을 뺏기고는 지소연의 옷을 잡아 당기는 반칙을 하기도 했고 반칙을 선언한 심판에게 항의하다가 경고까지 받고는 고개를 떨어뜨려야 하는 굴욕을 자초했다. 그리고 신장 184인 유상철은 신장 167인 여자 선수와의 공중볼 다툼에서도 지면서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유상철이 비록 은퇴했고 나이는 들었지만 전후반 40분 경기를 하면서 이렇게까지 지쳤던 데는 '오즐'팀의 여타 선수들이 지쳐서 잘 움직이지 않았던 이유가 컸다. 후반전 '오즐'팀에서는 거의 유상철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많았다. 또한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났고 유상철의 돌파를 허용하지 않은 지소연 선수의 영리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유상철 선수의 굴욕이 유쾌했던 건 여자 후배 대표 선수들을 맞아 최선을 다해서 경기했고 그들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주었고 시청자들에게는 즐거움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오즐'팀 선수들은 여자 대표팀 선수를 업어주었는데 파란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오즐'팀이 빨간 줄무늬 유니폼의 여자 대표팀 선수를 업고 나니 경기장은 태극물결이나 마찬가지였다. 유상철이 대표팀 주장인 김혜리를 업음으로써 사이좋은 태극 남매의 광경이 되었다. 여자 축구 대표팀과 축구해서 진짜 행복했고 영광이었다는 신현준의 말처럼 여자 축구 대표팀의 경기를 편안하게 볼 수 있었고 덤으로 유상철의 유쾌한 굴욕까지 볼 수 있어서 참 즐겁게 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다.



내가 여자축구 대표팀 경기를 처음 본 것은 90년대 말 한일 여자축구 경기를 보았을 때였는데 어느새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의 실력이 패싱게임이 가능할 정도로 성장해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대한민국 여자 축구 대표팀 파이팅.

'오늘을 즐겨라'는 또 언제 시작된 프로그램인지 모르겠는데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찾고 안정되어 가는 듯하던 오빠밴드를 급하게 폐지한 것에서부터 프로그램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 같다. '급히 먹는 떡이 쉬 체한다'고 너무 단기간에 많은 효과를 내려는 조급증이 문제인 것 같다. '오늘을 즐겨라'는 아직 정체성을 잘 몰라 뭐라 말하기는 어려운데 프로그램의 주제를 단순히 오늘만 즐기고 끝내자가 아니라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재충전으로 오늘을 의미있게 즐겨라로 바꾸어 멋과 풍류를 더한다면 더 나은 아이디어가 나올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MBC 모든 프로그램의 고질병처럼 느껴지는 잦은 반복과 클로즈업을 남발하는 것은 좀 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