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수상한 삼형제'가 국민드라마? 이래서 막장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서 김건강으로 출연하고 있는 안내상씨가 한 인터뷰에서 '시청률 40%대가 나오면 막장드라마가 아니라 국민드라마'라고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시청률만 높으면 국민드라마라고 해야 한다는 안내상씨의 의견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의 개인적인 소망이라면 모르겠으나 인터뷰를 빌어 공개적으로 밝힐만한 가치가 있는 의견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어떤게 막장드라마이고 어떤게 국민드라마인지에 대해 객관적인 정의나 기준은 없다. 마찬가지로 시청률만 높다면 다른건 다 무시해버리고 국민드라마라고 해야 한다는 것 또한 없다. 현재로서는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어떻게 평가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막장드라마 또는 국민드라마로 구분되어진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시청률이 30~40%가 넘는다면 막장드라마라는 논란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와 정서를 무시하고 시청률만 높게 나온다면 국민드라마라고 정의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시청자들의 정서와 평가를 무시한 채 단지 시청률만 예로 들면서 국민드라마라고 호칭해야 한다는 의견은 존재할 가치가 전혀 없으며 이것은 드라마를 시청하는 모든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것이고 나아가서 국민들을 무시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수상한 삼형제' 홈페이지 이미지 인용)

그럼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중에 국민드라마라고 인정해주며 시청하는 시청자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시청자들이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를 시청하는데에는 제각각이고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를 국민드라마라고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가 막장드라마인 이유는 매회마다 리뷰를 써도 이런 글을 몇 개는 써야 할 정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도 많다. 하지만 여기서는 안내상씨가 출연하는 부분 중에서 대표적으로 예로 들어서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가 왜 막장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려고 한다.

최근에 안내상씨의 극중 역할인 김건강은 하행선의 존재를 알게 되는데 엄청난과 종남을 지키겠다며 하행선을 상대로 싸움을 시작하고 하행선에게 다시는 자기들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한다. 하행선은 엄청난의 전 동거남이고 종남의 친부로서 교도소에서 출감한 상태인데 하행선은 출감하면 엄청난과 종남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 힘든 수감생활을 버텨왔다. 김건강이 엄청난과 결혼을 했고 종남을 아들처럼 키우겠노라 다짐했다고 종남의 친부인 하행선을 완전히 부정할 자격이 되는가?

처와 자식이 물건인가?

김현찰의 종용과 김순경이 김건강에게 하는 말을 들은 엄청난은 종남과 함께 행방을 감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건강과 하행선 이 두 '꼴통'(꼴통은 극중에서 하행선이 김건강을 지칭하는 말인데 둘의 행동거지가 오십보백보라 둘 다 꼴통으로 칭하고자 한다)이 내린 결론은 사라진 엄청난을 먼저 찾는 사람이 엄청난과 종남을 갖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깨끗하게 물러나기로 하자는 것이다.

처와 자식이 주인 없는 물건인가? 그래서 먼저 점유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고 소유권을 취득하는 무주물선점(無主物先占, occupancy)의 대상으로 보는 것인가? 아니면 어린 시절 소풍을 가게 되면 늘상 했었던 먼저 찾는 사람이 임자인 보물찾기 게임을 하자는 것인가?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들의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이러한 발상이 이 드라마를 전체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상한 삼형제' 홈페이지 이미지 인용)

김건강이 재혼한 엄청난은 시아버지인 김순경에게 '미스타 김'이라 호칭하며 러브샷을 요청하더니 잔 털기까지 하고 그동안 둘러댔던 거짓말이 하나씩 강도를 높여가며 들통난다. 이대는 근처도 가보지 못했고, 아파트는 있지도 않았고, 빚쟁이가 찾아와 협박 및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고, 처녀는 커녕 숨겨놓은 아들인 종남을 데리고 왔고, 급기야 전 동거남이자 종남의 친부인 하행선까지 나타났다. 친자식은 알려고도 하지 않는 김건강이 엄청난의 숨겨진 아들 종남을 자기 아들로 받아들이고 종남의 친부이자 엄청난의 전 동거남으로부터 지켜내겠다는데 김건강은 정상적인 인간인가?

더 재밌는건 김순경이다. 김순경은 교도소에 있는 하행선을 면회다니며 교도소에서 엄청난 때문에 괴로워하는 하행선을 보았고 하행선이 힘든 수감생활을 버텨내는 유일한 희망이 엄청난과 종남을 다시 만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엄청난의 실체를 알고 난 후에는 하행선을 어떻게든 막아보겠다고 엄청난에게 얘기하고 하행선을 만나 엄청난이 자기 며느리라며 포기하라는 취지의 얘기를 하기도 한다. 김순경의 일련의 언행들은 자식의 행복이 무엇보다 우선인 아버지의 모습이라는 것으로 포장이 가능한가?

이는 극히 일부분만 적시해 놓은 것이며 이 드라마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천박하고 비정상적인 정신상태를 가졌고, 그들의 말과 행동은 시정잡배들보다 더 상스럽고 저급하다. 또한 그들의 모든 언행은 아무런 일관성도 없고 개연성도 없는 억지로 일관하고 있다. 어제는 도둑이라 해놓고 오늘은 경찰이라 하는 격인데 거기엔 아무런 이유가 없다.


('수상한 삼형제' 홈페이지 이미지 인용)

같은 날 '수상한 삼형제' 진형욱 PD도 인터뷰를 했는데 '인간 본성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작가가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 작가는 인간 본성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기보다는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다양한 이유와 어떻게 극을 전개해야 시청자들이 시청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좋게 얘기하면 시청자들의 심리를 역이용하는 것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시청자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것이다.

진형욱 PD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했는데 도대체 이런 비정상적인 인간들만 모여사는 현실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밝혀주었으면 좋겠다. 안내상씨도 '너무 실생활과 가까운 불편한 이야기를 건들기 때문에 막장 드라마란 평가가 있다'고 했는데 이렇게 비정상적인 실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어디에 모여살고 있는지 정말로 궁금하다. 시청자들이 막장드라마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드라마의 내용이 불편한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다.

안내상씨의 인터뷰에 링크된 기사를 따라가보니 예전에 인터뷰한 기사가 있던데 "'수상한 삼형제'가 '솔약국집 아들들'보다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고 한다. 안내상씨는 지금도 이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수상한 삼형제'는 '솔약국집 아들들'과 비교하는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수준이 낮은 막장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