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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미디어와 언론

'승승장구' 김승우의 뒷담화, 비겁하다

상상플러스 후속 프로그램인 '승승장구'의 '진행자들 가운데 하나'인 김승우의 인터뷰 기사를 조선닷컴에서 읽었다. 김승우는 인터뷰에서 '폭로 토크쇼는 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무릎팍 도사를 폭로 토크쇼의 전형인 것처럼 언급했다. 김승우의 인터뷰 기사만 놓고 본다면 김승우의 발언은 요즘 방송에서 밀고 있는 '꽁승우'라는 별명처럼 무릎팍 도사 프로그램 녹화 과정에서 어떤 불만을 가졌던데 대한 옹졸하고 소심한 복수라기보다는 상당히 경솔하고 비겁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김승우 본인이 어떤 가치관과 기준을 갖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든 그것은 김승우 본인의 자유다. 즉 김승우가 그의 말대로 따뜻한 토크쇼로 진행하든 독한 폭로 토크쇼로 진행하든 김승우가 알아서 할 일인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대한 선택과 평가는 시청자들의 몫이다. 어떤 프로그램에 대해서 감동이나 재미가 있는가의 여부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들이 하는 것인데 다른 경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자가 나서서 특정 프로그램을 지칭해서 시청해봐야 남는게 있느니 없느니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김승우가 무릎팍 도사를 녹화하던 당시에 어떤 상황이 있었고 어떤 불만이 생겼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못하겠다. 카메라 꺼 달라'고 말을 했을 정도였다면 그 당시에 녹화를 중단하고 방송을 중지했어야 했다. 그런데 방송된지 1년여동안 아무 말도 없다가 토크쇼 진행자가 된 지금에 와서 녹화 후일담을 폭로하면서 경쟁프로그램인 무릎팍 도사를 폭로 토크쇼라고 단정해서 언급한 것은 비겁한 태도다. 폭로 없는 '따뜻한 토크쇼'를 하겠다는 당사자가 도리어 독하디 독한 폭로를 한 셈이다.


('제목 따로 미끼 따로'. 기사의 제목은 "저도 재미있는 사람… 사석에선 유명해요" 조선닷컵 캡쳐 사진)

내 기억으로는 김승우가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서 어떤 대단한 폭로를 했던 것 같지는 않고 별 내용도 없었던 것 같다. 기억나는 것은 '장군의 아들 쌍칼역을 연기했던 것은 김승우 본인이 봐도 어색하다'는 자기고백 정도밖에 없다. 김승우 본인은 현재 연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는지 모르나 시청자로서 보기에 김승우의 연기는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별로 없다. 현재 김승우의 인기는 드라마 아이리스의 인기와 연관이 있을텐데 그것은 드라마 아이리스의 인기인 것이지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김승우의 연기력이 뛰어났던데서 생긴 인기는 아니다.

어찌됐든 토크쇼 진행자가 되자 김승우가 자신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인 무릎팍 도사를 걸고 넘어진 것은 대단히 비겁하다. 동시간대 경쟁프로그램인 '강심장'이 아니라 무릎팍 도사인 이유는 당시 프로그램 녹화과정에서 생긴 불만을 표출하려는 소심한 의도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토크쇼 진행을 맡은 자가 동시간대는 아니라도 경쟁관계일 수도 있는 프로그램을 '보고 나도 남는 게 없는 토크쇼'라고 공식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토크쇼 진행자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

'무릎팍 도사'는 폭로 토크쇼인가?

김승우가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던 적은 있지만 무릎팍 도사란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는 것 같다. 무릎팍 도사는 폭로를 무기로 삼는 저질 토크쇼가 아니다. 물론 민감한 루머를 회피하지 않고 다루지만 그것은 출연자에게 그 루머에 대해서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출연자의 인간적인 모습을 조명하려는 것이지 그를 통해서 또 다른 루머를 폭로하는 저질 토크쇼와는 거리가 멀다.

무릎팍 도사에는 이순재, 나문희, 윤여정 등 대배우들의 진솔함이 있고, 무릎팍 도사들을 데리고 '다가다가' '움짜움짜'하면서 즉흥연주를 하던 장한나의 열정이 있고, 안철수의 조용하지만 강한 철학이 있다. 출연자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과의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무릎팍 도사는 고품격 토크쇼다. 무릎팍 도사를 '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폭로 토크쇼'라고 공언하는 것은 여기에 출연했던 출연자들을 모욕하는 것이고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연기력만 놓고 본다면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던 이순재와 나문희 그리고 윤여정 등 대배우들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수준인 김승우가 감히 그들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을 편협한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교만하다.

'따뜻한 토크쇼'는 짜고 치는 고스톱

김승우는 '게스트는 토크쇼를 빛내주러 온 사람'이라고 했는데 게스트는 토크쇼를 빛내주러 나오는게 아니라 시청자들과 소통하러 나와야 한다. 시청자들과 소통한다면 해당 토크쇼가 빛나게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토크쇼는 빛을 잃는다. 즉 게스트가 토크쇼를 빛내주는게 아니라 토크쇼를 빛내주는건 바로 시청자다. 미리 진행자가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된다고 선을 그어두고는 이미 모범답안이 나와 있는 질문들만 골라서 한다는 그 발상이 바로 '시청자는 보기만 하고 스타는 말하는 짜고 치는 지루한 일방통행식 토크쇼'다. 게스트와 시청자가 함께 어우러져 소통하지 못하는 이런 식의 김승우가 말하는 따뜻한 토크쇼는 바로 식상함으로 연결되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된다.

게스트가 어떤 방식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하든 그것은 게스트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지 진행자가 나서서 반칙이니 뭐니 선을 그을 일이 아니다. 그리고 반칙은 오히려 김승우가 했다. 자신이 출연했던 적이 있는 프로그램의 녹화 후일담을 토크쇼 진행자가 된 후에 폭로하는 그것이 바로 반칙인 것이지 게스트의 선택에 의해 '요즘 예능 프로에선 5년 전에 사귄 애인 얘기들까지 마구 하는' 것이 반칙은 아니다. 다른 프로그램을 비하해서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인지도를 높이려 하는 것은 공정경쟁의 룰마저도 어긴 비겁한 짓이다.

내가 '승승장구'를 시청하지 않는 건

상상플러스를 매주 챙겨보던 시청자였던 나는 해당 프로그램이 폐지된 것이 아쉬웠던만큼 후속 프로그램인 '승승장구'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태연과 최화정이 보조 MC로 출연한다는 것과 최근 절정의 예능감을 보이는 김신영이 출연한다는 것도 '승승장구'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나는 현재 승승장구를 시청하지 않는데 내가 승승장구를 시청하지 않기로 결정한 단 한가지 이유는 바로 김승우가 메인 MC인 '김승우의 승승장구'이기 때문이다.

1회와 2회 방송을 모두 중간에서 채널을 돌려야 했었는데 김승우의 승승장구라 불러주기에 김승우는 메인 MC의 자리가 어색하고 버거워보였고 존재감도 없었으며 유머감각은 뒤떨어진데다 말솜씨나 진행능력마저도 턱없이 모자랐다. 표면적으로 보면 김승우는 승승장구의 메인 MC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메인 MC라 불러주기엔 김승우란 배우는 토크쇼 진행자로서의 능력은 함량 미달이다. 위에서 김승우를 '승승장구의 진행자들 가운데 하나'로 표현하며 평가절하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조선닷컴 해당기사에 삽입된 김승우, 조선닷컴 사진 사용)

김승우는 인터뷰에서 '사석에선 굉장히 재미있는 사람으로 유명하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에 김승우의 유머코드나 유머감각은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고 상당히 고루하다. 술자리에서 잡담하는 경우라면 그런 정도에 웃어 줄 수도 있는 문제겠지만 방송에서 통할만한 정도는 아니다. 이미 웃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을 웃기는 일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쉬운 것이지만 웃어줄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을 웃기는 일은 어렵다. 김승우는 사석에서 이미 웃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줄 수 있는 정도는 되는 것 같으나 그 정도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주위에서도 얼마든지 많이 있다.

이렇게 내가 돌린 채널은 MBC 피디수첩이다. 현재의 승승장구를 시청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다큐멘터리나 '뽀뽀뽀'를 시청하는게 더 낫다는 생각에서 강심장이 아닌 피디수첩을 선택한 것이다. 태연과 최화정의 재치있는 말솜씨를 보지 못하는게 아쉽지만 김승우가 메인 MC인 '김승우'의 승승장구는 더 이상은 시청하고 싶지 않다. '승승장구'란 프로그램을 빠른 시간내에 일정 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김승우를 하차시키는 것이다. 차선책으로는 김승우를 메인 MC가 아닌 '진행자들 가운데 하나'로 격을 낮추어버리는 것이다. 즉 '김승우의 승승장구'가 아닌 '승승장구'여야 한다.


첨(添) ; 2010. 3. 8. 월. 16 : 21

주말에 블로그를 비웠더니 이 글의 추천수와 조회수가 꽤 올라갔었군요.
글을 등록한 날 저녁에 로그아웃할 당시만 해도 그리 높지 않았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던 모양이네요.
글을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