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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미디어와 언론

MBC, 이러다 정말 미친방송 된다

MBC 뉴스데스크가 지난달 28일 '지진 현장에 간 우리 외교관'이라는 제목으로 아이티 지진 참사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119 국제구조대와 현지 도미니카 외교관의 모습을 비교 보도했다. 119 구조대의 열악한 환경과는 달리 안락한 환경에서 근무하는듯한 현지 외교관은 극단적으로 대비되었고 '스스로 여기에서 식사 문제라든지 자기 모든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들만 와줬으면 좋겠다'는 강성주 주 도미니카 대사가 발언은 '구조대가 오는 게 영 탐탁지 않다는 반응'이라고 보도했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고 강 대사의 발언도 임의로 편집해 방송했다는 의혹을 받아왔었는데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 4일만에 결국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런데 MBC의 사과방송을 보면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사과방송의 전문은 강성주 대사의 발언 전달의 불충분함에만 국한되어 있으며 아래에서 보듯이 '결과적으로'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 표현은 강성주 대사의 발언에만 국한한다면 맞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 날 보도된 뉴스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보면 보도된 대부분의 팩트(fact)가 실제와 다르다. 그렇다면 이 '결과적으로'란 표현은 일종의 눈속임이다.



문제가 된 뉴스의 경우는 강성주 대사의 발언만을 임의로 편집함으로 인해서 '결과적으로' 왜곡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들을 모아서 편집함으로써 강성주 대사의 발언이 부정적으로 극대화된 것이다. MBC는 '그밖에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지만 사실을 확인하는데 시일이 오래 걸린다는 부분이나 사과방송의 내용을 강성주 대사의 발언 전달에만 맞춘 부분들은 납득하기 어려운데 이것은 MBC의 어떤 의도를 추정하게 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사과방송은 강성주 대사의 발언 전달에 충실하지 못한 것 뿐만아니라 알려지고 있는 바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사실의 전달에 충실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 사과방송은 뉴스 전체에 대한 사과방송으로 바뀌었어야 하고 '결과적으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라고 해야 맞다. 그리고 왜 이런 악의적이라고 할만큼의 작위적인 보도가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진상조사를 해서 밝혀야 할 것이다. 그것이 MBC를 지지하고 뉴스데스크를 지지해왔던 시청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뉴스는 사실(fact)을 전달하는 것이고 그 사실이 뉴스의 신뢰를 담보하는 것이므로 사실은 곧 그 뉴스의 생명이다. 이미 팩트가 틀렸다면 그 뉴스는 죽어버렸다는 것이고 거기에 덧붙여지는 주관과 논조는 '죽은 자식 나이 세기(亡子計齒)'격이고 쓸모없는 허섭스레기에 불과하다. 주관과 논조는 철저히 확인된 사실에 바탕해야 의미가 있다. 근래의 MBC 뉴스를 보면 취재가 불충분하거나 관점이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경우가 눈에 띄어 불편할때가 있다.

이제 겨우 PD 수첩이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아놓은 이 시점에서 왜 하필이면 PD 수첩이 의심받고 있는 것과 유사한 유형의 논란거리를 제공하게 하는 뉴스를 간판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를 통해서 내보내 심각한 오류 방송 논란에 휘말렸는지 유감천만한 일이다.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미친 방송'을 외치던 일단의 사람들에겐 정말로 MBC는 미친방송이라 각인되어질 것이고 중간영역의 확신이 없던 사람들도 차츰 'MBC 미친 방송'이란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이런 무리수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하면 다대수의 사람들에게 MBC가 정말로 미친방송으로 인식되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것이 바로 신뢰의 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