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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미디어와 언론

'VJ 특공대' 거짓 연출 의혹, 오보? 입장 차이?

'VJ특공대'는 지난 10월30일 '대한민국 0.1%를 잡아라!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마케팅'편에서 초우량 고객을 잡기 위한 업계의 마케팅 전략을 소개했다. 이 날 방송에서는 연간 구매실적 3000만원이 넘는 VVIP 고객의 요청에 따라 백화점 소속 퍼스널 쇼퍼가 직접 쇼핑에 나서는 장면이 소개됐고 'VVIP덕분에 새로운 직업까지 탄생했다'는 멘트를 했었다.

그런데 조선닷컴이 24일 'VJ 특공대'에 대한 거짓 연출 의혹을 제기했다.

기사를 읽어 보면 연출된 장면인 것은 맞는 것 같은데 거짓을 연출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방송이 거짓을 연출했다고 하려면 두 가지를 명확히 해야 될 것 같다.

첫째는, A 백화점에 퍼스널 쇼퍼(Personal Shopper) 제도가 존재하는가.

A 백화점 관계자는 "간혹 연세가 많은 VIP고객 중에 'OO브랜드의 △△가방 좀 사다 주세요'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부분에서 VJ특공대와 백화점의 입장 차이가 나온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당시 방송을 맡았던 'VJ특공대'의 외주제작사 H업체 관계자는 "촬영협조가 가능하다고 밝힌 백화점 서비스 중에 퍼스널 쇼퍼 제도가 있었다" 며 "이벤트 기간에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제도라고 했기 때문에 연출을 부탁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다른 미디어의 기사에는 "해당 백화점에는 엄연히 퍼스널 쇼퍼 룸이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한다.

둘째는, 당일 방송에 출연했던 퍼스널 쇼퍼가 실제 매장 판매에 관여하는 퍼스널 쇼퍼가 맞고 VVIP고객으로 등장한 남성이 실제 백화점 고객이 맞는가.

A 백화점 관계자는 방송에 등장한 퍼스널 쇼퍼는 백화점 마케팅팀의 일반 직원일 뿐 매장 판매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VVIP고객으로 등장한 남성이 실제 백화점 고객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방송을 맡았던 'VJ특공대'의 외주제작사 H업체 관계자는 퍼스널 쇼퍼와 VVIP고객으로 출연한 남성 모두 백화점측에서 섭외한 사람이기 때문에 퍼스널 쇼퍼가 백화점 일반 직원인지 몰랐고 VVIP고객으로 출연한 남성이 진짜 백화점 고객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고 한다.

여기에 KBS 관계자는 "백화점 내에 퍼스널 쇼퍼제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촬영을 진행한 것"이라며 "촬영 당시 퍼스널쇼퍼나 VVIP 고객에 대한 확인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퍼스널쇼퍼나 손님들은 백화점에서 소개해준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양쪽의 주장을 정리하면 A 백화점에는 '정식으로' 퍼스널 쇼퍼 제도가 도입된 적은 없지만 퍼스널 쇼퍼 제도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제작사나 KBS는 방송에 출연한 퍼스널 쇼퍼와 VVIP고객 섭외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조선닷컴에 따르면 A 백화점 관계자는 "촬영당시 제작진으로부터 퍼스널 쇼퍼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연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고 하는데 'VJ특공대'의 외주제작사 H업체 관계자는 "백화점 관계자는 '연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고 "관련 보도는 사실과 다른 명백한 오보"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단순한 오보인가, 의도된 오보인가

이 날은 김인규 KBS 신임사장이 첫 출근을 하던 날이었다. 김인규 사장은 그 날 오후에 취임식은 마쳤지만 첫 출근 시도가 노조원들의 저지에 막혔는데 그 시점에 이 기사가 올라 왔다.

조선닷컴의 이 기사는 취재기자가 취재과정에서 생긴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낸 의혹 수준의 기사로 보인다. 그런데 거짓 연출 의혹이라며 '거짓'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미루어보면 다소 악의적인 의도도 있어 보인다.

'VJ특공대'의 외주제작사 H업체 관계자가 주장한 것처럼 "관련 보도는 사실과 다른 명백한 오보"라고 한다면 왜 이 시점에서 이런 기사를 올렸는지 궁금하다.

김인규 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약화시키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대한민국 0.1%의 VVIP 고객의 압력으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단순히 오비이락(烏飛梨落)인가.

조선닷컴의 이 기사는 오보인가도 반드시 밝혀져야 되겠지만 단순한 오보인지 의도된 오보인지도 밝혀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