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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예능' KBS 천하통일 가능할까?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 KBS의 강세가 심상찮다. 이대로 가다가는 KBS가 주말 예능을 독식하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토요일엔 MBC '무한도전'이 여전히 대세이긴하나 안심하기엔 '천하무적 야구단'의 약진이 만만치 않고 일요일엔 SBS '패밀리가 떴다'가 있지만 역시 KBS '남자의 자격'이 꾸준히 추격해오고 있다. 거기에 주말 예능의 절대강자 '1박 2일'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고 금요일 밤에 방송되는 '청춘불패'가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일밤 코너를 일거에 정리하는 초강수를 둔 MBC가 '간'보기 프로그램으로 시간벌기를 하면서 '쌀집아저씨'가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지만 '패떴'과 '1박 2일'의 아성을 얼마나 무너뜨릴 수 있을지 낙관하기는 힘들다.


천하무적 야구단



토요일 방송되는 '천하무적 야구단'. 소위 '간'보기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것 같다고 생각했던 프로그램인데 어느새 고정팬들을 많이 확보하고 서서히 공감대를 늘려가면서 '무한도전'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나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채널을 고정해서 보지 않고 채널을 돌리다가 재미 있으면 본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유일하게 채널을 고정해서 시청했던 것 같다.

처음엔 말 많고 탈 많던 몇 명이 모여서 야구를 한다기에 '쟤네들이 정말 야구를 하나?'라는 호기심 정도로 보기 시작한게 한 회도 빼지 않고 보게 되었다. 의도한바는 아니었지만 나도 이 프로그램의 '닥본사' 정도는 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처음에는 컨셉을 확실하게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했고 그냥 '쟤들 저러다 말겠지'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는데 선수를 선발하고 시합을 시작하면서부터 상황이 약간 변했다. 맨땅에 뒹굴고 뛰고 땀흘리는 모습들을 보면서 가끔씩 쏟아내는 멤버들의 막말이나 억지는 프로그램의 양념 정도로 보아 넘길 수 있었다. 백지영 단장과 이경필 코치 그리고 김C감독을 영입하고 치어리더를 공개선발하고 사회인 야구단과 시합을 가지게 되면서 방송이 점점 재미도 생겨났다.

그러다가 10월 24일 방송된 담당피디의 오만과 오기 섞인 억지와 우기기를 보고 프로그램의 방향이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에 비판글을 올렸는데 공교롭게도 그 다음주부터는 방송을 보지 못했다. TV를 켰을때가 8시 드라마를 할 시간이기도 했지만 꼭 봐야한다는 그런 생각이 이 때엔 없었기도 했다. 10월 24일 방송된 천하무적 야구단은 담당피디가 아예 프로그램을 엎어버리기 위해서 고춧가루를 뿌렸다고 생각하면 적확할 것이고 그 날 방송의 문제를 직시해야 토요일 예능 강자 자리를 차지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그런데 그 후의 방송을 본 이웃블로거의 리뷰를 보니 제작진들이 방송의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천하무적 야구단' 제작진은 어설픈 예능 흉내내기를 그만둬야 한다. '천하무적 야구단'만이 줄 수 있는 웃음코드를 찾아서 그것을 살려나가야 되는 것이지 어설프게 예능 따라잡기를 하려고 한다면 더 이상의 발전성은 없을 것이다. 또한 방송 제작진들은 천하무적 야구단이 시합할 때에는 제3자이지 당사자가 아님을 인식해야 되고 시합에서만큼은 철저하게 중립적이어야 된다. 그렇지 않다면 10월 24일 방송과 같이 불쾌감이 들게 하는 방송은 언제든 생산되어질 것이다. 그리고 지금 현재 주변인에 머물고 있는 치어리더들을 천하무적 야구단의 일부분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고 여기엔 백지영 단장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자의 자격



나의 경우 이 방송은 처음에 조금 보다가 그 후부터는 잘 안보는 편인데 31일 방송은 '김봉창'씨가 F-16에 탑승하는 장면에서 보기 시작해서 채널을 돌리지 않고 끝까지 보게 되었다. 이 날 방송에 나온 것과 같이 아직은 '남자의 향기'로 불릴 정도로 인지도와 공감대를 많이 넓혔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고 동시간대에 방송되는 '패떴'이 아직은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남자의 자격은 남자가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란 부제를 달고 있으므로 굵직굵직한 주제로 매주 주제를 바꿔가면서 진행하고 있는데 대표 MC인 이경규와 김국진이 '남자의 자격' 만의 독특한 매력을 구축하면서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특집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고 하는데 '패떴'이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이번주엔 하프마라톤에 도전한다는데 완주 경험을 가진 나로서는 이번주 방송을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 방송전에 어쩌면 나의 완주 경험기를 올릴지도 모른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1박 2일



달리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현재 예능 프로그램의 최강자다. 눈빛만 보아도 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멤버들간의 호흡이 척척 들어맞는데다가 제작진들도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게 이 프로그램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눈이 펄펄 내리는 날 제작진과 멤버들이 야외취침을 걸고 내기를 해서 멤버들이 이겨 제작진들 모두가 야외취침을 하는 장관을 보고 싶다는 기대를 걸게 하기도 하고 제작진들이 직접 웃음을 주기도 한다.

또한 꽃게를 잡아 올린 멤버들이 산 속에서 하루 머물렀던 인연인 할머니 할아버지를 기억해내고 그 분들께 보내드릴 생각을 함으로써 시청자에게 훈훈한 감동을 줄 줄 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청춘불패



금요일 밤에 방송되는 걸그룹대전이라 할만한 청춘불패가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걸그룹이란 출연진은 신선하지만 아직은 초반이라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청춘불패만의 웃음코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좋게 평가한다. 난 이 프로그램이 주말 예능 자리를 노리고 간보기를 하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지금은 남자의 자격이 강세로 떠오르기는 하지만 언제든지 주말 예능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의 잠재력을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MBC 쌀집아저씨의 선전을 기대하며



개인적으로는 주말 예능을 특정 방송에서 독식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MBC 쌀집아저씨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나는 쓸쓸하게 퇴장한 오빠밴드와 노다지 두 코너의 마지막 방송을 시청했었다. 좀 더 기회를 줬어야 했다고 보는 프로그램들이었지만 이미 지나간 버스일 뿐이고 MBC 쌀집아저씨가 선전해서 경쟁구도를 이루길 기대해본다. 서로가 선의의 경쟁을 해야 시청자로서는 질 높은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볼 수 있고 예능 프로그램도 발전해 나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