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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미디어와 언론

하철용 헌재 사무처장 발언, 틀린 데 하나 없다

신종플루, 4대강, 세종시에 치여 꺼져버린줄로만 알았던 미디어법의 불씨가 하철용 헌재 사무처장에 의해서 되살아나고 있다. 이렇게 살아나려는 불씨를 보수진영에서 꺼야 될 것도 같은데 어찌된 영문인지 진보진영에서 불씨를 꺼버리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 이 사람들 도대체 왜 자칭 진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미디어법에 대한 재논의를 원하는 것인지 유효로 인정하고 싶은 것인지 분간이 안 된다.

하철용 헌재 사무처장 발언, 틀린 데 하나 없다

하철용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언론들이 헌재 결정에 대해 '권한 침해는 인정했지만 유효'라고 보도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는데, 이번 결정 어디에도 유효라고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하 사무처장의 말은 틀린 데 하나 없다. 국민들이 헌재의 결정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오해하게 된 상당부분은 언론의 책임이 크다.

미디어법의 통과로 이득을 얻게 되는 보수언론들이 헌재의 결정을 유리한 쪽으로 보도해서 사실을 호도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진보언론들이 앞장서서 사실관계를 오도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고 패러디를 이슈화하며 헌재의 결정을 오해하게 만들었다. 또한 패러디의 내용을 살펴보면 '강간은 했지만 죄는 아니다'하는 식이 주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부류의 패러디는 헌재의 결정과는 전혀 동떨어진 것이다. 진보언론들이 이런 사정들은 외면하고 오로지 이슈화하는데만 집중했던 것은 일반 국민들에게 오히려 미디어법이 유효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앞장섰을 뿐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패러디는 감각적 일시적인 유행일 뿐

패러디란 지극히 감각적인 것으로 단지 일시적인 유행만 만들어낼 뿐이지 지속성이 없으며 실제의 내용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게 만들수도 있다. 실제로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헌재의 결정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알려고 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에 패러디를 만들어내는데만 관심이 있었던 것 아닌가.

헌재의 하 사무처장의 발언을 접하고서도 여전히 다른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시사평론가는 '헌재는 더 이상 비겁한 언론책임론을 입에 담지 말기 바란다'며 여전히 '헌재가 유효 결정을 내렸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헌재에 대한 비난을 고집하고 있다. 글쎄 내가 보기엔 이 자가 스스로 법에 대해서 무지하다는 것을 고백하고자 함인지 국민들의 법상식과 법감정의 혼란을 등에 업고 이를 부추겨 이득을 얻고자 함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잘 모르겠다면 한심한 '헌재 물고 늘어지기'는 그만 두는게 낫다.

헌재의 결정과 관련해서 벌써 세번째 쓰는 글인데 헌재는 미디어법이 유효라고 결정한게 아니다. 미디어법을 유효로 만든건 국회이고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미디어법을 유효로 선언했다고 둔갑시킨 장본인이 바로 진보언론들이다.

언론이라면 또는 시사평론가라면 헌재의 결정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숙지한 상태에서 헌재 결정문의 내용을 제대로 알리는게 우선이다. 그런 다음에 각각의 가치관이나 입장에 따라서 주장하는 취지는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진보언론은 전혀 그러지 못했고 여전히 잘못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은채 헌재를 비난하는데 열올리는 것으로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방편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언론이 본분을 잘 이행해 적어도 100쪽에 달하는 결정문을 제대로 읽어보고 그대로 보도만 해줬어도 이런 사태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헌재의 하철용 사무처장의 이 발언은 틀린 데 하나 없다. 진보언론들이나 진보를 표방하는 시사평론가라면 이에 대한 비난을 할게 아니라 반성하고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헌재의 결정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미디어법 처리의 절차의 위법이 있었다.
무효확인을 기각한 것이지 미디어법이 유효라고 심판한게 아니다.
위법상태의 시정은 국회의장에게 맡겨야 하고 국회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의하여 해결할 영역이므로 국회에 맡겨야 한다.

하철용 헌재 사무처장은 이러한 헌재의 결정 내용을 이번에 재확인해 준 것이다.

여전히 헌재가 미디어법을 유효라고 심판해줬다는 식의 전제를 깔고 헌재를 정치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는데 이는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 헌재의 결정문은 법리적으로 비난받을 구석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 헌재에 대한 비난도 여기에 집중되어야 한다. 그 외에 정치적인 색깔을 입혀서 비난하는 것은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 뿐이다.

이석연 법제처장과 하철용 헌재 사무처장은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에 출석해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무효 권한쟁의 심판 기각과 관련해 이렇게 밝혔다.
"국회의 자율적 시정에 맡기는 게 옳겠다는 뜻이 분명히 들어가 있다"(하 사무처장)
"국회가 재논의해 절차적 하자를 치유하라는 취지로 보고 있다"(이 법제처장)

여기에 두 사람의 발언을 발췌해서 적시해놓는 이유는 헌재의 결정이 나왔을 때 야당과 진보진영에서 이렇게 대응했어야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고 헌재를 비난하기만 했을 뿐이며 미디어법이 '유효'하다는 표현들을 써대며 사실을 오해하게 만들었다.

헌재의 '미디어법 언론책임론'은 유감 아닌 기회

이제 하 사무처장이 꺼져가던 미디어법의 불씨를 살려놓았음에도 하 사무처장의 이 발언마저 깎아내리고 헌재를 비난한다면 도대체 어디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헌재의 하철용 사무처장이 '미디어법 언론책임론'을 내세운 것은 야당이나 진보진영으로서는 유감이 아니라 오히려 미디어법의 국면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러나 국민들의 법상식과 법감정의 혼란을 등에 업고 이를 부추기는데서 이득을 얻고자 헌재를 비난하는데만 골몰한다면 기회를 날려버리게 될 지도 모른다. 진보언론들은 잘못을 인정하고 언론으로서의 책임에 대해서 반성해야 해법이 보일 것이다.


첨(添) ; 2009. 11.20. 02:00 (방송을 본 후 블로그 사이드바 메모에 기록해 두었던 것인데, 여기에 첨부해놓는게 좋을 것 같다.)

나경원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백분토론에서 한 말은 참 무책임하고 실망스럽다. 아무리 정치꾼이 되었다지만 판사출신에 법학박사과정까지 수료한 법률가로서 할 말은 아니지 않나.

정치꾼이 되면 다 이렇게 후안무치(厚顔無恥)해지는건지 이런 뻔뻔한 사람들만 정치꾼이 되는건지 몰라도 얼굴이 화끈거릴만도한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단순히 암기력만 가지고 사람을 선발하는 시스템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도덕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도 결과는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