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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탄2' 윤일상의 독설과 방시혁의 혹평




오디션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의 특성상 참가자들에게 독설을 퍼붓는 심사위원이 주목을 받게 된다. 독설이 프로그램의 흥미를 배가시키는 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실력이 떨어지는 참가자에게 심사위원이 독설을 날려줌으로써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대리만족시켜 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심사위원들로서는 독설의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그 독설이 정도를 넘어 불쾌하게 느껴진다면 되려 집중적인 비난에 시달리는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위대한 탄생'의 경우도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독설가가 등장하고 그들의 독설은 심심찮게 주요 이슈에 오르내린다. 시즌Ⅰ에서는 방시혁이 신랄한 혹평을 쏟아내며 참가자들보다 더 유명세를 치르게 되면서 프로그램의 흥행에는 도움이 된 듯하지만 심사위원이 참가자들보다 더 주목받는 것은 프로그램이 후반으로 갈수록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즌Ⅱ에서는 시즌Ⅰ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심사위원들이 어느 정도 독설을 자제하도록 가이드 라인이 만들어지지지 않을까도 예상했으나 초반에는 완전히 빗나갔던 것 같다. 프로그램이 시작하자마자 윤일상이 가혹한 독설을 쏟아내면서 일거에 독설의 제왕으로 등극했고 어느 순간에는 윤상도 슬그머니 독설의 경계에 발을 걸치기 시작한다. 그러자 제작진은 이들의 독설 배틀이라는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편집을 통해 심사위원들의 독설을 부추겼다.

자극적인 이슈를 만들어 단기간에 프로그램을 흥행시키기 위한 장치로는 심사위원들이 내뱉는 독한 말보다 나은 건 없을 것이다. 한데 시즌Ⅱ에서 시즌Ⅰ에서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 제작진이 독설의 수위를 편집으로 조절하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폈다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것 때문인지 아니면 심사위원들 스스로가 독설을 자제하기로 했기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나 어느 순간 심사위원들의 독설은 사라졌고 지금은 윤일상이나 윤상을 독설가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윤일상이 프로그램 초반에 독설을 쏟아낼 때는 어디까지 갈 건지 궁금해서 계속 지켜보기로 했으나 현재로서는 더 지켜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 편집에서 상당 부분이 걸러졌을 수도 있겠으나 지금의 윤일상은 독설가라기보다는 적확한 평가자로 봐도 무방한 시점인 듯하다. 해서 이 글은 현재의 윤일상이 아닌 주로 프로그램 초반의 윤일상의 독설을 토대로 기술하게 될 것이다.

윤일상의 독설과 방시혁의 혹평의 차이점은 방시혁의 혹평은 보는 사람이 불편함을 느낀다면 윤일상의 독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함을 느끼게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것은 여기에서 선택한 독설과 혹평이라는 용어의 차이점이라고 보면 되겠다. 사실 독설과 혹평의 경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분해서 말할 것인가는 대단히 어렵다. 대체적으로 평가가 사람에게로 향하고 인격적인 모욕감을 느낄 개연성이 있다면 독설이고, 평가가 음악적 재능과 현재의 수준으로 향하면 혹평이라고 생각된다.

시즌Ⅰ에서 방시혁의 평가는 냉철했고 아슬아슬하기는 했으나 독설과 혹평의 경계를 벗어나지는 않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방시혁의 평가가 워낙 신랄했었기에 보는 사람이 느끼는 불편함의 강도가 서로 다를 수가 있었고 그에 따라 독설로 느끼는 경우도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방시혁이 독설가라고 욕을 먹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방시혁은 멘토 스쿨을 거치면서 객관성을 잃었다고 판단되는 평가를 함으로써 그 이전의 의미 있는 혹평은 상당 부분 퇴색되었고 오히려 독설의 범주에 포함시켜도 무방할 정도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한데 시즌Ⅱ에서 윤일상은 평가가 사람에게로 향하는 독설의 경계를 넘어 들어갈 때가 있었다. 이러한 독설은 참가자에게 독이 될 여지가 크고 보는 사람도 불쾌하게 만든다. 윤일상은 독설과 혹평의 경계에 대한 개인적인 기준을 프로그램 초반에 보였던 것보다 혹평 쪽으로 조금 이동시킨다면 참가자를 주눅 들게 함으로써 참가자에게 독이 될 개연성을 높게 가져간 방시혁보다는 오히려 독이 아닌 약이 될 냉혹한 평가를 내릴 이상적인 심사자가 아닐까 생각된다. 다만 한가지 의문은 특출나지 않다는 등의 일반적인 표현이 참가자의 현재 음악적 수준을 적나라하게 알려줄 수 있을 것인가인데 오디션 참가자임을 전제로 한다면 큰 문제는 아닐 것 같기도 하다.



또한 옆에 앉은 심사자들의 말을 일방적으로 잘라 먹으면서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돌출행동도 튀어 나왔었는데 동료 심사자들마저 뜨악하게 만들 정도로 참가자에게 무안을 주었던 것은 윤일상의 심사자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들끼리는 서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기 때문이었겠지만 공중파 방송임을 간과한 것은 잘못이다. 윤일상은 참가자에게 보는 사람이 불편하다고 독설을 퍼부었지만 시청자는 오히려 안하무인인 듯한 윤일상을 보는 것이 더 불편했다.

아이러니하지만 윤상이 혹평과 독설의 경계가 될 만한 말을 언급했었다. 대학가요제 본선에 두 번이나 진출했었다는 한 참가자에게 '목표를 높게 잡기 전에 현재 자신의 위치 파악이 더 중요하다'고 직격탄을 날려서 일거에 상황을 정리해 버린 것이다. 참가자의 현재 수준을 적나라하게 일깨워 주는 취지라면 신랄하더라도 독설이라 할 수는 없으나 그러한 취지가 아니라면 독설이 될 것이다.

윤상과 윤일상의 독설은 굉장한 차이점이 있다. 윤일상의 독설은 그 당시에 그냥 조금 언짢으면 그만이지만 윤상의 독설은 음악적 밑천이 몽땅 털리는 듯한, 뼛속들이 엑스레이로 훑어대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아마도 그 자리에 서 있는 시간이 여삼추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윤상은 불특정 시청자에게 공개되는 오디션에서는 독설 본능을 눌러두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 외에 윤일상은 '유명해지려고 나오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런 사람에게는 냉정하게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라고 하는데 그게 사실은 별로 소용이 없다. 그 부분은 방시혁이 시즌Ⅰ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신랄한 독설을 퍼부었지만 유명해지려고 나온 참가자 중에서 방송용일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경우에는 합격자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편집한 방송을 내보냈다. 윤일상이나 그 외의 심사자들의 취지는 공감하나 시청률이 우선인 제작진이 걸러내지 못하면 별무소용이다.



방시혁의 혹평은 객관적으로는 적절했다고 보지만 참가자의 개인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적인 혹평이었기에 독이 된 경우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시즌Ⅰ에 나왔다가 방시혁의 혹평을 듣고 탈락했던 차여울이 그런 경우로 보인다. 시즌Ⅱ에서는 심사자들의 호평으로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지만 그녀에게는 시즌Ⅰ에서 들었던 혹평의 충격은 생각보다 훨씬 컸던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차여울이 재기하려고 나온 것은 방시혁의 혹평이 전혀 무소용이었던 것은 아니라고 봐야 되는 거지만 자칫 독이 될 수도 있었다고 하겠다. 참가자의 개인적인 특성에 따라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것은 심사자들의 진정성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로 볼 수도 있겠다. 참가자들은 음악적 부분에서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면 심사자들도 심사할 때의 진정성을 참가자가 느끼게 해준다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현재는 이선희가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으니까 더 이상의 부연은 불필요할 것 같다.

1회의 심사로 당락이 결정되는 참가자가 아닌 경우에는 독설이 약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된다. 이전 무대의 참가자들에 내려지는 평가를 보면서 자신의 문제점을 되짚어 보고 보완할 기회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자기가 그 이전의 무대에서 심사자들로부터 들었던 독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다음 심사대에 설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1회의 심사로 끝나버리는 게 아니라면 독설은 분명 독보다는 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일한 프로그램에서 연이어 독설가에 이름을 올린 방시혁과 윤일상은 모두 작곡가 겸 프로듀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지독한 독설 본능이 작곡가의 기질에서 나오는 건지 프로듀서의 근성에 기인한 건지 상당히 궁금하다. 작곡가의 기질과 프로듀서의 근성이 결합해야 이들처럼 지독할 정도의 혹평을 쏟아낼 수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둘의 또 한가지 공통점은 이들의 노래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 시청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독설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독설이 사람에게로 향해 사람을 폄하하거나 곤란하게 하는 것은 모두가 다 불편한 전혀 쓸모없는 헛짓이다. 배우 김수미가 작품에서 욕을 맛깔나게 하자 어린 아이들이 나타나서 욕을 해달라고 요구하더라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아이들도 김수미의 욕이 자기의 인격을 모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 거다. 욕쟁이 할머니라고 소문난 식당에 줄을 서서라도 찾아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내 돈 내고 밥 사먹으면서 인간적으로 욕까지 먹는다면 아무도 그 짓을 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프로그램 제작진이 흥행을 위해서 심사자들의 독설을 부추기는 구태를 버리고 참가자들의 인격도 배려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사자들도 독설과 혹평에 대해 갖고 있는 개인적인 기준을 참가자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 수정해서 평가를 내리게 된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은 상당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