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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과 '1박2일' 사이비종교화를 경계할 때




토요일엔 '무한도전' 그리고 일요일엔 '1박2일', 이게 무슨 캠페인 문구 같지만 그것이 아니라 주말과 휴일에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경우 내가 TV를 시청해 오던 패턴이었다. 이 두 프로그램의 경우는 방송 초기부터 부득이한 사정이 없으면 이러한 패턴을 유지하며 시청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근래에는 두 프로그램 모두 시청을 중단하고 있다. 그 이유는 프로그램이 재미가 없어졌거나 식상해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시청자들의 몰이성적이고 광적인 반응에 진력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글일 경우에 몰이성적이고 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들이 꼬여 드는데 이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무조건적으로 반응한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 킹왕짱이예요'가 아니면 글 내용은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비판하지 말라고 무조건적으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낸다.

글 첫 문장만 읽어보고 바로 댓글 달러 내려왔다는 자들도 있고, 글은 전혀 읽어보지도 않은 것 같음에도 글 읽느라 시간 낭비했다는 자들도 있고, 마땅히 할 말이 없으면 닉네임이나 블로그 제목으로 트집을 잡는 자들도 있고, 싫으면 안 보면 된다는 자들도 있고, 아무런 주관도 없이 댓글 중에서 편이 많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줄 서는 기회주의적인 자들도 있고, 조회수와 댓글 대박 나서 좋으냐는 멍청한 소릴 지껄이고 가는 자들도 있고, 하여튼 별의 별 한심한 군상들이 어디서 많이도 꼬여 든다.

하나같이 멍청한 닉네임을 사용해 댓글을 다는 이 자들은 자기네들이 선택하는 그 닉네임이 자기네들 스스로를 지칭한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 걸까? 재밌는 건 이런 부류의 자들은 닉네임을 선택하는 능력 하나는 탁월하다는 거다.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자기네들의 수준을 정확히도 표현해내는지 어떨 때는 신기하다는 생각까지도 들 정도니까 말이다. 댓글의 내용을 읽지 않아도 댓글에 사용된 닉네임만 보면 그 자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멍청한 댓글을 다는 자들만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이런 자들에겐 희한한 특징이 있는데 글 본문의 몇배나 되는 댓글은 빠짐없이 읽으면서 글 본문은 읽으려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러다 보니 어떤 수준 떨어지는 군상 하나가 목불인견의 욕설이 포함된 멍청한 댓글을 내질러놓고 가면 그 후부터는 줄줄이 그와 비슷한 수준의 자들만 꼬여들어서 그 이해도 떨어지는 멍청한 댓글 하나가 계속해서 확대재생산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이런 자들의 또 한가지 희한한 특징은 댓글을 달지 않으면 내일 당장 지구가 멸망이라도 할 것처럼 기를 쓰고 댓글을 달아야 한다는 강박증세를 보인다는 거다. 내가 댓글을 달아달라고 요구하거나 강제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첫 줄을 읽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그냥 창 닫기 해버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왜 굳이 기를 쓰고 댓글을 달고는 그 댓글이 잘 있나 확인하려고 몇번씩 들락거리면서 시간낭비를 하는지 도대체 이 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



조회수는 자기네들이 다 올려놓고는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글을 썼다느니 조회수 올려서 좋으냐느니 하는 등의 헛소리까지 보태고 가는지 이 자들의 한심한 작태는 참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도대체 조회수 올리기 위해 쓰는 글이 어떤 글인지 모르지만 어떤 글을 쓴다고 해서 왜 이 자들은 그 글을 다음에서 당연히 조회수를 보장해 줄 거라고 당연시하는지 정말 웃기지도 않다.

각설하고, '무한도전'과 '1박2일'의 시청을 중단하고 있는 것은 각각 비판글을 썼다가 무수히 달리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추잡한 댓글에 진력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잡한 댓글을 보는 게 누적되다가 보면 그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크고 이러한 스트레스를 완화시킬 시간이 필요하기에 시청을 중단하고 있을 뿐이고 어느 정도의 여유가 생기면 다시 시청을 할 것이다.

혹자는 악플에 신경쓰지 않으면 된다고 하고 혹자는 악플을 이용해야 된다고 말들을 한다. 물론 악플을 잘 이용하면 글의 조회수를 훨씬 더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은 나도 알지만 악플이 누적되다 보면 그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도 안다. 무엇보다 나는 악플을 이용해서 조회수를 올릴 생각도 없고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서 글을 써본 적도 없다.

다른 프로그램과는 달리 '무한도전'과 '1박2일'을 비판한 글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 그것은 '무한도전'을 비판한 글에는 '무도까'나 '1박빠'라는 댓글이, '1박2일'을 비판한 글에는 '무도빠'나 '1박까'라는 댓글이 무조건적으로 따라붙는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한도전'과 '1박2일'간에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기에 두 프로그램의 시청자들간에 이런 이상한 경쟁이 붙게 되었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

나는 '무한도전'을 비판하면서 '1박2일'이 망하거나 흥하기를 바란 적이 없고 마찬가지로 '1박2일'을 비판하면서 '무한도전'이 망하거나 흥하기를 바란 적이 없다. 또한 '무한도전'을 비판하면서 '1박2일'과 비교한다거나 한 적이 없고 마찬가지로 '1박2일'을 비판하면서 '무한도전'과 비교해서 언급한 적이 없다.

둘 다 내가 시청하는 프로그램이고 그 중에서 어느 하나가 망하기를 바라지 않으며 오래도록 시청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만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중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에 관해서 언급했을 뿐이다. 나는 모든 프로그램을 다 시청하는 것이 아니고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프로그램 중에서 낫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시청한다. 그래서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면 언급하지도 않고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언급할 내용도 없는 셈이다.



'무한도전'과 '1박2일'은 방송하는 요일도 다르고 프로그램의 포맷이나 성격도 다 달라 두 프로그램의 우열을 가린다든가 경쟁관계로 보기가 어렵다. 두 프로그램의 메인 MC 또한 스타일이 전혀 달라 그들 중에 누가 더 나은지를 따지는건 거의 무의미해 보인다. 실시간으로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프로그램도 아닌데 왜 두 프로그램을 경쟁관계로 보는지 이해가 안 된다.

자기네와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용납하려고 들지 않는 경우는 대략 독재든가 아니면 사이비 종교든가 두가지로 볼 수 있다. 두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대략 2~30% 정도이고 제작진들이 강요한 것은 아닐테니까 독재라고 할 수는 없겠다. '무한도전'과 '1박2일'을 어떤 식이든 언급하기만 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어디 감히 '무한도전'을 또는 '1박2일'을 건드리냐는 식이니 몰이성적인 시청자들의 반응은 사이비종교 신자들과 비슷한 양태를 보인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사실 몰이성적으로 반응하는 시청자들을 보면 방송에 조종당하고 있는 숙주 같다. 사이비종교도 마찬가지로 신도들을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일체의 의문을 갖지 못하게 만들고 무조건적으로 반응하게 조종할 수 있는 숙주를 늘려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비종교도 아닌 방송 프로그램이 이렇게 마치 사이비 종교화된 데에 대해서 방송 제작자들은 상당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무한도전'의 경우처럼 프로그램을 의도적으로 폐지시키려는 일련의 시도에 대해서 시청자들이 제작진들을 비호하고 나설 수도 있다. 그런데 몰이성적이고 광적인 반응까지 프로그램을 비호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판단 착오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런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자들이 늘어날수록 거기에 염증이 나서 채널을 돌리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무한도전'과 '1박2일'의 경우는 현재 시청률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그리 틀린 표현은 아니다. 더 늘어날 시청자층은 한정되어 있고 새로운 포맷과 성격의 프로그램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시청자들만 더 늘어날 뿐인 그런 상태다. 여기에 경쟁력이 있는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지금 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청률이 빠져나가게 만드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무한도전'과 '1박2일'이 지금 경계해야 할 것은 경쟁프로그램보다는 프로그램이 마치 사이비종교화되어가는 현상이다. 어떤 프로그램이 사이비종교화된듯한 현상을 보이는 그 시점은 대개 그 프로그램이 한계에 다다른 시점으로 봐도 틀리지 않다. 그리고 제작진들이 그러한 현상에 의존하는듯한 태도를 보인다면 제작진들도 그러한 상황에 안주하고 안이하게 대처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봐도 무방하다. 사이비종교화되어가는 현상을 경계하지 않는다면 두 프로그램은 생각보다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덧) 이런 것도 트집 잡는 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무한도전'과 '1박2일'의 순서는 방송되는 순서에 따른 것이지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