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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여우누이뎐' 윤두수가 만신이었나?

   
   
   
드라마 '여우누이뎐'이 이제 마지막회만 남겨두었는데 여전히 밝혀진 것은 없다. 그런데 어쩌면 윤두수가 만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것이 아마도 제작진이 준비한 마지막 반전카드인 것으로 보인다.

먼저 15회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정리해본다. 이전 회에서 양부인은 괴수의 정체를 드러내게 하는 묘약이라 믿고 만신에게서 가루 주머니를 뺏어왔다. 그리고 윤두수와 가솔들에게 구미호의 정체를 드러내게 하려고 사람들을 모아놓고 구미호에게 가루를 뿌린다. 천우가 대신 가루를 맞았다가 끌려나가고 뒤이어 구미호에게 가루를 뿌리지만 구미호는 변하지 않는다.

양부인은 만신을 찾아가 괴수의 정체를 드러내게 하는 묘약이라고 너를 굳게 믿었건만 어찌 나를 능멸하는 것이냐고 따지지만 만신은 도리어 이것이 그런 가루로 보였냐며 인간이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법이라고 대꾸한다.

양부인은 집으로 돌아와 초옥의 방으로 가는데 구미호가 자고 있는 초옥을 안고 있다. 양부인이 놀라 소리치려고 하지만 구미호는 초옥이가 내 정체를 알면 이 자리에서 바로 죽어야 할테니 조용하라고 한다. 그리고 이제 지아비도 박수무당도 등을 돌렸고 아무도 믿지 않을것이라고 하고 이제 초옥의 딸의 간을 밥상에 올리는 일만 남았는데 윤두수는 그게 초옥의 간인줄도 모르고 오독오독 씹어 먹을텐데 생각만 해도 재미나지 않느냐고 한다. 초옥을 양부인에게 넘겨주며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살아있는 동안에 실컷 안고 있으라며 밖으로 나간다.

양부인은 윤두수가 구미호의 미색에 빠져 구미호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하지 않자 몸종을 시켜 친정 오라비한테 보내 땅문서를 받아오라고 한다. 양부인은 그 땅문서를 들고 조현감을 찾아가 구산댁이 사람의 모습을 한 괴수이니 잡아서 문초를 하면 밝혀질 것이라고 부탁하게 된다. 양부인이 내민 땅문서를 본 조현감은 보통 그릇이 아니라며 땅문서를 슬그머니 챙긴다. 이 때 윤두수가 들이닥친다.



윤두수는 만신을 찾아가 연이를 죽이는 비방거래문서를 조현감에게 넘긴줄 알았으나 조현감이 가만 있는 것으로 보면 조현감에게 넘기지는 않은 것 같다며 거래문서를 내놓으라고 한다. 만신은 거래문서를 조현감에게 넘기지도 않았지만 갖고 있지도 않다고 하고 누구 손에 있느냐는 윤두수의 물음에 등잔 밑이 어둡다는 애매모호한 말을 한다. 윤두수는 양부인이 거래문서를 갖고 있다고 넘겨 짚고 집에 돌아오는데 양부인이 관아에 갔다는 말을 듣고 양부인을 따라 온 것이다.

양부인을 돌려보낸 윤두수는 안사람이 무례를 범했으니 문서를 내놓으라고 하지만 조현감은 이미 받은 것이니 그럴 수 없다고 버틴다. 이 문서가 뭐라고 생각했길래 길길이 날뛰는거냐며 그리도 중요한 문서라면 집안단속부터 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모욕감을 느낀 윤두수는 내가 그리 우습게 보이냐며 대체 네 놈이 뭐길래 날 이리 깔보고 조롱하는 것이냐며 조현감을 구타한다.

집으로 돌아 온 윤두수는 양부인에게 거래문서를 당장 찾아오라고 한다. 양부인은 거래문서같은 건 모른다고 하고 초옥이를 위해서라면 요물을 잡기 위해서라면 몇 만번이라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구산댁을 죽여야 초옥이가 살고 윤두수와 나도 살고 가문 모두가 산다며 윤두수에게 칼을 쥐어 준다. 윤두수는 초옥이를 위해서 연이를 죽인 내가 이번엔 구산댁을 죽이란 말이냐고 하는데 양부인은 구산댁과 연이 모두 요물이니 가책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윤두수의 등을 떠민다.

윤두수는 넋이 나간듯 그 자리에서 칼을 뽑아 양부인을 찌른다. 그리고는 쓰러진 양부인을 내려다보며 감히 나를 가르치고 맞서려고 한다며 연이를 베고 싶지 않았으나 거짓 유언을 내세우고 있지도 않은 버섯이야기를 만들고 설당과자와 초옥이의 피묻은 수건까지 건네며 충동질을 했기에 이 모든건 윤두수의 탓이 아니라 양부인의 탓이라고 말한다. 온갖 술수로 감히 내게 맞서려 했다며 더 이상 봐주지도 술수에 놀아나지 않을 것이니 아무도 명령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윤두수는 자기의 칼로 부인을 살해했다는 것을 알고 황망해하는데 구미호가 들어와 의원을 부르라며 내보낸다. 윤두수가 나가자 구미호는 양부인에게 지아비 칼을 맞고 저승으로 가는 기분이 어떠냐며 아무리 고통스럽다해도 새끼 잃은 어미 심정이나 어미를 부르며 죽어간 연이의 심정보다 더하지는 않을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악연은 끝이니 지옥으로 가라며 양부인을 죽인다. 그런데 이 때 초옥이가 들어와 양부인이 죽어 있는 것과 구미호로 변한 구산댁을 보고 그 자리에서 혼절한다.



윤두수는 양부인의 사체를 가마니에 싸서 둘러메고 강가에다 버린다. 같이 따라온 구미호는 윤두수에게 너무 상심하지 말라며 세상에 어떤 이가 자신을 배신한 자를 용서할수 있겠느냐고 한다. 믿고 의지하게 해놓고 신의를 버린 자를 어찌 용서할 수 있겠느냐며 누구도 그리 할 수 없을 것이고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한다. 나를 속이고 이용하고 소중한 사람을 앗아간 사람을 어찌 용서할 수 있겠냐며 내 손으로 숨통을 끊어내고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더 큰 모욕을 줬을 것이라고 한다. 구미호의 이 말은 윤두수에게 직접 대놓고 하는 말이나 윤두수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집으로 돌아온 윤두수는 음식에 피가 떨어지고 사방 벽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환영이 보이고 연이의 노랫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온다. 윤두수는 허둥지둥 책장을 찢어 벽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는다.

한편 양부인의 혼령이 초옥을 깨워 연이가 빙의했을 때에 벌어졌던 일들을 떠올려주고 초옥은 마침내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 윤두수를 찾아오지만 구미호와 함께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되고 어찌 이 괴수와 함께 있느냐고 한다. 그리고 구미호의 따귀를 내려치며 구산댁이 아니라 사람으로 둔갑한 요물이니 정신차리라고 한다. 윤두수는 '너도 니 어미처럼 내가 허수아비로 보이는게냐 아니면 니 어미따라 실성한 것이냐'며 한번만 내 말에 토를 달았다가는 가차없이 벌을 내릴 것이라고 돌려보낸다.

그러자 초옥은 지붕 위로 올라가서 구미호에게 본색을 드러내지 않으면 뛰어내려 죽을거라고 협박한다. 떨어져 죽으면 연이가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테니 어서 괴수의 정체를 드러내라는 협박인 것이다. 구미호가 정체를 드러내려는데 이를 본 천우가 나서서 초옥일 구할테니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초옥은 하인들에게 천우를 잡아가라고 하고는 또 다시 구미호를 겁박한다.

그런데 이 때 연이의 혼령이 나타나 '우리 어머니 그만 괴롭혀. 더 이상 우리 어머니 괴롭히면 가만두지 않을거'라며 초옥을 위협한다. 초옥은 '그만큼 괴롭히면 된 것 아니냐. 내 어머니까지 뺏어갔으면 이제 된것 아니냐. 이제 제발 물러나라. 나한테서 물러나라'고 겁에 질려 말한다. 이것은 초옥의 환영일 뿐이기에 아래서 올려다보는 사람들이 보기에 실성한 사람 같으므로 하인들이 지붕으로 올라가 연이를 끌어내린다.



자기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 윤두수에게 상심한 초옥은 양부인을 부르며 나도 내려가 달라고 한다. 이 때 양부인의 혼령이 나타나 초옥의 손을 잡아 끌고 연이의 무덤으로 데려가 연이가 차고 있던 방울노리개를 손으로 가리킨다. 이 때 윤두수는 여전히 연이의 환청에 시달리고 연이에게 써먹었던 비방전이 보이고 목에는 연이에게 걸어주었던 엽전이 걸려있어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연이의 무덤에 서 있던 초옥은 양부인의 혼령이 사라졌음을 알고는 연이의 방울노리개를 집어 든다. 그 순간 구미호에게는 연이의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리고 윤두수에게는 더 이상 연이의 환청이 들리지 않는데 양부인의 혼령이 나타나 피눈물을 흘리며 어서 초옥이한테 가보라고 한다.

다리 위에서 구미호를 기다리던 초옥은 구미호가 나타나자 연이의 방울노리개를 물 속으로 던져버린다. 구미호가 방울노리개를 찾으러 물 속으로 들어가자 초옥은 윤두수를 만나게 되고 무슨 일이냐는 윤두수에게 한번만 믿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한다. 물 속에서 나오는 구미호는 사람이 아니라 구미호로 변해 있고 이를 지켜본 윤두수는 초옥의 손을 끌고 달아난다. 구미호의 뒤를 따라온 천우가 구미호에게 괜찮으냐고 묻는데 이 때 구미호도 윤두수 부녀가 달아나는 것을 목격한다.

집으로 돌아 온 윤두수는 칼을 들고 구미호를 기다리고 구미호 역시 사람이 아닌 구미호의 모습으로 윤두수의 방문을 열려고 하면서 15회는 끝난다. 마지막회에서 아마도 둘 중에 하나는 죽을 것 같다.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왠지 윤두수가 만신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드라마적 상황으로 얘기하자면 만신이 필요할 때마다 윤두수에게 빙의하여 윤두수의 몸을 조종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윤두수 일가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빙의하여 그 사람의 몸을 지배하는 일종의 숙주같은 존재가 만신이 아닐까 생각된다. 누군가 훔쳐보는 것 같던 카메라 워크도 계속 지척에서 윤두수를 감시하는 숙주인 만신을 의미하는 것 같다. 만신은 평상시에는 만신의 모습이나 필요할 때 숙주의 몸을 빌려 괴수로 변하는 그런 존재일수도 있겠다.



천우가 어미인 매향을 죽게 만든 것도 천우가 살던 집의 누군가에게 빙의한 괴수인 만신의 존재를 알고 그것을 발설하는 바람에 만신의 조종을 받아왔던 누군가에 의해서 죽게 되었을 것이다. 천우는 구미호가 사람을 해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구미호보다는 오히려 만신이 훨씬 더 흉칙한 괴수라고 생각을 하기에 구미호와 새끼 연이를 지켜내려는 것 같다. 이러한 내막을 잘 알고 있는 오서방은 살아남기 위해 윤두수에게 충성을 다했을수도 있다.

아마도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은 구미호와 윤두수 아니 윤두수를 조종하는 만신이 벌이는 건곤일척의 승부가 아닐까 생각된다. 오늘이 마지막회이니까 오늘 밤이면 알게 될 일이다. 터미네이터는 누가 될 지가 썩 궁금하지는 않다.

일전에 드라마를 지배하는 중요한 사실 몇 가지를 언급하려고 했으나 사실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의 악플이 많이 달리기에 포기했던 적이 있다. 그 중에서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짧게 언급하고 끝내야겠다. 만신은 박수무당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아편중독자인 점바치에 불과하다. 아편에 중독된 점바치의 말에 휘둘려 미신을 갖게 됨으로써 금수만도 못한 추악한 짓을 저질렀던 어리석은 인간들의 한모습을 연상하면 되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기서는 사실을 토대로 한 작가의 상상을 사실이라고 하지는 않으며 드라마가 전개되는 스토리에서의 사실과 여기서 말하는 사실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