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제빵왕' 봉빵의 사연 서인숙이 터뜨릴수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스토리 전개가 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통속극의 효과를 톡톡히 체득한 탓인지는 몰라도 결국은 그 한계를 넘어서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단정할 단계는 아니고 좀 더 지켜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는 시점이기는 하다.

의문의 빵인 봉빵이 드라마에서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재료에 밀가루는 포함되지 않으며 막걸리에서 뽑아 낸 발효종으로 빵을 부풀리는데 가장 좋은 향과 품위있는 맛을 갖고 있는 빵이 봉빵이다. 경합의 주제는 일관되게 봉빵의 재료와 레시피를 찾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고 팔봉선생의 발효일지에는 봉빵을 만들 수 있는 최적의 발효종을 만드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상은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것과 대동소이한 내용들이다.

봉빵의 발효종은 막걸리와 관련이 있을거라는 글을 두 개나 썼었는데 봉빵에 쓰일 발효종이 막걸리와 연관되지 않겠나 생각하게 된 단초가 되었던 것은 사실 팔봉선생의 발효일지를 보는 순간이었다. 발효(醱酵)에서 '醱'은 술을 빚는다는 뜻이 있고 '酵'는 술 지게미라는 뜻이 있으며 두 글자가 모두 술을 의미하는 부수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팔봉선생은 2차 경합에서는 경합자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빵'을 만드는 힌트를 알려주고 있다. 탁구와 마준에게는 미순을 통해 이스트 없이 빵을 만드는 힌트를 흘렸고 미순에게는 밀가루 없이 빵 만드는 힌트를 봉빵을 먹어보았던 미순의 절대미각을 환기시키면서 힌트를 흘렸다. 탁구와 마준이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하자 마준에게 발효일지를 몰래 들춰보게 함으로써 직접적으로 알려줘버렸다. 그리고 마준에게 탁구의 뛰어난 후각이 없으므로 정해진 기한내에 빵을 만들 수 있는 발효종 상태를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함으로써 마준을 통해 탁구에게도 간접적으로 발효종을 알려준 셈이다.

팔봉선생의 이러한 교육방법은 수하생들에게 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굳이 정리해보자면 고기를 잡아주는 것은 수하생들의 행동을 일일이 간섭하고 잔소리를 하면서 강요하는 주입식 교육이라면,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자는 것은 최대한 수하생들의 수준에 맞추어 힌트를 주고 동기부여를 함으로써 스스로 해답을 찾아내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수하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게 만들겠다는 현명한 교육방법이다.

그런데 이러한 봉빵을 팔봉선생은 더 이상 만들지 않고 있는데 그 사연이 알려지면 팔봉선생의 명성에 먹칠을 할 수도 있게 된다. 이전 글에서 팔봉선생으로 하여금 더 이상 봉빵을 만들지 않게 만든 봉빵에 얽힌 사연은 팔봉선생의 수하생들 중에 누군가가 불만을 품고 발효종에 장난을 쳤을지도 모른다는 추정을 해봤었으나 아직은 알 수 없다.

이러한 봉빵의 사연이 어쩌면 서인숙에 의해서 먼저 밝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난 주 17부 방송에서 팔봉제빵점으로 찾아갔다가 탁구의 존재를 알게 된 서인숙이 집으로 돌아와서 '팔봉제빵점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 보고 털어서 먼지 하나라도 나오면 바로 보고하라'고 지시했었다. 그리고 어제 19부 방송에서 서인숙은 한승재에게 마준을 팔봉제빵점에서 데려오기 위해 팔봉제빵집을 한 삼개월 문을 닫게 하라고 지시한다.



서인숙은 이미 팔봉제빵집 보고서를 받은 상태인데 그 안에는 필시 봉빵의 사연도 포함되어 있을거란 예상이 가능하다. 서인숙은 결국 이 봉빵의 사연을 터뜨릴 수 밖에는 없을 것인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외의 상황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생각된다. 서인숙은 한승재에게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팔봉제빵집 문을 닫게 한 다음 한 달 안으로 임시이사회를 열어서 마준을 회사에 불러들이라고 말하는데 예고편을 보면 한승재가 완전히 막장의 선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일중이 사망한 것인지 단지 실종으로만 처리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사건으로 인해서 서인숙도 결국은 목숨을 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수를 던질 수 밖에는 없게 될 것이다. 단지 마준을 팔봉제빵집에서 데리고 와 회사에 들이기 위해 몇 달간 문을 닫게 하는 정도에서 끝내지 않고 거성에서 구일중의 영향력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방법의 일환으로 구일중의 멘토라고 할 수 있는 팔봉선생의 명성을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드라마는 계속해서 탁구의 절대 후각과 미순의 절대 미각 그리고 마준의 천재적인 능력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이 속에 담긴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마준에게는 탁구의 뛰어난 후각을 강조함으로써 "자 이제 너는 어찌 할테냐?"고 묻고 있다. 팔봉선생의 이 장면은 마치 플라톤의 이데아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동굴의 비유'가 연상된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을 떠올리면 되겠는데 탁구와 마준 그리고 미순에게 각각의 부족한 점을 일깨워주고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려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것들로 미루어보면 작가는 탁구와 마준 그리고 미순 이 셋이 삼위일체가 되어서 봉빵을 재현하고 더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을 암시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엔 갖가지 소재를 사용한 다양한 막걸리가 출시되고 있는데 봉빵도 역시 다양한 발효종을 개발하고 이를 봉빵에 응용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추정해 본다.

그런데 발효종이기는 하나 후각과 미각을 마비시키는 부작용이 생길수도 있는 독초인 설빙초(舌氷草는 혀를 얼리는 풀이라는 의미라 할 수 있겠는데 아마도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인 것으로 보인다)에 대해서 알게 된 마준은 탁구의 후각을 마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설빙초액을 구한다. 마준이 또 다시 비열한 선택을 하게 될 지는 미지수이나 이것이 어떤 변수가 될 지는 모르겠다. 탁구가 그것을 마시고 부작용이 생긴다해도 여전히 삼위일체로 봐야 될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