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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서인숙과 한승재, 처벌할 수 없습니다

다음 메인에 서인숙과 한승재는 홍여사를 살해한 살인범들이고 아직 공소시효가 1년이나 남았다는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해당 글에 따르면 홍여사를 폭우 속에 방치한 서인숙과 한승재의 행위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분명하므로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서인숙과 한승재가 처벌받아야 된다고 합니다. 그것이 세상에 정의는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거라고까지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 글의 내용은 모두 사실과 다릅니다.

해당 글이 작성된 시각은 8월 6일 금요일 15시 47분이고 내가 확인한 현재(8월 8일 일요일 06 : 30) 조회수만 무려 55,485명에 이르고 추천수도 690에 달합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다음 메인에 걸려 있는 상기한 내용의 글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들어있기에 그에 대한 오해를 줄여보고자 작성하는 것이고, 상기한 글을 쓴 블로거를 폄하한다거나 그 외의 내용에 대한 비판을 목적으로 쓰는 글이 아님을 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빨간 네모 속의 글로서 제목은 다음이 편집한 것이고 실제 제목은 다릅니다

다음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을 장식할 글을 선정하는 기준은 달라야 할 것입니다. 토요일에는 메인에 올릴만한 수준의 글이 전혀 없었다면 모르겠습니다만 금요일 작성된 글을 그것도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글을 메인에 올려놓고 수만의 클릭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다면 단순히 view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전체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목요일 방송은 전혀 의외의 갈등구도가 형성되었기에 이에 대한 글을 몇 개 쓸 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평소에는 전혀 보지 않던 다음 메인을 우연히 보게 되는 바람에 내가 쓰려던 글을 보류하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전문적인 내용의 글이 그다지 클릭을 유도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고 수익을 추구해야 되는 다음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할 경우가 있다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다음의 신뢰도를 떨어뜨리지 않는 정도 선에서 결정해야 될 것입니다.

각설하고 상기한 글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드라마에서 서인숙과 한승재는 홍여사에게 불륜사실을 들키게 되고 돌아나가는 홍여사를 따라와 서인숙이 용서해달라고 매달리게 됩니다. 이 때 홍여사가 서인숙이 잡은 손을 뿌리치다가 빗속에 쓰러지게 되자 한승재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며 서인숙의 손을 잡아 끌고 홍여사를 빗속에 방치한 채 사라집니다. 그렇게 빗속에 방치된 홍여사는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고 맙니다.

서인숙이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홍여사의 손을 잡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홍여사의 손을 뿌리친 것이 아니므로 폭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물론 서인숙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면 살인죄에 해당하고 폭행의 고의가 있었다면 그로 인해 사망한 것이므로 폭행치사죄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서인숙에게 살인 또는 폭행의 고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므로 살인죄나 폭행치사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서인숙과 한승재가 홍여사를 빗속에 방치했다는 것인데 빗속에 쓰러진 연로한 홍여사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사망할 가능성이 있음을 예견할 수 있으므로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은 과실치사죄를 면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경우에 유기죄가 문제될 수도 있습니다만 유기죄는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있는 자'가 유기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인데 사회상규상의 보호의무에 대해서 대법원은 부정하고 있으므로 한승재는 유기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서인숙의 경우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유기한 것이므로 존속유기죄가 성립되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되었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존속유기치사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서인숙과 한승재의 범죄사실이 밝혀지지 않는 상태이므로 공소시효가 문제인데 과실치사죄는 3년이고 존속유기치사죄는 10년입니다. 드라마상에서 서인숙과 한승재가 서인숙을 사망에 이르게 한 후로부터 14년여가 흘렀으니까 현실적으로 서인숙과 한승재에게 법적인 처벌을 할 수는 없습니다. 2007년 소송법 개정으로 공소시효가 더 늘어났지만(예,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15년에서 25년으로 변경) 개정법 시행 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는 종전의 규정을 적용하므로 결과는 같습니다.

법적인 정의는 의미가 좀 다릅니다. 그 중에서 형법적 정의는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아무리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행위라 할지라도 법률이 범죄로서 규정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으며, 범죄에 대하여 법률이 규정한 형벌 이외의 처벌을 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서인숙과 한승재에게 법적인 처벌을 할 수 없다해서 그것이 곧 정의가 죽었다는 것으로 비약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 이 글은 계속 뒷 페이지로 넘겨버리나요? ^^* '열린편집 알고리즘'의 영향도 없는 것을 보니 열린편집 알고리즘은 역시 책임회피를 위한 허언에 불과하다고 자인하는 셈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