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여우누이뎐' 윤두수에게 돌 던질 자격있나?

드라마 '여우누이뎐' 9회에서 연이는 안타깝게도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예고편에 연이가 등장하고 있는데 사람이든 축생이든 간이 꺼내어진 채 생존할 수는 없는 법인데 이와 관련한 작가의 의도는 모르겠으나 연이가 환생했다기보다는 하나의 환영(幻影)으로 봐야 될 것 같고 결국은 한여름밤의 한바탕 꿈일지도 모른다는 내 예상대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칠성판에 눕혀 놓은 연이가 어미 구미호와 부르던 노래를 부르다가 정신을 잃자 윤두수는 차마 죽이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 '초옥아 미안하다'고 절규한다. 그 선택의 갈림길에서 망설이는 순간에 양부인의 몸종 삼월이가 윤두수에게 연이가 즐겨 먹던 설당과자와 피 묻은 손수건을 건네 준다. 만신은 양부인과 처음부터 내통하고 있었고 같이 일을 꾸민 것으로 보이는데 만신의 잔인한 주도면밀함이 치떨린다. 그것을 받고 초옥을 떠올리던 윤두수는 결국 초옥을 살해하고 오작인을 대동하고 나타난 오서방이 연이의 간을 꺼내 항아리에 담아 윤두수에게 건넨다.

윤두수가 밖에 나간 사이에 정규가 동굴로 들어와 칠성판에 묶인 연이를 발견하고 연이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 때 오서방이 정규의 뒷통수를 내리쳐서 기절시키고 정신을 잃은 정규가 연이의 옆에 눕게 된다. 연이와 정규의 사랑은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겠지만 서로가 만날 수 있는 것마저도 그렇게 끝이 나게 될 것인데 그래서 더더욱 그 둘의 사랑이 안타깝다. 노래를 부르던 연이가 정신을 잃게 된 것은 만신이 피워 놓은 양귀비향 때문인 것으로 짐작되는데 그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윤두수는 괜찮은 것을 보면 윤두수 또한 만신과 마찬가지로 양귀비향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동굴이 두 개였는데 연이의 노리개를 구미호가 움직이는 곳에 떨어뜨리고 다른 동굴로 유인한 것은 역시 만신의 지시였던 것으로 보인다. 어미 구미호가 다른 동굴에서 헤매는 도중에 새끼 연이는 최후를 맞이하고 그 순간에 어미 구미호도 이를 직감하게 되지만 그 곳을 찾아서 달려가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다. 어미 구미호는 새끼 연이의 간을 담은 항아리를 들고 나오던 윤두수는 만나게 되고 옥신각신하던 중에 항아리가 깨져서 간이 바닥에 뒹굴자 윤두수는 이를 옷으로 감싸서 들고 간다.

구미호는 마침내 연이의 사체를 발견하고 연이의 간이 꺼내진 것을 확인하고 절규한다. "아가, 아가, 정신차려 보거라. 아가, 어미가 왔다. 연아, 이게 어찌된 일이냐. 아가, 연아." 구미호는 연이를 땅에 묻으려던 오작인의 간을 꺼내 살해하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천우를 살려둘 수 없다며 천우의 목을 조른다. "호숫가에서 당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서 시간 끌지만 않았으면, 그 때 바보처럼 망설이지만 않았다면 연이를 죽게 만들지 않았을텐데 연이가 죽은 것은 내 탓이니 죽이십시오. 당신의 손에 죽는 것은 억울할게 없다"고 천우가 말하자 구미호는 "허면 내 정체를 알고도 날 도운 것이냐?"라며 천우를 죽이지 못한다.

구미호는 연이를 들쳐 업고 가다가 다시 생겨난 여우구슬을 연이의 입에 넣으려고 하지만 연이는 이를 삼킬수가 없다. "연아 제발 삼키거라. 이것을 삼켜야 된다."라고 애원하지만 여우구슬은 땅에 떨어져서 증발해버린다. 또 다시 여우구슬이 생겨날 때까지 생명의 위협에 저항할 힘을 잃을수도 있는데도 연이를 살려보겠다고 어미 구미호는 여우구슬을 하늘로 날려버렸고 연이도 그렇게 마지막일수도 있었을 기회를 잃고 하늘로 올라가버렸다.



연이의 간을 갖고 집으로 돌아온 윤두수는 반은 실성한 상태인데 시장하다며 밥상을 차려달라하고는 모든 그릇의 음식을 깨끗이 비워버린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인간들이 얼마나 이기적인가를 표현한 말이라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윤두수가 가져 온 간을 먹고 초옥이 살아났다고 양부인이 알리지만 윤두수는 나중에 보겠다며 잠을 청한다. 연이가 자기를 해하는 꿈을 꾸는 윤두수를 초옥이 흔들어 깨운다. 아버지가 가져 온 약을 먹고 살아났으니 고맙다고 말하는 초옥을 껴안고 윤두수는 "그래. 우리 초옥이가 살았다. 그럼 된 것이다."라고 자위한다.

정신을 차린 윤두수는 오서방에게 구산댁을 찾아서 확실히 없애라고 지시하고 만신이 찾아와서 연이의 옷을 입으려는 초옥에게서 옷을 빼앗는다. 양부인이 만신에게 마지막이라며 돈을 건네자 만신은 연이의 것이라면 모든 것을 없애야하고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린다면 초옥이 큰 화를 당할 거라고 알려주자 양부인은 연이가 갖고 있던 모든 것을 불살라버린다.

연이를 업고 폐가를 찾아 온 구미호는 연이가 예전에 버섯을 함부로 먹다가 토했던 것을 떠올리다가 연이가 벽에다가 구미호를 그려놓았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순간에 윤두수가 자기를 강제로 돌려보내던 일을 떠올리고 절규하는데 윤두수가 보낸 자객들이 나타나 구미호를 죽이려고 한다. 이 때 어디선가 나타난 천우가 구미호를 구해 도망하게 도와준다. 구미호는 마침내 손으로 땅을 파 연이를 눕히고 팔베개를 한 채 연이의 옆에 같이 눕는다. 연이의 봉분에서 정신을 차린 구미호는 "우리 예쁜 애기 정말 갔나보네. 너 없이 이 이 에미는 어찌 살라고"라며 눈물짓는다.

윤두수는 초옥이 살아나게 되어 잔치를 열게 되는데 여기에 구미호가 등장한다. 조현감과 함께 있는 윤두수에게 찾아가 주전자를 들어 윤두수 머리에 물을 쏟아 붓고 연이를 살려내라고 절규하며 침을 뱉는다. "이 짐승만도 못한 놈. 죄 없는 아이를 죽여놓고 잔치를 벌이다니. 그러고도 니 놈이 사람이라 할 수 있느냐? 인두겁을 쓰고 어찌 그런 짓을. 이러려고 우리 연이를 데리고 온 것이냐? 퉤~~ 금수만도 못한 니 놈의 더러운 술수에 놀아난 것을 생각하면 내 지금 당장혀를 깨물고 죽고 싶지만 원통해서 이대론 안되겠다. 니 놈의 숨통부터 끊어야겠다. 내 딸 살려내라 이 놈 우리 연이를 살려내란 말이다."



윤두수네 식솔들에게 끌려나오던 구미호는 건강하게 돌아다니는 초옥을 발견하고 눈이 뒤집혀 "아주 토실토실 살이 쪘구나. 알고 있느냐? 니가 지금 뭘 먹고 이리됐는지 알고 있느냔 말이다."라고 초옥에게 말한다. 초옥은 아버지 윤두수가 구해다 준 호랑이 간을 먹고 건강해졌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 여기에 대고 구미호는 차마 사실대로 말을 꺼낼수가 없어 망설이고 있는데 윤두수가 나타나 식솔들에게 구미호를 가두라고 명한다. 구미호는 "죄의 댓가를 받을 준비는 됐느냐? 내 니 가슴을 쥐어 뜯고 심장을 도려내어 내 피 맺힌 원한을 씻을 것이다. 니 놈들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천배만배 갚아 줄 것이다 갈기갈기 찢어 놓을 것이다."라고 저주를 퍼부으며 끌려간다.

광에 갇힌 구미호는 다시 찾아 온 조현감에게 연이가 누구에게 살해당했는지 토설하겠다며 관아로 끌려가는데 윤두수가 이를 막기 위해서 말을 타고 어디론가 간다. 관아로 가던 도중에 윤두수의 말발굽 소리를 들은 구미호는 도망을 치고 윤두수가 가는 길목에서 윤두수의 말만 멈추게 한다. 윤두수는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주위를 살피지만 구미호의 위협을 느낀 윤두수의 말은 움직이지 않으려고 한다. 이 때 구미호가 몸을 날려 윤두수를 덮치고 목을 조른다.

"네 이 놈. 이제야 니 놈과 단 둘이 있게 됐구나. 내 너를 관아에 넘길 줄 알았느냐? 너를 넘겨봐야 무엇하겠느냐? 니 놈이나 그 영감놈이나 다 똑같은 인간들이다. 네 니 놈들한테 또 속을 것 같으냐? 니 놈이 내 새끼한테 한 짓을 기억하느냐?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내 아이한테 니 놈이 한 짓을 기억하느냐? 내 아이의 간을 도려낼 때 니 심장은 어떠했느냐? 니 새끼 입에 우리 연이의 간을 쳐 넣을 때 니 심장은 또 어떠했느냐? 니 새끼가 우리 연이 간을 먹은 입으로 니 앞에서 크게 웃을 때 니 심장은 또 어떠했느냐?"

그 때 다시 뒤돌아온 오서방 일행이 쏜 화살에 구미호가 맞게 되자 일어난 윤두수가 구미호에게 칼을 겨누고 구미호는 달아나는데 결국은 또 다시 낭떠러지 위에 서게 된다. 윤두수에게서 도망치던 연이 역시 낭떠러지에 매달렸다가 끝내 윤두수에게 잡혔는데 이번에도 구미호는 윤두수에게 당하고 말 것인가? 그 때 구미호의 귓가에 연이의 '어디까지 왔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구미호는 그 노래를 따라부르다가 낭떠러지로 몸을 던진다. 새끼를 잃은 어미가 새끼가 있는 곳으로 간다는 설레임에서였을까 아니면 새끼의 한을 풀어주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는 한이 서려서였을까, 떨어지는 구미호의 눈물범벅된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지고 평안해보이기도 한다.



자기의 여식인 초옥을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사랑한다던 구산댁의 여식이자 살아있는 생명체인 연이를 살해하고 기어이 간을 축출해가는 윤두수의 행위를 부정(父情)이란 말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 양부인은 처음부터 만신과 내통하며 이런 추잡한 일을 꾸며왔던 것으로 보이고 그 결과물로 윤두수가 가져 온 연이의 간을 초옥에게 먹이는데 이러한 양부인의 행위를 모정(母情)이란 말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

그러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윤두수의 행위를 모욕하고 경멸할 수 있는가? 당신의 자식이 죽어가고 있고 그 자식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슨 일이든 하려고 들지 않을 것인가? 그 순간에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타당한가를 따져보고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일이라면 자식을 살릴 수도 있다는 그 길을 당신은 포기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자신있게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윤두수의 죄목은 '살인죄'에 해당한다. 살인죄란 사람을 살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살해행위시에 생명이 있는 사람을 살해하면 살인죄가 성립한다. 초옥은 비록 구미호가 될 운명이었으나 윤두수가 살해를 할 당시에는 사람이었으므로 윤두수가 살해한 것은 구미호가 아니라 사람이 된다. 윤두수는 연이를 살해하겠다는 고의가 있었고 자기의 여식인 초옥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고는하나 그것이 정당행위나 정당방위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윤두수가 살인죄를 면할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굳이 윤두수에게 살인죄를 씌워 벌하지 않아도 윤두수는 이미 벌을 받고 있다. 오서방은 윤두수네 하인들이 초옥이 먹은 것은 짐승 간이 아니라 사람 간이라고 수근거리는 것을 듣고 윤두수에게 하인들 입단속을 시키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윤두수는 그런 일이라면 직접 하겠다며 하인들을 모두 마당으로 불러놓고 수근거렸던 하인에게 독하게 매질을 한다. 매질을 당하던 하인이 기절하자 물을 부어 깨우고는 함부로 입을 놀리면 어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겠다며 인두를 들어 입을 지진다. 윤두수는 평생 사람을 살해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고 살인행위를 덮기 위해서 노심초사해야 될 것이고 이러한 압박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점점 더 포악해져 갈 것이며 가끔씩 폭식을 해야 될 것이다.



이렇게 포악해진 윤두수를 본 계향은 충일, 충이 두 아들을 불러 놓고 "이제 연이의 연자도 꺼내지 마라. 아니다. 연자로 시작하는 말은 아예 하지도 마라"고 한다. 연시가 먹고 싶으면 어떻게 하냐는 충이의 말에 이 집에서 살고 싶으면 무조건 참으라고 한다. 그러자 연이가 갖고 있던 구슬을 뺏고 구박하던 충일이 다음과 같이 대꾸한다. 사사건건 연이를 무시하며 괴롭히고 이를 몸으로 제지했던 말 못하는 천우를 따로 불러내 매질을 할 정도로 포악했던 충일을 무엇이 이렇게 바꿔놓았을까? 어쨌거나 오늘의 주목할 한마디는 아래에 있는 충일의 말이다.

"연이가 불쌍합니다. 나으리를 좋은 사람이라고 믿은 연이가 불쌍하다고요."


첨(添) ; 2010. 8. 3. 17 : 25

왜 본인들의 개인적인 생각을 쓰지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빼내가서 자기 것인양 포장하세요? 개인의 의견이 어떤 것이든 가치 없는 것은 없습니다만 다른 사람의 글을 차용해서 마치 자기의 생각인양 포장해내는 글은 그냥 쓰레기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그 글이 이슈가 된다고 해봐야 당신의 양심에 쓰레기 몇 더미만 쌓여갈 뿐입니다. 당신이 얻게 되는 것은 유명블로그라는 명성이 아니라 도둑이라는 불명예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쓰레기들을 예외없이 베스트에 올리는 다음 뷰 편집자들은 도둑질을 방조하고 도둑을 양산하는 행위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