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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존폐의 경계선에서의 해법


"'1박2일', 뭔가 불안하세요?"

KBS 해피선데이 '1박2일' 프로그램 중에서 MC 강호동이 나영석 PD에게 던진 위의 질문이 현재 '1박2일'이 처해있는 상황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 주제가 여행으로 한정되어 있는 '1박2일'의 한계는 언제든 오게 마련인데 시청자들의 기대치에 훨씬 못미치는 방송 횟수가 잦아진다면 어느 순간 썰물 빠지듯이 시청률도 낮아지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현재 '1박2일'은 존폐의 경계선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이고 제작진들도 역시 이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면에서 이번주 방송은 의미가 큰 방송이었다고 본다.

이번 주 '1박2일'은 시작부터 조금 특이했는데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그때 그때 해오던 복불복을 한꺼번에 몰아서 복불복 특집이라는 주제로 엮어냈다. 이것이 의외성의 묘미를 반감시키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졌는데 제작진들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더해져서 의외로 색다른 의외성을 만들어냈고 이로 인한 재미도 추가되었다. '1박2일' 제작진들의 이러한 시도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아마도 당분간은 '1박2일'에 뭔가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것도 정해놓지 않은 여행지를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복불복은 잘 짜여진 한편의 스토리로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여행지 선정은 지도상에서 하나의 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 결국은 그 하나의 점마저도 정해놓지 않았다는 것은 대단한 발상이었다. 이러한 발상이 창의적이다보니 복불복에 동원된 소재들 또한 신선해보였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여행에서 필요한 복불복이 끝나고 옵션으로 낙오자를 선발하는 복불복은 상당히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은지원은 낙오하는가의 여부를 가르는 복불복에서 다수의 의견과는 반대로 선택하는 바람에 낙오자를 골라내야하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낙오자의 복장까지 선택하게 되었는데 낙오자로 낙점된 사람 또한 은지원이었다. 여섯 멤버들이 낙오자를 선택하기 위해 함께 던진 주사위의 윗부분이 은지원이었는데 그대로 낙하하다가 하필이면 낙오자가 지고 갈 지게에 부딪히면서 주사위가 멈춰버린 것이다. 하늘이 미리 점지해두었던 낙오자가 바로 은지원이었던 셈이고 은지원은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듯이 그 정해진 길을 갔다.

그 외에 근무태도에 대한 복불복은 제작진과 여섯 멤버들간의 은근한 심리전까지 더해지면서 재미를 더했다. 선택자로 나선 MC몽이 '열심히 안한다'를 선택했는데 그 내용은 MC 몽의 지레짐작과는 달리 멤버를 방출한다는 것이었고 열심히 안하는 출연자는 '1박2일'에는 필요없다고 짐짓 허세를 부리는 제작진들도 충분한 재미를 더했다. 방출하는 멤버를 결정하기 위한 통화에서 '남자의자격' PD가 강호동을 지목했고 이경규와 바꾸겠냐는 질문에 너무나도 쉽게 바꾸자고 하는 것은 역시 인기예능 프로그램 PD들의 우수한 예능감각이라고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이경규와 강호동이 서로 교체되는 상황이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닐까? 여섯 멤버들이 똘똘 뭉쳐서 완강히 거부하고는 있지만 이벤트성 교체 정도는 등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이 또한 꽤나 재미있을 것 같다.

어쨌든 이렇게 결정된 여행지인 '바다가 보이는 자그마한 어촌'을 찾아헤매는 여섯 멤버들과 이를 뒤쫓는 제작진들이 만들어내는 의외성만으로도 1회 방송분량으로서 손색이 없다. 저런 아이디어를 내놓은 제작진들과 적당히 아무곳이나 찾기보다는 그래도 괜찮은데를 찾아나서는 여섯 멤버들간의 찰떡궁합은 '1박2일'이 여전히 건재할 것이라는 방증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최종 목적지가 확실히 정해지지도 않은 채 지게까지 지고 낙오한 은지원은 당진행 버스를 탔는데 과연 무사히 본진과 합류할 수 있을지 이것만으로도 다음 주 방송을 기다리게 할만한 유인(誘因)으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언제든지 생겨날 수 있는 '1박2일'의 한계상황에 대한 해법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디어'와 '창의성'이다. 지금까지와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차별적인 내용을 뽑아 낼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전국을 이잡듯이 뒤지고 다닐수도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은 별로 의미도 없거니와 또 다른 식상함으로 연결되고 말것이다. '1박2일'이 계속해서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앞으로는 톡톡 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존과는 다른 포맷으로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한 실험들이 실패할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실패에서 또 다른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내면 된다. 작업자의 실수로 생겨났으나 단순한 실수담에서 그치지 않고 파워브랜드로 거듭난 '물에 뜨는 비누'의 경우가 좋은 예일 것이다. 기존의 상식과 고정관념을 깨는 역발상적 아이디어가 성공하는 경우는 많은데 이러한 역발상적 아이디어가 가장 빛을 발하는 곳이 바로 방송이 아닐까 생각한다. '1박2일'이 현재의 인기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게 필요할 것 같다.

"Resources is limited, Creativity is unlimited!" 이것은 국내 굴지의 모 기업 본사에 붙여져 있는 캐치프레이즈다. '1박2일'의 경우는 여행지와 이로 인한 에피소드는 한정되어 있지만 이것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 이게 답인가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맥스웰 M 음케잘람바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회 경제위원장은 위의 캐치프레이즈를 역으로 인용해서 "Creativity is Limited, Resources are Unlimited!"라며 한국 기업의 대 아프리카 투자를 요청한 적이 있다고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역발상적 아이디어는 서로 다른 것 같지만 또 서로 같다고 할 수 있겠다.



'1박2일'같은 프로그램이 좀 더 오래 유지되기를 바라는 생각에서 제작진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는 일반론을 언급해 보았다. 사실 아이디어라는게 샘물처럼 끊임없이 퐁퐁 솟아나는 것도 아니고 당사자들로서는 고통스럽고 지난한 일이겠지만 이렇게 누군가가 내놓은 아이디어를 비판하는건 누구나 할 수 있고 참으로 쉬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소비자인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므로 생산자이자 공급자인 '1박2일' 제작진들이 이러한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의견이나 본문과 같은 일반론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어낼 수 있다면 시청자와 제작진 모두가 윈윈하는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