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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김탁구' 구체화되는 미순의 복수


드라마 '제빵왕김탁구' 15부는 별다른 특징없이 밋밋하게 전개되었는데 극을 지배하고 있던 긴장감의 상당부분이 허망하게 풀려버린듯한 느낌이다. 또 다른 새로운 갈등을 예고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별다른 설득력이 없어보였고 이전과 같이 눈길을 붙잡을만큼의 유인이 될지는 의문이다. 15부를 기점으로 드라마 '제빵왕김탁구'는 전체적으로 왠지 김이 빠져버린듯한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의 예측대로 제빵실의 가스를 누출시킨 범인은 고재복으로 밝혀졌다. 작가가 이 사건을 너무 단순하게 활용하려고 했다는 느낌이다. 또한 그렇게 끌고 가기 위한 디테일이 세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 드라마가 추리물은 아닐테니 큰 의미는 없겠다. 결국 탁구는 재복의 소행을 팔봉제빵점 식구들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고 이를 계기로 재복이 탁구의 편이 된다는 정도로 마무리될 것 같다. 고작 이런 정도의 전개를 하기 위해서 제빵실 폭발로 탁구를 실명위기까지 끌고 갔었나하는 생각에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재복이 제빵실에 숨어 들어가서 탁구의 밀가루를 제외하고 경합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의 밀가루에 소다를 섞었다가 진구에게 덜미가 잡힌다는 에피소드는 오히려 스토리 전개를 지지부진하게 만들고 긴장감마저 떨어지게 만든 불필요한 것이었다. 그렇게 되니 탁구가 재복을 끌고 한승재를 찾아간다는 장면마저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워보인다. 고작 이렇게 끝날 사건이 '왜 그랬냐보다 누가 그랬냐를 밝히는게 더 시급한 일'이었나 의문이다.



이전회에서 조진구가 가스누출 사건의 범인은 아니라는 식으로 몰고 간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것이 향후 전개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가지 언급하고 가야 할 것은 조진구는 여전히 한승재의 포섭대상일거라는 것인데 동생의 병원비 마련이 시급한 조진구로서는 한승재의 유혹을 간단하게 물리치기는 힘들 것이고 그러한 유혹에서 벗어났다는 정황은 없다. 단지 한승재가 조진구에게 제의를 한 때로부터 2년이라는 기간이 지났고 이번회처럼 스토리가 건너뛴 채 전개되는거라면 조진구가 김탁구의 편에서 도움을 주게 될 거라는 기대에서 변동되는 사항은 없을 수도 있겠다.

김탁구는 제빵실에서 연습하고 있던 중에 제빵실에 들른 구일중과 마주치고 구일중으로부터 연습생 시절의 경험담을 듣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한 도움을 받게 된다. 스스로 체험해서 얻어야 자기 것이 될 수 있다고 충고한 구일중은 탁구에게 이름을 묻지만 탁구는 그냥 김군이라고만 부르라고 하면서 그 둘은 여전히 부자관계임을 모르게 된다. 김탁구는 얼굴을 닦으라며 구일중이 건네 준 손수건을 보물단지마냥 손에 꼭 쥐고 제빵실을 나가는 구일중에게 90도 인사를 한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구마준과의 대화를 통해서 보면 김탁구가 구일중을 만나게 될 시점은 예전에 구일중이 김탁구에게 말했듯이 김탁구 스스로가 구일중에게 '아주 특별한 아들'이 되었다고 자부할 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것은 김탁구의 심리적인 면에서 봤을 때의 얘기고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 두 부자의 상봉 시점은 변경될 수도 있다. 이런 식의 전개는 이른바 통속극에서는 일종의 공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는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이란 특정한 빵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드디어 팔봉제빵점에서 경합이 시작되고 네 명이 경합에 참여하게 되는데 첫번째 경합의 주제로 내놓은 것은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이다. 15일 동안 각자가 생각하는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을 만들어오라는 것인데 도대체 이게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그냥 탁구의 동선만 쫓아가면 되므로 사실은 너무 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제빵에 대한 상식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어떤 빵인지 지목할 수는 없겠지만 이 문제에 대한 답은 특정한 빵을 만든다는 물질적인 것에 있는게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이 무엇인지에 대한 각자의 가치관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드라마는 김탁구의 입을 통해서 이에 대한 단서를 흘리기도 했다. 김탁구는 방안에 혼자 앉아서 "세상에서 가장 배가 부른 빵. 그거야 배고플 때 먹는 빵이잖아. 시장이 반찬이란 말도 있잖아. 내 빵 먹이자고 팔봉선생을 쫄쫄 굶길수도 없고"라고 중얼거린다. 그 전의 장면으로 돌아가면 구마준이 늦게까지 제빵실에서 연습을 하는 동안 김탁구는 방 안에서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을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 다음에 화면은 책상위에 놓인 김미순과 찍은 사진, 구일중이 준 손수건, 신유경이 선물한 모자를 보여준다. 김탁구는 엄마를 만나고 구일중을 만나고 신유경을 만나는 달콤한 꿈을 꾸고 있었을 것이다. 현재까지는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이란 이런 정도의 단서에서 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기서 꽤 흥미로운 장면이 나왔다. 제빵실에서 빵굽기에 계속 실패하는 김탁구는 혼자서 "정말 안되는거냐?"고 중얼거리는데 그 시간에 케잌 연구를 하던 양미순은 "안 되는게 어딨어? 하면 하는거지, 안그래?"라고 중얼거린다. 한편 경합을 하게 되는 15일 동안 사용할 재료비로 5만원밖에 받지 못한 네 명의 참가자들의 표정은 제각각인데 양미순은 "15일 동안 쓸 수 있는 재료비가 겨우 5만원이라니"라고 부정적인 반면에 김탁구는 "5만원이면 돈이 모자르나? 일상근무를 소홀히하지 않으면 시간이 모자르나?"라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양미순은 제빵연구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면에 아직 제빵기술이 부족한 김탁구는 그 외의 면에서 긍정적이다. 양미순과 김탁구, 이 둘의 조합은 굉장한 상승효과를 낼거라는 얘기다. 김탁구에게 신유경보다는 오히려 양미순이 더 어울리고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조금씩 구체화되는 미순의 복수 시나리오

서인숙은 회사로 가 신유경을 만나 모욕하고 한승재의 사무실에 들렀다가 자기한테 배달된 것과 같은 의문의 편지를 발견하고 한승재를 의심하고 경계하기 시작한다. 병법에 '적이 뭉쳐 있으면 분열시켜라'는 것이 나오는데 김미순이 서인숙과 한승재의 분열까지 계획에 넣고 편지를 보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승재가 서인숙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않게 하려고 자기에게 온 편지를 감추어 두었다가 우연히 서인숙에게 들킴으로써 생겨난 것으로 김미순이 계획하지 않은 가외소득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한승재가 냉혹하지만 주도면밀한 인물인데 공주댁이 서인숙과 한승재의 대화를 엿듣다가 한승재에게 들키고 한승재가 공주댁을 수상하게 여기기 시작함으로써 한승재와 서인숙이 분열하는 상황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지 서인숙이 한승재에 대한 경계심마저 거두지는 않게 될 수도 있겠다.


(김탁구와 구마준의 싸움장면 ; 김탁구가 양미순에게 두 번 다시는 주먹을 쓰지 않을거라고 말했었는데 싸움은 해도 주먹은 쓰지 않겠다는 얘기였던가? 김탁구는 끝내 주먹은 휘두르지 않았다. ^^*)

닥터윤이 김미순에게 "이제 슬슬 나사장쪽을 움직여볼까합니다만, 괜찮겠습니까?"라고 말하면서 김미순과 닥터윤은 드디어 서인숙과 한승재에 대한 복수의 칼을 뽑아 들었다. 나사장이 서인숙을 찾아가 '2년 전 지분매입 때 융통해주었던 자금을 회수해야겠다'며 '기일을 더 늦춰드릴수가 없게 되었으며 현금이 안되면 지분으로 받을수도 있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김미순은 '곧 장마가 올 모양이고 아무래도 이번 장마는 제법 오래될듯 싶다'고 말하는데 그들의 싸움도 꽤나 쉽지 않을거라는 얘기가 될 것이다.

원하는 지분을 모두 확보하는데 필요한 기간이라고 했던 2년이 지난 시점이니 스토리 전개에 큰 무리는 없겠는데 김미순은 도대체 무엇을 해서 돈을 벌었을까? 김미순이 실종되었던 기간은 12년이었고 홍여사의 무덤에 기일마다 꽃다발을 놓고 간 것은 10년이라고 했었다. 2년은 부상을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하는데 소요된 기간이었다고 본다면 나머지 10년과 그 후 2년을 더해 12년 동안에 김미순은 그 많은 돈을 모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고 시골의사였던 닥터윤이 돈이 많아서 김미순에게 투자해줬다고 보기도 힘들다. 또한 이전 글에서 닥터윤과 김미순이 부부의 연을 맺었을수도 있다는 추정을 해봤던 적이 있는데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그 둘은 아직 부부는 아닌 것으로 짐작된다. 나사장이란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면 혹시 사채업을 하는건 아닐까하는 막연한 추정만 해볼뿐인데 드라마가 이 미스테리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