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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누이뎐' 빙의망상한 초옥의 해프닝?

구미호의 새끼 연이는 마침내 십자가 모양의 널판지 위에 묶이고 목에는 예전에 만신이 연이에게 주었으나 이를 수상하게 여긴 구미호가 만신에게 되돌려주었던 엽전을 목에 걸고 누워 있다. 옆에는 윤두수가 칼을 들고 연이의 간을 꺼낼 준비를 한다. 결국 드라마 '여우누이뎐' 작가는 비극을 선택하는 것인가? 윤두수는 살려달라는 연이에게 아프지는 않을거라 빨리 끝날거라 어르며 마지막까지 구미호와 연이의 신뢰를 배신한 채 살아있는 연이의 배를 가르고 간을 꺼내는 금수만도 못한 짓을 저지르고야 말 것인가?

연이는 자기에 대한 윤두수의 사랑을 신뢰하고 윤두수를 찾아가 살려달라고 하지만 윤두수는 자신을 믿고 품으로 찾아 든 연이의 믿음을 배신하고 연이를 만신이 은거하는 동굴로 끌고 간다. 기절해 있는 연이를 옆에 놓고 만신은 윤두수에게서 윤두수가 직접 살생했다는 증표에 서명해 줄 것을 요구한다. 윤두수는 나를 못믿느냐고 호통쳐보지만 결국 증표에 서명할 수밖에 없고 만신은 윤두수에게 칼을 건네주며 직접 연이의 배를 가르고 간을 꺼내라고 한다. 초옥을 살리기 위해서는 윤두수가 직접 해야 하는 일이고 만신이 대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한다.



조현감의 수하가 이 장면을 엿보다가 들키면서 잠시 시간이 지체되었고 윤두수가 칼을 들고 고민하는 사이 깨어난 연이는 동굴을 빠져나와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 순간에 연이는 자기가 초옥을 위해 만들었던 수의가 결국은 초옥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고 초옥 대신에 자기가 죽게 된다는 것과 윤두수의 연이에 대한 사랑이 결국은 이 모든 것을 계산에 넣은 의도적인 것이었다는 것들을 모두 깨닫게 된다. 그제서야 인간들을 절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어미 구미호의 말을 떠올리고 그 말의 뜻을 절감한다.

도망가다가 뒤쫓아온 윤두수와 맞딱뜨리게 되고 윤두수에게 애원을 해보지만 윤두수는 끝내 해치지 않을테니 자기를 믿으라고 한다. 이 때 어디선가 또 까마귀떼가 나타나고 이 틈을 타 연이는 도망하게 된다. 연이는 까마귀떼로 인해 반인반수로 변하게 될 자기의 모습을 윤두수에게 마지막까지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조금만 더 살아남는다면 구미호가 될 수 있는 운명인 연이는 자기의 간을 꺼내 죽이려고하는 금수만도 못한 윤두수에 대한 정을 끝까지 지키고 싶다.

연이는 반인반수의 모습으로 변해 까마귀떼의 습격을 벗어나는데 하필 이 때 어디선가 정규가 연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반인반수의 모습으로 차마 정규앞에 나타날 수 없는 연이는 손과 볼을 쓰다듬으며 반인반수의 모습이 사라지길 바라지만 정규가 자리를 뜬 뒤에야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연이에게 무엇 때문에 못 나서는지 알고 있으니 나오라고 소리치던 정규는 조현감에게 붙잡혀 끌려가다가 구미호를 만난다. 정규는 구미호에게 연이가 무슨 사정이 있어서 못나오지만 분명히 근처에 있다고 말을 한다. 구미호에게 인간인 정규는 사정이 있다며 반인반수인 연이를 감싸주려고 한다. 연이의 생존에 정규가 어떤 열쇠를 쥐고 있는건 아닐까했던 내 추정은 빗나갈지도 모르겠기에 연이와 정규의 사랑이 안타깝다.

연이는 아버지인 나무꾼이 자살함으로써 살던 집을 떠나 구미호와 잠시 머물렀던 폐가로 찾아들어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벽에다 어미 구미호를 그린다. 그리고 연이를 찾아헤매던 구미호는 윤두수를 만나게 되는데 부상이 심한 윤두수를 연이와 머물렀던 적이 있는 폐가가 있다며 그 쪽으로 안내한다. 거기에 연이가 있을거라 직감한 윤두수는 폐가가 가까워지자 구미호를 억지로 돌려보낸다. 윤두수는 자기에 대한 구미호 모녀의 믿음을 끝까지 이용하고 배신하게 되는 추악한 이중성을 보여준다.



결국 폐가에서 연이는 또 다시 윤두수와 만나게 되고 도망을 치다가 낭떠러지에 서게 된다. 윤두수는 연이가 낭떠러지에서 추락해 사망하면 초옥도 죽게 될 것이기에 또 다시 자신에 대한 연이의 신뢰를 미끼로 이용해 연이를 유혹하려고 한다. 그러나 연이는 더 이상 윤두수를 신뢰하지 않게 되었고 낭떠러지에서 추락하다가 간신히 지푸라기를 잡고 버틴다. 윤두수가 내민 손을 피하기 위해 바위 끝을 잡고 버티던 연이는 힘이 빠져 추락하게 되는 순간에 윤두수가 연이의 손을 잡아챈다. 미처 윤두수의 손을 피하지 못한 연이는 그렇게 윤두수에게 붙잡혀 만신이 은거하는 동굴로 다시 잡혀와 십자가 모양의 널판지 위에 묶이고 엽전을 목에 걸고 최후를 맞을 준비를 해야 된다.

이 순간 연이는 마지막 꾀를 내어 윤두수에게 "나으리 청이 하나 있습니다. 노래를 불러도 되겠습니까?"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구미호와 놀 때 자주 불렀던 '어디까지 왔나' 노래를 부르며 어미가 그 소리를 듣고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잡아본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란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게다. 연이에게 '바늘 가는 곳에 실 간다'던 구미호는 과연 연이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이 노래소리를 듣고 연이에게 찾아 와 연이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참으로 안타깝지만 연이의 마지막 바램은 물거품이 될 것 같다. 그 시각 구미호는 도대체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 연이를 애타게 찾아헤매다 연이의 방울 노리개를 발견하게 된 구미호는 과연 연이의 애끓는 노래 소리를 듣고 연이를 향해서 오고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구미호는 연이의 노래 소리가 아니라 누군가가 걸어가며 흔드는 방울 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향해 쫓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방울은 도대체 누가 흔들며 가고 있는 것일까? 그 방울소리는 구미호를 연이가 있는 동굴로 안내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구미호가 동굴에서 멀리 떨어지도록 유인하려는 것일까?



드라마 '여우누이뎐' 8회는 시청자의 가슴을 너무나도 폭폭하게 한다. 결국 연이는 이렇게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고 그 댓가로 초옥은 건강을 되찾게되는 것일까? 초반부엔 초옥이 구미호일수도 있다는 힌트를 몇 개 흘렸던 작가는 더 이상은 초옥이 구미호라는 암시를 하지 않고 있다. 그 전의 힌트는 연이와 초옥의 운명적인 만남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는데 내가 너무 앞서간 것이었나? 그런데 연이가 여기서 생을 마감한다면 아직도 절반이나 남아 있는 분량을 어떤 내용으로 채울 것인지 의문이 든다.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을 본다면 연이와 초옥이 각각 살 수 있는 길은 없다. 그렇다면 그 둘이 한몸으로 살게 될거라는 것인가? 결국 억울하게 죽은 연이가 허약한 초옥에게 빙의하여 나타나게 되고 그렇게 초옥은 때로는 인간으로 윤두수와 살고 때로는 구미호로 구산댁과 살아가는 극과 극의 다른 일생을 살게 된다는 것인가? 연이의 손을 놓고 초옥의 손을 잡았다고 믿었던 윤두수는 사실은 연이의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은 연이의 손을 잡은 채 살아가게 된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새끼 연이를 잃은 구미호는 윤두수 일가에 대한 복수를 실행할 것인가? 아니면 구미호도 초옥에게서 보이는 연이의 손을 잡고 살게 될 것인가?

작가는 자기 몸에 구미호가 빙의하였다고 믿는 빙의망상(憑依妄想)에 시달리는 초옥을 둘러 싸고 벌어졌던 하나의 해프닝으로 이 드라마를 마무리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빙의망상은 흔히 내장(內臟) 감각의 환각을 수반한다고 하는데 헛것을 보고 헛것을 듣고 헛냄새를 맡고 헛맛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이제 절반을 지난 드라마 '여우누이뎐'은 여전히 의문 투성이인데 이 드라마의 작가는 또 어떤 내용을 들고 나와 사람을 놀래킬지 다음주가 너무나도 기다려진다.

드라마 '여우누이뎐'에서 찾게 된 옥에 티가 있다. 만신이 윤두수에게 윤두수가 직접 살생했다는 증표를 요구하는 제일 위에 삽입된 이미지를 보면 서명하는 날짜가 쓰여 있는데 년도를 정유년(丁酉年)이라 기재한 것 같다. 드라마상에서 초옥의 출생년도는 갑자년이라고 했었고 그로부터 꼬박 10년이 되는 날에 살생을 하는 것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초옥이 출생한 뒤 10년이 지난 해라면 정유년이 아니라 기산점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계유년(癸酉年) 또는 갑술년(甲戌年)이어야 맞다. 월은 칠월이라 나와 있는데 월단위까지의 갑자는 계산해보기 번거로워서 따져보지 않아서 맞는지 잘 모르겠다. 한편 여기서 만신이 기재한 문구는 살인(殺人)이 아니라 살생(殺生)이라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여우누이뎐' 다음 글의 주제는 "만신의 정체"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사실은 이번에 만신의 정체에 대해서 쓰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드라마의 절반분량이 지나면서 큰 전환점이 생겼고 이에 대해 언급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만신의 정체에 대해서는 머릿속에서 정리만 했을 뿐 아직 글로 써내지는 못했기에 부득이하게 뒤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첨(添) ; 2010. 7. 28. 수. 14 : 32

도망가는 연이, 연이를 찾아 헤매는 구미호, 연이를 뒤쫓는 윤두수, 연이의 생명은 뒷전이고 오로지 윤두수를 궁지로 몰아넣을 증거를 찾는데만 혈안이 된 조현감(사실 조현감은 연이가 생존해 있기는 바란다기보다 죽었기를 바라고 그 사체를 찾아 헤매는 추악한 속내를 갖고 있다), 윤두수가 안전하게 연이의 간을 가져오게 하기 위해 양부인이 풀어놓은 왈패들, 이들의 서로 얽히고 설키는 추격장면이 지루했다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군요.

사실 그렇게 느끼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고 보는데요, 향후 남아 있는 절반의 스토리 전개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갈팡질팡하는듯한 느낌을 주었다는 것인데요, 저는 오히려 이를 편집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얽히는 장면들에서 향후 스토리 전개를 위한 복선들도 많이 있었는데 이러한 필수불가결한 장치들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편집을 조금 다르게 가져갔다면 훨씬 더 깔끔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적절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비유해보고 싶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목적지가 아직 멀었다고 하더라도 차가 계속해서 달리고 있다면 크게 지루하다고 느끼지는 않습니다만, 가다서다를 자주하게 되면 목적지가 아무리 가깝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이 정말로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이처럼 '여우누이뎐' 8회의 경우는 편집이 스토리 전개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마치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처럼 지루하게 느끼게 만들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