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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바람불어좋은날' 시동생이 왜 하대하나?

KBS 일일연속극 '바람불어좋은날'을 시청하다 보면 상당히 거슬리는 장면이 있다. 극중에서 장대한의 동생인 장민국이 형수인 권오복에게 꼬박꼬박 반말을 사용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장민국은 권오복에게 '형수'란 호칭을 사용하지만 대화는 시종일관 반말이다. 형수와의 관계가 아무리 친밀하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반말로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실제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이 드라마의 스토리 전개가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잘은 모르겠는데 첫 방송에서 권오복과 장민국이 한강에 뛰어들게 된 동기였다는 것을 본 적은 있다. 그 후 그 둘의 관계가 어떻게 유지되었는지 어떤 계기로 권오복이 장민국의 형수가 되었는지 등에 대해 세세히 알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권오복과 장민국의 관계가 아무리 친밀한 사이였다고 하더라도 장민국이 형수가 된 권오복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데 장민국이 권오복에게 반말을 하는 것보다 더 잘못은 꼬박꼬박 아랫사람 대하듯이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설혹 형수와의 관계가 워낙 친밀해서 반말로 대화하는 것 정도는 용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반말을 사용하는 것과 아랫사람 대하듯이 하대를 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권오복이 장민국보다 나이가 어리더라도 형과 혼인을 했다면 형에 대한 예우로 대해야 한다.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시청하는 시간대에 방송하는 프로그램에서 가족간의 잘못된 대화법을 방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시청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하다.

우리나라 말은 듣는 사람에 따라서 표현하는 어법이 각각 다르다. 이를 상대존대법(相對尊待法)이라 하는데 여기에는 격식체인 해라체, 하게체, 하오체, 합쇼체와 비격식체인 해체, 해요체가 있다. 극중에서 장민국이 권오복을 대하는 어법을 보면 손아랫사람을 낮춰서 부를 때 쓰는 해라체에 가깝다고 할 수 있기에 상당히 거슬리게 한다. 형수와의 관계가 친밀하다면 상대편을 아주 높이는 격식체인 합쇼체를 사용할 필요까지는 없겠으나 비격식체인 해요체 정도는 사용하는게 좋을 것 같다.



형의 아내, 즉 형수에 대한 호칭의 문제를 더 언급하자면 형수에 대한 우리의 전통적인 호칭은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란 호칭은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를 이르는 말로 쓰인 높임말인데 형수를 아주머니라 호칭한 것은 부모와 같은 항렬의 사람으로 예우하겠다는 의미에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 만약 형수에게 아주머니라 호칭하려 한다면 좋은 결과가 생길 확률은 거의 없을 것이고 평생 형수와의 관계가 데면데면하게 될 수도 있으니 사전에 충분히 취지 설명을 한 후에 사용해야 될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여성들은 아주머니라 불리는 것을 대단히 싫어하고 아주머니란 호칭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원래 아주머니란 호칭은 위에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를 이르는 말로 쓰인 높임말로서 대단히 정겹고 아름다운 호칭이다. 잘 모르는 여자에게 아주머니라 호칭하는 것은 그녀를 얕잡아 부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비록 잘 모르는 타인이지만 높여서 부르고 예우해주기 위해서인 것이다.

아주머니란 호칭에 격이 없다고 여기는 지금의 사회적인 분위기는 대단히 비정상적이라고 본다. 특히나 요즘에는 십수년에서 수십년의 나이차이가 나는 경우임에도 누나 또는 언니라 호칭하라고 요구하는 젊은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성년이 지난 여성이 대여섯살난 아들뻘인 남자아이에게 누나라 부르라하고 누나라 불러주자 좋아라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여성이 참 한심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아주머니란 호칭에 거부감을 갖게 되면서 여성에 대한 마땅한 호칭이 없어졌고 아주머니보다 오히려 격은 떨어지고 어울리지도 않는 누나나 언니란 호칭을 선호하게 되는 우스운 기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아주머니란 호칭을 격이 떨어지는 낮은 말이라 오해하고 배척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머니란 호칭을 정겹고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적인 호칭으로 사용하고 받아들이는게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물론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무조건 아주머니란 호칭을 쓴다든가 여성을 얕잡아보기 위해서 아주머니란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배척되어야 하고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 후반부는 남자인 경우 아저씨란 호칭으로 바꿔서 이해하면 되겠다.

이 드라마는 가끔씩 시청하게 되는 편이지만 대체적으로 '저렴함의 종합선물세트'로 정의해보고 싶을 정도로 별로 주목할만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