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수상한삼형제' 고구마 전도가 떠올랐다

최악의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가 지난 주에 드디어 끝이 났다. 막장 드라마의 특징은 욕을 하면서도 보게 되지만 '이 드라마 대체 언제 끝이 날까'하며 어서 끝이 나기를 바라게 되고 끝이 나도 아쉬움은 전혀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도 역시 드라마가 끝나가도 거기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끝이 나서 후련하기까지 하다. 이 드라마로 시청률 재미는 좀 봤을지 몰라도 작가적 양심은 상당부분 손상되었을 것이다.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가 중반부를 넘기면서 '고구마 전도'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었다. 고구마 전도란 말은 2년여 전에 인터넷에서 고구마 꽃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것인데 다름이 아니라 기독교인들이 전도하는 방법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고구마를 처음에 젓가락으로 찔러 보면 상당히 힘들지만 계속해서 여러번 찌르다보면 고구마가 흐물흐물해져서 찌르기가 쉬워진다는 것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을 전도에 접목시켜서 비유해 놓았던 것 같다.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의 경우도 등장인물들을 여기저기 찔러대면서 각각의 인물들은 너덜너덜해졌고 망가질대로 망가졌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 상상할 가치도 없는 비정상적이고 억지스런 설정을 해야 했고 이런 설정에 제한된 등장인물들을 돌아가면서 역할을 맡겨야 했으니 정상적인 인물은 하나도 남지 않고 모두 만신창이가 되버렸다.


(시청률에 도움이 되는 것은 정말 잘 알고 시청률에 도움만 된다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만신창이로 만드는 작가의 집요함 하나는 인정해줘야 될 것 같다. 태연희 혼자만의 잘못인가? 김현찰은? ; 이미지 출처는 '수상한 삼형제' 홈페이지)

경찰, 만신창이가 되다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의 주인공은 경찰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드라마의 최대 피해자는 다름아닌 경찰이다. 마지막까지 경찰은 놀림감밖에는 안 되었다고 본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도우미'는 '태연희'가 사채업자 박사장의 부하들에 붙잡혀서 강제로 주방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경찰인 '김이상'에게 도움을 청한다. '김이상'은 박사장의 부하들을 잡아들이고 복역중인 박사장을 찾아 가 '협박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며 엄포를 놓는다.

나름대로는 근사해 보이는 장면 같지만 그 이전의 상황과 결부시켜 본다면 김이상의 언행은 웃긴다. 그 이전에 김이상은 형인 '김현찰'이 박사장에게 협박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동네에서 장사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김현찰의 말을 듣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이 비위 사실을 포착하고서도 형의 말만 믿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인데 결국 김현찰은 찜질방을 박사장에게 넘겨야 했다. 하긴 이런 경찰이 없지는 않을 것이고 심지어는 뇌물을 받고 범죄자들을 비호해주는 경찰도 있으니 이런 설정을 했다한들 경찰로서도 할 말은 없겠다. 그 당시에는 찌질한 '김건강'의 황당한 활약으로 김현찰은 박사장의 협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는 했다. 그 장면을 형제애라 치장하고 싶었던 것이겠지만 그건 그냥 두 글자로 '황당'일 뿐이었다.

마지막이 가까웠을 때 전화금융사기(Voice Phishing)와 같은 경찰이 홍보하려는 내용을 담기는 했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된 경찰의 이미지를 살려내기에는 턱없이 부실했다.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았으므로 아울러 경찰의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판단한다면 경찰의 홍보기능 자체가 이미 만신창이인 상태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경찰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것은 필요하겠으나 이렇게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반감을 높일게 아니라 좀 더 창의적이고 세련된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 경찰과 검찰은 예외없이 비정상임은 물론 경찰의 주변에도 정상적인 사람은 찾기 힘들어 보여서 말이다.


(주어영과 김이상, 이 둘은 양자를 들이는 설정으로 끝낼 것이라 짐작했었는데 그렇게까지 하기엔 시간이 부족했었던 모양이다. 전과자가 고아원에 자원봉사한다는 운만 떼고 끝냈다. 이리 찔러보고 저리 찔러보고 시청률에 도움이 되는 막장의 요소는 모두 찔러 너덜너덜해진 후에야 끝을 맺었다. ; 이미지 출처는 '수상한 삼형제' 홈페이지)

유일하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설정

'김순경'이 퇴직하게 된 과정이 워낙 터무니없는 설정이었기에 그 후의 김순경의 언행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사실 전혀 무의미하다. 그래도 의미를 부여해 보는 것은 지구대 일선에서 직접 민원인들과 부딪히며 경찰일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이웃의 친근한 경찰을 위해서다. 직접 현장에서 고생하는 경찰들의 사기를 생각한다면 이런 막장 드라마에 경찰을 등장시켜서 희화화시키는 것은 재고해 봐야 할 것이다. 경찰청이 경찰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경찰들의 사기를 끌어 올릴 요량이라면 말이다.

'김순경'은 퇴직 후에 변호사 사무장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호칭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김순경이 하는 변호사 사무장이라는 것은 구치소나 경찰서 법원 근처에서 사건을 물어오는 브로커다. 가끔 신문지상에서 안 좋은 뉴스에는 단골로 등장하는 바로 그 브로커인데 의뢰인을 변호사에게 소개시키고 그에 대한 댓가로 수수료를 챙기는 사람이다. 변호사 사무장 즉 브로커의 경우는 그 영업방식이 다단계 판매 방식을 벤치마킹했다는 흔적을 많이 찾을 수 있다. 평생 경찰을 천직으로 알고 정직하게만 살아 왔던 김순경이 이런 변호사 사무장 일을 하기에는 부적합하고 답답한 마음에 시작을 해보겠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이 브로커보다 더 악성인 경우로는 법률 전문 로비스트를 들 수 있다. 법률 로비스트는 검찰, 경찰, 언론 등은 물론이고 정치계나 심지어는 조직폭력배와도 선이 닿아 있어서 수사진행에서부터 판결까지 모두 조정한다고 한다. 결국 법률 로비스트가 사건을 맡게 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로비스트가 정해 놓은 각본대로 진행된다.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는 중요하지 않고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되고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되는 것은 오로지 로비스트의 결정에 달려 있을 뿐인 셈이다. 이것은 검찰과 경찰 커넥션보다 훨씬 더 악성인 경우이나 왠만한 인맥과 파워가 없다면 법률 로비스트가 되기는 힘들 것이다.


(이미지 출처는 '수상한 삼형제' 홈페이지)

그 후 김순경은 치킨 호프집을 운영해 보려고 프랜차이즈 회사를 찾아간다. 김순경이 처음에 갔을 때 그 프랜차이즈 회사 사람이 하는 말과 김순경과 같은 이유로 찾아 온 사람들이 외치는 구호만 보고서는 다단계 판매를 다루려는 것인가 했다. 그런데 그 다음주 방송에서 김순경이 치킨 호프집에서 일하는 것을 보고는 김순경이 사기를 당하게 될 거라고 확신했다. 물론 드라마가 끝이 가까웠고 워낙 막장이라 비난받았던 터라 작가가 마지막으로 좋은 일 하나 하고 끝낼수도 있다는 아주 작은 생각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결국은 사기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동안 경찰 일을 해왔던 사람이 그런거에 속겠냐 하겠지만 작정하고 속이려고 한다면 누구라도 속게 되어 있다. 여타 법률가들이라고 해도 속게 되는 이유는 의문을 가진 상태에서 계약서를 검토하는 것과 본인이 직접 계약당사자가 되는 것과의 차이점을 이해하면 된다. 실제로 정년퇴직자들의 퇴직금을 노리는 사기단들도 많고 퇴직금을 사기로 날리게 된 사람들도 있으니 이 설정은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서 유일하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설정이었다 하겠다.

향후에 검찰이나 경찰을 소재로 드라마를 쓰려는 작가가 있다면 피해자를 울리는 브로커나 검찰과 경찰의 추악한 커넥션을 다루는게 어떨까 싶다. 이렇게 브로커나 커넥션에 당해 가해자로 둔갑된 억울한 피해자들은 많다. 그들이 얼마나 억울하면 수십년이 지나도 당시의 담당자들의 이름은 물론이고 현재 근무처까지 일일이 기록해 두고 있을까? 또한 재판부가 잘못된 판결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판결이 너무도 억울하지만 약자인 소시민으로서는 아무것도 할 게 없어서 해당 판사의 이름과 판결의 부당함을 적은 만장을 들고 서 있는 게 전부인 피해자들도 많다. 물론 현 정부에서 이런 내용의 드라마를 쓰기엔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그래도 지구대 일선에서 고생하는 소시민형 말단 경찰을 희화화시켜서 시청률을 높이고 경찰을 홍보하겠다는 막장 드라마를 써대는 작가는 나오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