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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시사현장 사회

미디어법, 비난은 헌재가 아닌 국회에 집중해야

이른바 미디어법에 대한 헌재의 결정으로 일반인들의 비난이 헌재에 집중되었는데 이는 비난을 집중해야 할 대상을 잘못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그런 법을 제정 선포하고 헌재로까지 문제를 끌고 간 국회의원들을 비난해야 되고 헌재의 결정을 근거로 국회의장을 압박해서 여당이 정치적 부담을 갖게 국회를 압박했어야 한다.

모든 비난이 헌재로 집중된데는 진보언론의 잘못이 크다. 별로 알맹이도 없는 감각적인 패러디로 관심을 돌릴게 아니라 이전 사례에서 대응방법을 찾아냈어야 한다. 약 12년전 유사한 헌재의 결정을 두고 보수언론들은 '국회의 날치기 입법에 헌법재판소가 쐐기를 박은 것'이므로 '여야는 절차상 하자가 없는 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국회를 압박하면서 '법률 재개정 불가피'를 역설했던데 비하면 이번에 진보언론들의 대응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헌재를 비난하는 글들을 보면 상당수가 헌재 결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비난하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마치 도미노 현상처럼 누군가가 헌재가 잘못한거라고 하니까 너도 나도 따라서 그 쪽으로 넘어지는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글을 읽다보면 특정 용어에 대해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용어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더니 '그럼 왜 그런 표현을 사용했나'라며 배타적으로 돌변해버린다. 자기와 조금이라도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적으로 돌리고 비난하는데 열을 올리던 고대의 중우(衆愚)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미디어법을 둘러싼 논란의 대부분은 여야간 정치적 의도에 원인이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미디어법을 반대하는 것은 '현재의 방송 체제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보고 방송사들의 기득권을 계속 지켜주려는 정치적 의도'인 것이고 여당이 미디어법을 추진하는 이유 또한 '불리해보이는 현재의 방송 체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놓기 위한 의도'라고 할 수 있다. 그 핵심이 바로 종편 채널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치적 이해득실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며 미디어법의 논란 어디에서도 여야가 주장하는 국민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 미디어법의 취지를 본다면 종편 채널을 고집하는 여당의 잘못이 더 크고 '여든 야든 미디어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자세는 옳지 않다'는 류의 원론적인 주장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난 이 문제를 헌재로까지 끌고 간 야당 특히 민주당을 이해할 수 없다. 미디어법의 제지가 국민들의 권익을 위해 절실하다면 그들의 호언대로 의원직 총사퇴로 배수진을 쳤어야 했다. 그런데 그들은 번번히 그렇게 하지 않았고 이 문제를 헌재로 끌고 갔다. 이미 이전의 선례가 있음에도 헌재로 끌고 가면서 당연한 결말을 주장했으며 헌재의 결정이 나오자마자 오히려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몇 의원들의 복귀를 논의했다는 것은 민주당은 민주당으로 향할지도 모를 비난을 돌릴 대상이 필요했던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젠 민주당 의원들이 총사퇴를 할 리도 없지만 의원직 총사퇴를 한다해도 별 의미도 없고 효과도 없다. 결국 김형오 국회의장을 압박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이고 한나라당은 '헌재 결정 존중, 재논의 불가, 논쟁 종지부'로 버티고 청와대는 침묵을 지키며 시간은 흘러간다. 그러는 사이에 방통위는 '미디어법 헌재결정을 존중한다'며 후속조치를 착착 진행시켜 갈 것이다. 벌써 미디어법은 신종플루에 치이고 세종시에 밀려 물 건너가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이다.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차라리 전략적으로 접근해서 헌재에 권한침해 확인심판만 청구하고 이를 근거로 국회의장을 압박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문제가 좀 어중간해졌는데 헌재가 무효확인청구에 대해 기각 결정을 했지만 신문법안의 경우에는 국회에서 위법 상태를 해소하라는 취지의 의견이 다수였다면, 방송법안의 경우는 법안 선포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점이 법안 자체를 무효화할 정도의 하자는 아니었다는 의견이 다수였기 때문이다.

즉 야당으로서는 방송법안의 경우에는 '권한 침해'에 초점을 맞추고 신문법안의 경우에는 '국회의장의 위법 상태 해소'에 초점을 맞추어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 결정의 효력(헌법재판실무제요)
헌법 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은 모든 국가 기관과 지방자치 단체를 기속한다(법 제67조 제1항). 그러므로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는 헌법재판소가 법 제66조 제2항에 의거한 취소 또는 무효확인결정을 내린 경우는 물론, 권한침해의 확인 결정만 내린 경우에도 관련된 처분이나 부작위를 결정내용에 맞추어 시정하여야 한다. 다른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준수하고 집행하여야 한다.

이것은 민노당 이정희 의원 블로그에 올라 있는 것으로 헌법재판소법을 헌법재판소가 직접 해석하여 발행한 해석서의 내용이라고 한다. 내가 자료가 없기에 위 실무제요에 명시된 '권한침해의 확인 결정만 내린 경우'에 대한 헌재의 정확한 입장을 알 수는 없겠는데 이정희 의원이 주장하는 취지라면 권한 침해에만 초점을 맞춘다해도 국회의장으로서는 헌재의 결정을 회피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이제부터라도 헌재를 비난하는데 쏟는 힘을 김형오 국회의장을 압박하고 자기들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마마보이같은 정치인들을 비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특히 진보언론이 헌재에 비난을 집중하는 것은 '헌재의 결정마저 무시'하려하고 '매사에 반대만 한다'는 오해를 사게 되고 일반인들의 헌재에 대한 비난 내용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는 상태에서 출발하고 있다면 그 의견은 점점 배척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사법부가 보수화될 것이고 중간영역에 있는 사람들의 보수화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채 마마보이들처럼 툭하면 헌재를 찾아가는 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헌재가 정치인들의 마마도 아닌데 매번 정치인들이 헌재를 찾아가 떼를 쓰는 것은 정치인들 스스로가 헌재에 종속되려고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잘못한데 대한 비난까지 헌재가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은 정치인들이 정치인들에게로 향해야 할 비난을 헌재로 돌리려는 속셈으로서 이것은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기만하려는 것과 똑같다. 미디어법과 관련해서 정치인들에게 어떤 비난을 한다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첨(添) ; 2009년 11월 7일 16:35

미디어법 관련 글들의 조회수를 보니 미디어법은 달나라로 가버린 것 같다.

민주당이 7일 미디어법 폐지안과 제정안을 동시에 제출하고 미디어관련법 재개정 작업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거리로 나섰다고 한다. 정치쇼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민주당,  어차피 새로운 굵직굵직한 이슈는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데 그렇게 정치적인 쇼 몇 번 하다가 끝내지 않겠나. 난 민주당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

별 내용도 없는 패러디를 이슈화하고 너도나도 앞다투어 패러디 하나쯤은 만들어내며 진보연하던 자들, 그들은 또 어디선가 숨어서 국민들이 잘 몰라서라든가 여당에 세뇌되어서라든가 등의 이유를 들면서 국민들에게 비난을 돌리려 하겠지.

한국에 진보는 별로 없다. 진보연하는 자들만 많다. 뭐 보수라고 다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