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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엔터테인먼트

띠동갑, 제대로 알고 써라 (아나운서나 방송인들)

요즘 바보상자를 보면서 귀에 거슬리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띠동갑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거슬리고 듣기 거북스러웠던 것은 전현무 KBS 아나운서가 사용했을 때였다. 전현무 아나운서가 모 프로그램에 나와서 정은아 아나운서와 프로그램을 공동진행하게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정은아 아나운서와 띠동갑이라 어렵지만 영광이고 많이 배운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었다. 아마도 전현무와 정은아는 띠가 같은 모양이다.

어제 밤에 방송된 샴페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띠동갑이 언급되었는데 조금은 황당한 경우였다. 인순이씨가 나이를 묻는 질문에 '57년 닭띠'라고 대답을 했는데 출연자중에 누군가가 '저랑 띠동갑이시네요. 저도 닭띠인데.'라고 끼어들었다. 이 때 신동엽이 '띠동갑이기는 한데 24년 차이 띠동갑'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사실 연예인들이 가끔 잘못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런대로 봐 줄 수도 있다. 어차피 그들에게선 기대가능성이라는게 낮다. 물론 이 경우에 이를 편집해서 당연하다는듯이 방송을 내보내는 PD들이나 작가들에겐 유감이고 불쾌하다. 하지만 아나운서가 잘못된 언어를 당연하다는듯이 사용하는 경우는 짜증이 난다. 전현무 아나운서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지만 아나운서란 타이틀을 떼고 차라리 예능을 직업으로 삼는게 여러모로 본인에겐 이득이 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전현무 아나운서의 경우는 그를 아나운서라고 불러주기 민망할 정도로 아나운서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아나운서들이 쇼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서 숨겨진 예능의 끼를 보여주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다. 그래서 아나운서의 선발기준이 허우대 멀쩡하고 말 잘하고 춤이나 노래만 잘하면 되는 것으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나 개나 다 아나운서가 되고 PD가 되고 기자가 되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를 자주 목도하게 되는 요즘이다.



띠동갑이라는 말을 DAUM 국어사전에서 검색해보면 위와 같이 나온다. 띠동갑은 자치동갑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경우라는데 이 자치동갑이란 말은 '한 살 차이가 나는 동갑'을 뜻하는 말이다. 여기서 '자'란 길이를 재는 그 자를 말하고 '치'란 어떤 물건이나 사람'을 말하는데 '자치'라고 하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물건 또는 사람'을 뜻한다. 그러므로 자치동갑이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띠 하나 차이밖에 안 나는데 동갑이라고 부른다한들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일거다. 물론 띠 하나 차이인 경우라고는 하나 그 차이는 1일에서 2년에 가까울 정도로 차이는 많기는 하다.

요즘은 띠동갑이라는 말을 흔히 12살 차이가 나는 띠가 같은 사람을 뜻하는 말로 사용하고 있는데 가끔은 띠만 같으면 모두 띠동갑이라는 말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띠동갑이라는 말은 '나이가 같다'는 의미이지 '띠가 같다'는 의미는 아니다. 띠가 같다고해서 올해 갓 태어난 아기와 올해 갑자가 돌아오는 어르신을 두고 '아이고 그러고보니 둘이 띠동갑이네요.'하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동갑이라고 하면 육십갑자가 같다는 말로 나이가 같음을 의미한다. 육십갑자가 같은 경우는 두가지인데 첫째는 나이가 같은 경우이고 둘째는 올해 갑자가 돌아오는 60살 차이가 나는 경우다.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어서 120년 이상 살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육십갑자가 같은 경우는 세 가지로 늘어날 수도 있다. 육십갑자가 돌아오는 사람을 동갑이라고 하지 않고 회갑 또는 환갑이라고 하는 것은 동갑이란 말이 띠가 같다는 것보다는 나이가 같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일거다.

띠가 같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일부에서는 '동띠'라는 말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이 동띠라는 말은 '서로 힘이 같음'을 뜻한다. '띠가 같다' 또는 '같은 띠'라고 표현하는게 무난한 표현으로 보이는데 굳이 띠가 같다는 말을 사용하려면 '나이가 같다'는 의미인 띠동갑보다는 동띠라는 말이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 본다. 어쨌든 띠동갑이라는 말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동갑이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것을 뜻하는데 지금처럼 단순히 띠만 같은 경우로 사용되는 것은 지양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