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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덕만공주 이요원에게 필요한 것

아직 2회가 지났을 뿐이긴하나 이요원과 박예진 둘 중 하나는 미스캐스팅인 것으로 보인다. 덕만과 천명은 각각의 역할이 상생작용을 하고 이것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미실과 대적해야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요원과 박예진은 상생이 아닌 상쇄효과를 내는 것 같다. 이요원을 먼저 낙점한 상태였다면 박예진이, 그 반대라면 이요원이 미스캐스팅인 것 같다.

이요원과 박예진의 장애물은 고현정이어야 하는데 현재는 이요원의 연기엔 박예진이 막고 박예진의 연기엔 이요원이 걸리고 있다. 이러다보니 고현정은 상대적으로 역할이 줄어 들었음에도 그녀가 한 번 나서면 이요원, 박예진은 왜소해져 존재감이 미미해지고 만다.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이요원은 아직 미지수라고 할 수 있는데 박예진이 천명역에 어울리는지 의문부호가 생긴다. 이전 다른 사극들에서 장수로 전장을 누비던 강한 이미지가 남아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요원과 박예진은 어떻게하면 상생효과를 낼 수 있을지 서로 역할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덕만, 천명, 미실.
이 셋을 어떤 리더로 그려낼 것인가가 해법이 될 수 있다. 이전의 상황을 조합해서 구분해보면 다음과 같다.

미실의 경우는 강압적인 스타일이다. 미실 자신이 출중한 외모와 지략을 지녔고 뛰어난 무예까지 겸비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스스로 기획하고 주도한다. 부하들에게 기회를 주지만 결과에 대해 냉혹하고 권력을 손아귀에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 한다.

천명은 리더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리더라기보다는 숨은 후견자같은 스타일이다. 신국 황실의 공주라는 상징성외엔 실질적으로 가진 게 별로 없다. 공주라는 상징성은 공주로서의 카리스마가 주어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정적들로부터 감시의 대상이 되므로 활동폭에 제한을 받게 되는 단점이 있다. 결국 공주라는 상징성을 포기하는가 마는가에 대한 결단이 있을 뿐이고 공주라는 상징성을 바탕으로 미실에게 대적할 제한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천명은 '춘추'라는 핵폭탄을 갖고 있다.

덕만은 리더로서 갖추어야 될 자질을 골고루 다 가졌다. 지혜롭고 동서양의 지식을 섭렵하고 용기와 결단력이 있으며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능력까지 겸비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솔선수범하며 살신성인하는 본보기를 보여준다. '力將不如智將 智將不如德將.' 이는 노자에 나와 있는 것으로 힘 센 장수보다 지혜로운 장수가 낫고 지혜로운 장수보다 덕이 있는 장수가 났다는 말인데 덕만은 지장을 넘어서는 덕장의 싹수를 가졌음을 보여줬다. 또한 얘기의 전개를 보니 덕만은 갖가지의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초인간적인 카리스마를 동시에 지니게 될 것 같다.

한데 직전 방송된 2회 분량에서 덕만은 무엇을 연기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 이전의 덕만은 늘 주변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살신성인하는 본보기를 보였는데 2회 분량을 소비하면서도 그것을 전혀 그려내지 못했다. 진성비재와 관련해서 약간의 활약을 넣기는 했지만 용화향도의 낭도들 사이에서 덕만은 여전히 도둑으로 낙인찍혀 있고 귀찮은 존재다. 덕만이 이들조차 자기편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것은 뭔가가 잘못됐다. 그래놓고 느닷없이 전투신에서 '원진(圓陣)'을 외치고 지휘하는 모습은 생뚱맞기까지 하다. 호박에 줄 그어놓고 수박이라고 우기는 꼴이다.

이 원인은 진성비재를 끼워넣은데 있다고 본다. 진성비재가 드라마에 재미를 줄 수 있는 좋은 소재이기는 하지만 사용한 시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된다. 얘기의 중심이 진성비재로 옮겨가다보니 덕만이 가진 리더로서의 장점을 살리는데 실패한 것이다.

이요원은 초인간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덕장(德將), 선덕여왕이다. 외허내실(外虛內實)하고 강유겸전(剛柔兼全)해야 한다. 초인간적인 카리스마는 향후 예견되는 수많은 전장에서 조금씩 키워져 나가겠지만 여기에 어떻게 덕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일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요원은 첫 전장터에서 겪는 인간적인 고통을 잘 그려냈고 적에게 포위된 상태에서도 지혜롭게 잘 대처하며 잠재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이를 앞으로 어떻게 성장시키며 자신의 매력을 발산시킬 수 있을지에 이요원의 성패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