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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탈북방송까기

'불어라 미풍아' 박신애(임수향), 악역 아닌 탈북자 일치율 90%

 
 
 
탈북자가 김미풍 10분의 1만이라도 된다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다. '내가 고작 이깟 일 하려고 탈북했나?'라며 뜨악하게 만드는 게 탈북자인데 혹여라도 탈북자 중에 김미풍 같은 캐릭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버려라. 그런 탈북자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탈북자들을 우선 채용하는 한국 기업가들은 있다.
 
탈북은 정의(正義)가 아니다. 탈북은 먹고 살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일 뿐이다. 그런데 탈북을 부추기며 탈북 루트에 놓여있는 다수의 탈북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방송은 죄악이다. 원수인 남조선임에도 불구하고 살기 위해 들어오는 탈북자들이 이 땅 어딘가에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한국 사회가 해야 할 일이고 그게 정의일 것이다.
 
월 천만 원 고소득자였던 김미풍, 왠 반지하?
 
2014. 9. 17. 압록강변 탈북
2015. 5. 12. 인천공항 입국
2015. 11. 28. 주민등록증 발급
2016. 7. 1. 전셋집 계약
2016. 8. 15. 전셋집 이사
 
김미풍의 일지를 정리해 본 것이다. 이 드라마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극히 일부만 써보기 위함이다.
 
김미풍은 중국에서 박신애가 돈을 훔쳐 달아나는 바람에 무일푼이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8 개월 만에 세 식구가 한국으로 들어올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을까? 브로커 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다고 하고, 신분을 숨기고 살아야 되는 중국에서 탈북자의 월 소득이 10만 원을 넘기기는 지난하다고 하는데 말이다.
 

 
소 뒷발로 쥐 잡는 격으로 주민등록증 발급일은 얼추 맞추었다. 고위층의 식솔들이고 탈북자 심문의 핵심이랄 수 있는 탈북 계기에 대해 주영애와 김미풍이 전혀 다른 증언을 했으니 심문 기간이 최소 두 달 이상은 걸렸을 것이다. 그 후 하나원을 수료한 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을 테니 저 날짜는 얼추 맞다.
 
주민등록증 문제도 신변불안을 느꼈던 탈북자들이 죄 하나원에 있을 때 발급받는 바람에 지역번호를 따르는 주민등록번호의 특성상 탈북자들이 같은 번호를 갖게 되었다. 그런데 이걸 중국에서 알게 되고 블락당하게 되자 문제점을 인식하고 1 회에 한해 바꿀 수 있는 특혜를 주었고 탈북자들도 배정받은 지역에서 등록하도록 유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세 보증금 7천만 원
2016. 7. 1. 전세 계약 체결, 계약금 5천만 원 지불
2016. 7. 15. 중도금 1천만 원 지불
2016. 8. 15. 잔금 1천만 원 지불, 이사
 
김미풍의 전세계약서를 보면 전세금이 7천만 원이다. 배정받은 지역에서 대략 1 개월 정도의 적응 기간을 갖는다고 하는데 그러고 나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일을 시작하려면 또 대략 한달여 정도가 소비된다. 그러면 김미풍의 소득이 발생하는 기간은 이사하는 날짜까지 대략 6 개월 정도가 된다.
 
김미풍이 7 월 1 일에 계약금 5천만 원을 지불했다면 월 소득 천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였다는 얘기가 된다. 주영애는 소득활동을 하지 않았다. 소득이 이 정도라면 굳이 대기업 취직할 필요가 있나? 보아하니 별로 하는 일도 없어뵈던데 이 정도 소득이 가능한 데가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나? 대기업이라 하지만 드라마상에서는 구멍가게 수준의 조직이던데.
 
김미풍, '반지하'에서 '지하'로
 
"저 드디어 반지하 벗어나요"라던 김미풍이 이사한 곳은 놀랍게도 "지하"다. 아래 전세계약서를 보면 그렇다. 지하로 이사가는데 어째서 "새로 이사가는 집은 여기처럼 반지하방이 아니라서 햇빛도 비추고 바람도 살랑살랑 잘 들어오고"라는 것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또 몇 달이나 살았다고 '지긋지긋한 반지하'라는 건지, 하긴 이건 탈북자의 마인드이긴 하다.
 

 
탈북자가 반지하에서 살 일이 있나? 그렇다면 지금껏 한국 정부나 방송이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 아닌가? 탈북자들은 집을 배정받는데 3인 가족이면 대략 이십몇 평 정도의 집을 배정받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2 년 이내에는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고 한다. 애초부터 지긋지긋하게 반지하에 살았다는 따위의 설정은 성립이 안 된다.
 
이장고, 변호사가 아니라 사기꾼
 
이장고가 김미풍에게 전세금 3천4백만 원까지 우선변제권이 있다고 지껄이는데 이건 헛소리다. 이건 사기꾼 입에서나 나올 법한 소리고 법률전문가가 아닌 공인중개사까지는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변호사 나부랭이가 할 말은 아니다. 요즘 돈만 있으면 소나 개나 변호사 자격증 따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 수준이 이 정도라는 것을 풍자할 요량이라면 성공했다.
 
상황을 보면 이삿날 입회인의 입회하에 지불한다고 돼있는데 잔금이 지불됐다는 정황이 없다. 우선적으로 주택의 인도가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정황이 전혀 없다. 이사 당일인 8 월 15 일은 휴일일 텐데 어떻게 확정일자를 받았다는 건지도 모르겠다. 계약서를 보면 어디에도 확정일자가 찍힌 흔적이 없다.
 

 
이 케이스는 애초에 우선변제를 받기 위한 대항력 자체를 갖추지 못했다. 설혹 대항력을 갖추었다고 눈감아준다 하더라도 3천4백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헛소리다. 우선변제액을 결정하는 기준 일자는 전세계약 체결일이 아니라 근저당 설정일이다. 이장고 막변호사가 계약서만 보고 마구 지껄여대는 것은 완전히 사기꾼 어법이다.
 
즉, 김미풍의 경우에 대입해서 설명하자면 전세보증금을 3천5백만 원 정도로 싸게 해주겠다며 혹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3천4백만까지는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고 속여 전세보증금을 떼먹는 사기 수법이다.
 
김미풍은 실탄 사격 유경험자
 
서바이벌 게임 장면이 나올 때 난 김미풍의 활약이 그려질 줄 알았다. 김미풍의 이력이면 군을 필한 실탄사격 유경험자일 것이기 때문이다. 신빙성 낮은 탈북자들의 말들을 종합해 보면 북한에서 여성들도 15세쯤에 실탄사격을 경험하는 것이 사실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김미풍은 기절했고 뜬금없이 이장고가 내려와 찾아다닌다. 별의별 짓을 다 한다.
 
탈북해 갓 입국한 탈북자 김미풍이 디자인 공모에 입상을 하고, 회사의 일을 무리없이 잘 해내고, 홀로 잔무를 자청하는 등의 김미풍 관련한 모든 설정은 100% 허위로서 언급할 가치가 전혀 없다.
 
박신애(강미정, 임수향 분)는 악역이 아닌 탈북자 일치율 90%
 
박신애는 시놉시스 상으로 보면 매우 버라이어티한 캐릭터다. 해서 사실 이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임수향이 연기하면서 단순화돼버렸지만 작가의 대본 수준과는 상관없이 전무후무한 캐릭터가 나올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래도 딸 역인 아이 말투나 따라하는 수준의 연기는 너무 심했다. 하나 어찌했어도 주인공인 임지연의 연기보다는 낫다.
 
박신애는 드라마적 설정을 빼고 보면 탈북자와 일치율 90%라고 본다. 이름도 성도 신분도 세탁하고, 거짓말과 허세를 달고 살고, 숨겨진 아이가 있고, 어쩌면 별안간 배우자가 들이닥칠 개연성도 크고, 방송에 나오는 잡다한 탈북자들의 말을 크로스체킹해서 거짓말과 허세를 들어내고 보면 거의 90% 일치하는 것 같다.
 
박신애는 구구단도 못 외울 정도의 학력일 것이라 판단된다. 가난해 꽃제비로 연명해야 했으니 북한에서 기초 교육을 받았을 것 같지는 않고, 김미풍 일가가 평양에 데려가 살았을 개연성은 없어 보이는데 혹여 그랬다 해도 교육을 받게 했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사회주의 국가라는 북한에서 이런 일이 만연하다고 하니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다.
 
이런 박신애가 본부장 직을 무리없이 수행한다고 하니 위너스 그룹이라는 데가 구멍가게 만도 못한 조직인 것이다. 그러니 김미풍 같은 듣보잡 애도 마구잡이로 채용하고 제멋대로 해고하고 그 난리를 떨어대는 것 아니겠나.
 

 
박신애가 강미정이었던 어린 시절에 밥을 훔치다가 걸려 얻어맞는 장면이다. 여기서 맞으면서도 움켜잡은 밥알을 놓지 않는 장면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어린 마음에도 그래야 자기 어미에게 밥 한 톨이라도 먹일 수 있다는 걸 아니까. 탈북자 방송이 경쟁적으로 론칭될 때의 꽃제비 영상이 자연스레 오버랩되었다.
 
나는 이러한 강미정이 왜 악역이어야 하는지 어이가 없다. 고작 북한 외교관 자녀 김미풍을 억지춘향 선으로 치장해주기 위해 강미정을 악으로 비하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할 짓은 아니라고 본다. 북한 체제의 최대 피해자인 꽃제비들은 악이고, 그들을 폭행하고 착취하며 거들먹거리던 고위층들을 선으로 둔갑시켜주면 더 많은 고위층이 탈북한다는 건가?
 
탈북자가 가난할 거라는 것은 착각이고 편견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미풍 일가의 드라마적 설정에서도 박신애가 돈을 훔쳐 달아나지 않았으면 고생하지 않고 살았을 거라고 하듯이 탈북자들은 대개 상당액의 돈을 갖고 입국한다. 또는 은신처에 은닉해놓고 맨손으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출국해 다시 갖고 들어오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신애의 경우처럼 북한에선 먹고 살기 어려워 탈북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한국까지 흘러들어오는 경우가 정말 무일푼으로 입국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작 탈북자 지원 대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대상인 이들은 하지만 언제부턴가 탈북자들을 앞세운 방송에서 북한에서 강미정 폭행하며 잘 먹고 잘 살았다는 부류라는 탈북자들에 의해 밀려나고 악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이 드라마도 그 일환이라 하겠다.
 
박신애가 중국에서 낳은 아이를 막장에 몰아넣은 것이야말로 최악이다. 탈북자들 관련해서 사적으로도 함부로 입에 올리기 어려운 문제가 그들이 중국에서 낳은 아이 문제라 할 것이다. 이러한 자녀를 둔 탈북자 본인들에게조차도 간단치 않고 쉬이 건드려서도 안 되는 문제를 제작자들이 무도하게 막장 속으로 밀어넣어 비아냥댄 것은 죄악(罪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