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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미디어와 언론

경향 한겨레가 언소주 불매운동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언소주 불매운동이 조중동을 가장 괴롭힐 수 있는 경우는 이 불매운동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순수한 시민운동'일 때다. 언소주가 이 프레임을 끈질기게 유지한다면 조중동으로서도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언소주가 이 프레임을 벗어나는 순간 조중동과의 싸움은 굉장히 힘들어졌다고 보면 된다.

"자발적으로 조직된 순수한 시민운동"

조중동으로서는 어떻게든 이 불리한 상황은 피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끌고 가려는 공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조중동이 가장 편하게 싸울 수 있는 상황, 그건 바로 언소주를 '정치적 목적을 가진 정치단체'라는 프레임속에 가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언소주의 불매운동은 순수한 시민운동이 아니라고 할 수 있고, 언소주를 좌파 정치단체로 몰아세워 언소주 광고불매 운동은 기업을 협박해서 기업죽이기를 시도하는 자유시장을 부정하는 행위이고 정치적 견해가 다른 언론사의 폐간을 목적으로 삼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몰아세울 수 있다. 이런 싸움은 조중동의 전공이다.

한데 어찌된 일인지 언소주가 조중동에게 선전포고를 하면서 스스로를 조중동이 가장 편하게 싸울 수 있는 프레임속에 가두어 버렸다. 경향과 한겨레에 동시 광고 권유, 편중광고 시정, 경향과 한겨레가 정론매체라고 주장하는 것 등이 바로 이런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어떻게든 '순수한 시민운동'이라는 프레임으로 끌고 갔어야 했을 언소주가 스스로 조중동이 가장 싸우기 편한 프레임속으로 들어가버린 것이다. 이런 싸움은 언소주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언소주가 불매운동을 시작하면서 절대로 하지 말았어야 할 것이 있다. 기업을 적으로 만들지 않는 것, 언론을 적으로 만들지 않는 것, 여론을 불리하게 만들지 않는 것,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 등이다.

언소주 이 사람들 아둔한건지 무모한건지 그냥 단순한건지는 몰라도 광동제약과의 합의 하나로 절대로 하지 말았어야 할 모든 것들을 다 공개적으로 밝혀버렸다. 언소주와 광동제약의 합의는 한미 쇠고기 협정에 못지않은 '졸속적인 합의'에 지나지 않는다. 자화자찬하고 호들갑을 떨만한 내용이 전혀 아니란 말이다.

경향과 한겨레 기사, 설득력 없어

나는 경향, 한겨레가 정론매체라는 주장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중동과 대척점에 서서 조중동을 견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경향, 한겨레를 지목하고 그래서 경향, 한겨레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에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러나 불매운동의 댓가로 경향, 한겨레를 살리겠다는 발상이야말로 터무니없는 것이다. 조중동과의 싸움에서 언소주와 경향, 한겨레가 서로 공개적으로 엮이면 모든 면에서 무조건 불리하다.

생각해 보라. 언소주 불매운동의 댓가로 이득을 보는 언론사가 언소주 불매운동의 정당성과 당위성에 대한 기사를 쏟아낸다한들 그 기사에 무슨 힘이 있고 누구를 설득시킬 수 있겠는가?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경향과 한겨레의 태도다. 언소주야 졸속적인 합의를 할 수도 있다고 봐주더라도 경향과 한겨레에서 그 결과물을 받아 챙긴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경향, 한겨레에서는 당연히 광고를 거절했어야 했고 언소주와 거리를 뒀어야 했다. 이전에 원칙과 신뢰를 위해서 굵직한 광고를 거절한 전례도 있었기에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기업을 적으로 돌리지 말아야

언소주가 1차 불매운동 대상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제약회사를 선택했고 이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작은 결과물에 오만해져서인지 삼성그룹 5개 계열사를 '불매운동 2호'로 지목했다. 이들이 얼마나 졸속적이고 즉흥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지 말해주는 것이며, 이들이 과연 조중동의 왜곡보도에 불만을 품고 언론소비자주권 운동을 하는건지 아니면 기업죽이기 운동을 하는건지 착각하게 한다.

삼성의 조중동 광고 중단을 압박하기 위해서 언소주에서 쏟아내고 있는 방법들이라는게 비상식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하다. 삼성 경쟁사의 제품이 삼성제품보다 우수하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자느니, 중국어와 영어 등으로 삼성 제품을 비난하고 삼성 제품 불매를 촉구하는 글을 세계 각국 사이트에 올리자느니, 등등. 이런 방법들이 쏟아지는 원인은 김성균 언소주 대표의 잘못된 또는 의도적인 발언에 있다. 이림 판사가 '불매운동은 합법이라면서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았다고 판결'했다는게 그것이다. 언소주는 저 상식밖의 방법들에 대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착안해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발뺌하려 들 것이다. 그래서 의도적인 발언일 수 있다고 본다.

경향, 한겨레가 먼저 윤전기 세울수도

언소주는 기업의 적이 아니라고 말을 한다고 실제로도 그렇게 받아들여질거라고 보는 바보들인지 몰라도 언소주의 이 불매운동을 보면서 광고주들이 과연 언소주의 편에 서려고 하겠는가? 언론사의 수입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 언론사의 경우는 거의 100%에 가깝고 대형 신문사도 90%이상이라고 한다. 광고주들로서는 어느쪽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면 언소주의 불매운동을 핑계삼아 언론에 광고를 포기하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조중동과 경향, 한겨레 중에서 먼저 압박을 받게 되는 쪽은 경향, 한겨레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기업들이 언소주와 경향, 한겨레에 등을 돌리고 경향, 한겨레를 제외한 조중동이나 다른 언론에 광고를 하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언소주가 모든 기업들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일 수 있는 구매력이 없다면 경향, 한겨레는 사면초가에 빠져 결국 윤전기를 세워야 될 것이다. 또한 이 정권이 상식밖의 일을 벌이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 경향, 한겨레는 어쩌면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수도 있다.

언소주가 경향, 한겨레와 구독후원 제도를 협의하고 있다는 공지 글을 카페에 띄워 놓고 경향, 한겨레를 정론매체로 지목하고 불매운동의 대가로 경향, 한겨레에 광고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바보들이 세상에 어디 있나. 상황이 이러니 여타 언론들도 호의적이지는 않을 것이고 여론도 그리 좋게 돌아가지는 않는 것 같다. '언소주 불매운동, 공감 50% 비공감 32%'이란 여론조사 결과가 미디어 오늘에 나와 있는데 조중동 절독을 주변에 권유해왔던 내가 느끼는 것은 공감보다는 비공감이 더 높다. 공정언론시민연대(공언련),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시변)이 '광고주협박피해 구제센터' 발족식을 연다든데 어쩌면 여론은 더 악화될수도 있겠다.

지난해 언소주가 파괴력이 있었던것은 조중동의 자금줄을 차단하려고 했다는 것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벌인 순수한 시민운동이었다는 것 때문이다. 물론 조중동이 무리한 자충수를 둔 이유도 컸다. 순수한 시민운동이라면 조중동으로서도 함부로 할 수가 없다. 자칫 잘못하다가 엄청난 반대여론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정말로 끝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소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언소주는 잘못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언소주가 이번에 좌초하게 되면 조중동이 작년과 같은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는한 향후 조중동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을 기회는 오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