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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팬클럽 댓글러 고소, YG 계속 무시할 건가?

 

 

어제 한 포탈 메인에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위너' 팬클럽이 악플러를 고소했다는 내용의 아래 기사가 걸려 있었다.

[단독] 위너 팬클럽, 악플러 고소… 집단행동 나섰다

위를 클릭하면 기사로 이동한다.

기사를 보면 내용 중에 오류가 있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기사부터 때려버린 듯한 인상인데 이런 기사의 경우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용어 선택 하나라도 신경 좀 써서 해야 할 거다.

팬클럽은 '고소'할 수 없다

기사 중에 우선 거슬리는 것은 '고소'라는 용어다. 제 3 자인 팬클럽은 고소권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고발 또는 진정은 가능하다. 그러므로 기사 중에 '고소'는 '고발 혹은 진정'으로 바꿔야 맞다.

'위너' 팬클럽은 '사이버 명예훼손죄'로 수사기관에 고발 혹은 진정을 했을 것이다.

일명 '정통법'에 규정된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친고죄가 아니라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므로 피해자의 반대 의사표현이 없는 한 제 3 자의 고발 혹은 진정으로 수사기관의 수사가 가능하다.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단순 명예훼손죄와 달리 '비방의 목적'이 있어야 성립한다. 비방의 목적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영역이라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단 판례를 보면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의 목적은 부인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위 판례에 적시된 문구는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명 또한 간단하지 않다. 해서 여기서는 편의상 기계적으로 언급해봐야 할 것 같다.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면 사이버 명예훼손죄가 성립돼 단순 명예훼손죄 보다 가중 처벌되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경우에는 비방의 목적이 부인되므로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으나 단순 명예훼손죄에 해당되고, 이 경우에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법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

즉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는 없다. '위너' 팬클럽의 고발 혹은 진정의 내용을 알 수는 없으나 '위너' 멤버가 피해자로 되어 있다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사실과 달라도 불미스러운 소문이 불거질 수도 있고, 팬클럽의 댓글러 고소라는 사실만으로도 비난을 받을 테니 그룹의 활동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반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재판정으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기사의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 아니라면 '위너' 쪽도 굳이 '반의사'를 표명할 필요는 없고, 이참에 항간에 떠도는 흉흉한 루머들을 일축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고 할 수도 있으므로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표현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혹시 팬클럽의 일원이 '위너'를 연루시키지 않고 댓글러들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며 취한 행동이라면 이러한 경우에는 고소권자가 되므로 기사의 '고소'라는 용어는 오류가 아니다. 이런 경우라 하더라도 결국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위너'가 언급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므로 경과는 알 수 없다.

'위너' 공식 팬클럽은 아닌 듯

소송 과정에서 어쩌면 자기 연예인을 공개적으로 매장시킬 수도 있는 사안이 터져나올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설마 공식 팬클럽이 나서서 댓글러를 고소하는 무모한 짓을 벌렸을까 싶어 검색을 해보니 공식 팬클럽은 아닌 모양이다. 기사도 공식 팬클럽의 이름을 거명한 것은 아니니 오류는 아니지만 마치 공식 팬클럽인 양 기사를 써내려간 것은 잘못이다.

개인의 입을 막는 악법 '정통법'

고소 및 고발을 남발하는 것은 개개인에게 사전검열을 시키겠다는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 흔히 권력자들이 대중의 입을 막기 위해 취하는 상투적인 수법이다. 한국은 유독 명예훼손과 관련해서 고소 및 고발이 남발되는 참 희한한 나라다.

'위너' 팬클럽의 행동도 제 3 자의 간섭이 없는 것이었다면 일종의 학습효과와 모방심리에서 나온 행동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순수한 팬심에서 나온 행동이었겠지만 굳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들쑤시는 것이 과연 그들 연예인의 이득으로 결론지어질지는 의문이다.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 삼 간 다 태운다'고 그러한 행동이 결국은 그들의 입에 채워지는 재갈이 되어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통법'이란 게 결국은 권력자들이 넷상에서 개인의 입을 막아 비판 기능을 원천봉쇄해버리는 도구로 쓰기에 딱좋은 악법이다. 또는 '민주주의 하지 말까요? 민주 독재 하면 안 되나?' 따위의 헛소리 지껄여대며 호의호식하는 '싸이비' 민주 투사들이 소위 그들식 '민주 독재'로 이용하기에도 딱 좋다.

'정통법'은 현재도 진실한 사실을 언급했다고 하더라도 일방의 주장만으로 인터넷 상에서 순식간에 게시물이 차단당하고 개개의 네티즌은 항변 등의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게 돼있다. 물론 형식적으로는 방법이 없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개개인에겐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팬클럽에서 고소나 고발을 남발하게 된다면 이 악법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개인의 입에 채우는 재갈로 변할 것이다.

인터넷 상의 댓글은 그것을 언론이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확대재생산되어 부풀려지고 퍼뜨려지는 것인데 방어력이 없는 개개의 네티즌은 처벌되고, 언론 등은 빠져나갈 길이 넓은 것은 잘못됐다. 진실한 사실로 믿은 네티즌은 처벌되고, 사실 관계를 확인함으로써 바로잡을 수 있는 충분한 방어력을 가진 부류들은 사실 관계는 확인해주지도 않은 채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네티즌의 글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것도 모자라 고소 및 고발로 처벌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봐도 옳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공인(公人)이나 대중 특히 청소년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공인(工人)인 딴따라들에게 명예훼손을 인정하거나, 더 나아가 이러한 명예훼손을 형사 범죄로 규정함으로써 대중의 입을 막는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필히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YG 입장 표명 및 조치 불가피

위 기사는 팬클럽이 댓글러를 고발한 초유의 사건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연예계에서 퇴출시켜야 할 정도로 강도가 상당히 높다. '위드'와 YG 측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기사 내용의 진위 여부는 필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 본다.

YG는 마약사범에 대해서도 비난 여론을 적당히 뭉갠 채 눈치만 살피며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다. '위너' 건도 팬클럽이 행동에 나설 정도라면 상당히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었다는 건데 YG 쪽에서는 어떠한 입장 표명이나 조치를 하지 않았다. 분위기를 보니 이번도 적당히 뭉개며 버틸 요량인 듯하다.

위 기사의 내용과 같은 경우에는 이미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가이드 라인이라고 할 만한 여론이 형성되어 있다. 단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위 기사의 내용 보다 현저히 낮은 강도의 소문만으로도 더 이상의 경연도 해보지 못 한 채 강제 하차당하는 경우가 이미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대형 기획사에 소속만 되면 웬만한 소문 따위에는 콧방귀도 안 뀌고, 명백한 증거나 증언이 나와도 적당히 뭉갠 채 꿋꿋이 버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방어력이 없는 개개의 약자는 단순히 소문만으로도 공개적인 실력 경쟁은 해보지도 못 한 채 아예 연예계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막히고, 비공개로 대형 기획사 소속만 되면 기획사 권력이라 불러도 될 만큼의 막강한 힘과 방어력을 동원해 끄떡 없이 버텨낼 수 있게 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사회적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연예인이 되고 싶다면 공개 오디션에 나와 실력경쟁하지 말고,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라. 과거의 불미스러운 전력을 갖고 있는 자라면 더더욱 그리 하라. 이런 허탈한 메시지를 청소년들에게 심어주는 게 기획사 이득 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나? 현재로선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적용됐던 기준은 대형 기획사 소속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하고 기사의 진위 여부를 판별해서 동일한 처분을 하는 게 맞다.

딴따라는 공인이다. 물론 딴따라 따위들이 공인(公人)이 될 수는 없고, 그냥 공인(工人)에 불과하다. 개중에는 재능이 딸리자 정치판에 발 걸친 채 구구도생하는 주제에 진짜 공인(公人)이라도 된 듯 소셜테이너네 뭐네 흰소리 몇 마디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다수 젊은층의 기회를 빼앗으며 연명하는 부류도 있다. 어떻든 비록 공인(工人)일 뿐인 딴따라일지라도 대중 특히 청소년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딴따라들에게도 공인(工人)에 준하는 도덕 기준을 요구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그런데 김정일이도 겁내 했다고 할 정도인 '중2병' 청소년들이 질풍노도의 시기에 저질렀던 철없는 행동들이 마치 주홍글씨처럼 평생을 따라 다니는 올가미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매장된 아이들 중에는 좀 과했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어느 부분까지는 허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위너' 관련 기사의 경우에는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정도로서 반드시 마땅한 조치를 해야 한다. 대형 기획사에 소속되기만 하면 기획사 권력을 동원해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을 반복하는 것은 학교폭력을 용납하고 부추기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은 짓이다.

학교 폭력 피해자나 성 폭력 피해자들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경우가 가해자들이 도리어 활개치고 돌아다니는 것을 봐야 할 때다. 특히 이런 가해자들이 방송, 언론, 기획사 권력의 힘으로 이미지를 세탁한 채 나돌아다니는 것을 봐야 한다는 것은 정말 구역질이 날 정도로 참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오늘 보니 그동안 악성 루머에 시달리던 러블리즈 멤버 서지수 사건은 검찰이 '비방의 목적'을 인정해 약식기소한 모양이다. 하지만 서지수는 연예계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로 그동안 워낙 큰 타격을 입었다. YG가 위 기사의 '위너' 관련 내용이 기사화되어 더 증폭되는 것을 어느 정도까지 뭉갤 수는 있어도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 기사의 진위 여부를 판별해서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단순한 루머가 악성 루머로 발전하고 그리 되면 허위의 사실로 밝혀져도 대중들은 믿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