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소주가 광동제약을 상대로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한지 하루 만인 9일 광동제약이 특정 신문에 편중된 광고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사태는 마무리되었다. 그러자 광동제약이 하루만에 굴복, 항복, 승복, 백기투항, 무릎꿇다 등등의 호들갑들이 난리도 아니다. '미디어 비평 전문블로그'라는 어떤 유명블로거는 '광동제약 비타500, 한겨레·경향 광고 인증샷'까지 올려놓았다. '미디어 비평 전문블로그'란 타이틀이 낯뜨겁다.

꼭 이런 모욕적이고 굴욕적인 용어를 사용해서 광동제약을 모욕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왜 광동제약을 배려하는 용어를 선택하려 하지 않고 자극적인 용어를 선택하는가 말이다. 언소주 불매운동이 기업을 모욕주기와 때려잡기는 아닐텐데. 그나마 나아보이는 표현이 광동제약 하루만에 '합의' 또는 '입장 밝혀' 정도다. 경향 한겨레에 광고 주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글도 있지만 의례히 그래왔듯이 배척당해 잘 보이지 않는다.

위법 판단의 여지를 넓힌 언소주의 헛발질

언소주에서 밝히고 있는 광동제약과의 합의사항을 보면 볼수록 골때린다.

합의 사항
1. 조중동과 정론매체에 광고하는 것을 동등하게 집행한다.
2. 내일자(6월 10일)에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광고를 게재한다. 그 광고에는 "광동제약은 항상 소비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입니다."라는 취지의 글이 들어갈 것이다.
3.홈페이지에 팝업을 통해 향후 광고 집행에 있어서 편중하지 않게 해 나갈 것을 밝히겠다.

여기에 보면 정론매체란 문구가 나오고 경향과 한겨레를 정론매체로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향과 한겨레가 과연 정론매체인가하는 논란은 그만 두더라도 만약에 언소주가 광동제약과의 협의과정에서 합의사항에 '정론매체'란 문구를 집어넣기를 고집했다면 미안한 말이지만 대단히 꼴통짓을 한거다. 언소주의 내부가 아닌 외부와의 합의문서에 경향 한겨레가 정론매체라고 명시한 의도가 경향 한겨레가 아닌 여타 언론 모두를 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이 용어의 선택은 대단히 부적절했다. 또한 경향 한겨레가 정론매체라는 것은 언소주의 입장이고 광동제약의 입장은 다를 수도 있다. 언론소비자주권을 찾겠다는 사람들이 상대방의 언론관을 배려하지 않으려고 했다면 이것은 겉 다르고 속 다른 것이다.

언소주는 광동제약의 불매운동을 철회하는 댓가로 경향 한겨레에 광고를 게재하라고 했다는데 이건 대체 뭐하자는 시츄에이션인가? 게다가 광고액수까지도 동등하게 집행하겠다는데 해도 너무했다. 조중동과 경향 한겨레는 발행부수나 광고효과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광고 단가를 정하는 기준 자체가 다르다. 그런데도 광고단가까지도 맞추겠다는 것은 광고업계의 관행까지도 무시하겠다는 것으로 언소주는 헛발질을 한거다. 그리고 도대체 제정신인 광고주라면 동일한 단가를 지불하고 경향 한겨레에 광고하려고 하겠는가?

언소주의 이 헛발질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는 당장 나타나고 있다. 언소주가 경향 한겨레 영업사원인가 또는 언소주와 일부 매체가 상부상조하고 있다는 등의 악의적인 주장이 가능하게 됐고 언소주의 구독후원제까지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했다. 또한 김성균 대표의 부인이 경향신문기자여서 언소주의 광고주 압박운동의 동기를 의심한다는 얘기도 가능하게 됐다.

편중광고를 시정하게 되었다고 좋아라하는 의견도 있는데 대한민국에 언론이 조중동과 경향 한겨레 외에는 없다면 몰라도 이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겠다. 그리고 언소주가 편중광고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언소주의 역할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다. 편중광고의 문제는 언소주가 관여할 문제도 아니고 단순하게 볼 문제도 아니다. 언소주로서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에 목말라 덜컥 이런 합의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언소주의 선택은 성급했고  언소주의 이 헛발질은 앞으로 두고두고 언소주를 옭아매는 족쇄가 될 것이다.

특정언론사의 왜곡보도로 피해를 입고 있는데 해당 언론사가 시정할 의사가 없어보이니 그 언론사에 광고하는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해서라도 언론소비자주권을 찾겠다고 주장하는 것과 왜곡언론에 대한 광고를 중단하기 어렵다면 경향 한겨레에도 동등하게 광고를 집행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는다. 오늘 인터넷을 보니 언소주에서 광고중단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하는데 이미 만들어놓은 선례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와 광고중단 운동인지 여전히 경향 한겨레 동시 광고를 유도할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내가 보기에 언소주 김성균 대표의 인식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김성균 대표는 이림 판사의 판결문을 "그렇지만 분명히 소비자 불매운동은 합법이라면서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았습니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이림 판사의 판결문을 보면 "광고게재 여부의 결정을 상대방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한 허용된다"고 했다. 또한 "상대방으로부터 자유로운 결정을 할 기회를 박탈하면 위법한 활동"이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위력'을 설명하기 위해 이림 판사는 다음의 대법 판례를 인용하고 있기도 하다.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며, 폭행·협박은 물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을 포함한다고 할 것이고, 위력에 의해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되는 것을 요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도1589 판결 참조). 이림 판사는 판결문에서 여러차례 '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림 판사의 판결문은 인터넷 카페에 공모공동정범의 이론을 들이밀었다는 것을 빼면 무리한 판결은 아니라고 본다. 언소주가 지금처럼 어느 정도의 조직력이 갖추어진 상태라면 모르겠지만 당시엔 그야말로 자발적으로 모인 인터넷 카페였고 전혀 조직적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조직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공모공동정범의 이론으로 판결한 것은 무리한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것은 486 DX 수준 정도의 인식이라고 보는데 법원이 인터넷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는 앞으로 법원 판결을 더 지켜봐야 알 일이다.

이림 판사의 판결을 토대로 불매운동을 기획했다는 김성균 대표의 인식과 관련해서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있다. 광동제약의 경우처럼 경향 한겨레에 광고를 유도해서 이익을 주려고 한 경우에 언소주의 소비자 불매운동은 과연 정당한가의 문제다. 여기에 대해 김성균 대표는 어떤 인식으로 접근했는지 궁금하다. 언소주가 경향 한겨레 구독후원제를 실시하고 있고 자체적으로 경향 한겨레의 구독을 유도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불매운동의 일환이나 그 결과물로서 경향 한겨레에 광고를 유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광고주가 자유로운 의사로 결정해야 하는 것은 조중동에 광고를 중단할지의 여부 외에도 조중동이 아닌 여타 언론에 광고를 한다면 어떤 언론을 선택할지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언소주가 여타 언론을 권유했다면 이는 다중의 위력을 바탕으로 광고주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한 위법이 될 여지를 넓혀 놓았다고 할 것이다. 게다가 불매운동이 특정 언론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언소주가 만들어 놓았다. 물론 이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봐야겠지만 나는 위법으로 판단될 여지가 크다고 본다.

언소주 불매운동은 언론 소비자 주권을 찾기 위한 것이다.

언소주는 이 원칙을 잊으면 안 된다. 왜 언소주란 단체를 만들었고 왜 불매운동을 하는가에 대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 경향 한겨레 광고 유도는 이 원칙을 벗어났고 그것이 지속된다면 언소주는 존재이유를 잃게 된다. 언소주가 이번과 같은 헛발질을 하는 횟수가 잦아지면 사람들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잃어버리게 되고 언소주의 존재목적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될 것이다. 이것은 결국 회원수의 감소와 심리적 동조자들을 줄어들게 함으로써 언소주의 영향력 감소로 이어지고 언소주의 불매운동은 지리멸렬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언소주는 경향 한겨레를 제외한 모든 언론의 공적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소주가 권력화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언소주의 결정은 투명해야하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하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언소주는 또 다른 문제거리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언소주의 불매운동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을때의 얘기일수도 있겠지만 지금부터 제도화해서 투명하게 해두어야 차후에 생길지도 모를 잡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언소주는 2차로 삼성을 선택했는데 이는 언소주의 말대로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언소주는 가시적인 성과에만 집착하고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는 것 같다. 이 운동은 일도양단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성패가 달렸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리수를 두지 말아야하고 정도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원론적으로 차분하게 접근했으면 어떨까 한다. 조중동 광고 기업의 목록을 작성하고 광고 현환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광고주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러면 조중동도 부담을 갖게 마련이다. 이렇게 광고주와 조중동을 압박하면서 공감대를 넓혀나가는게 당장의 실력행사로 얻은 작은 성과물에 호들갑 떠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일 수도 있다.

이참에 '언소주'란 이름도 좀 바꿨으면 어떨까한다. 소비자의 권리를 찾겠다는 것이니 '언소권'이란 말이 더 효과적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어 보인다. '언소권 운동'이나 '언소권 캠페인' 정도면 무난하지 않겠는가.


0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