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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SPORTS

신아람 오심, 한국 코치의 대응은 적절했나?

 
 
 
신아람과 하이데만의 경기에서 어처구니없는 판정이 내려진 후 하이데만의 행동은 영 마뜩잖았다. 그래도 판정은 심판과 운영 스탭의 문제이지 하이데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이데만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니 부아가 치밀어서 참기가 어려웠다.
 
하이데만은 "1초가 남긴 했으나 그것이 1초99인지 0.99초인지 아무도 알 수 없으며 1초99라면 몇 번을 공격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했단다. 또한 "나는 한국 사람의 분노를 이해한다"고 덧붙였다는데 나는 그 인터뷰로 인해 오히려 더 불쾌해졌다.
 
펜싱 경기는 3라운드 각각 3분의 제한시간을 두고 카운트 다운하는 방식이고 연장전은 1분의 제한시간을 두고 카운트 다운하는 방식이다. 최소 표시 단위가 초이므로 1초 동안은 1로 표시되고 그 이하 단위의 표시되지 않는 경과 시간은 관전자가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1초로 표시되었다면 남은 시간은 1.00 ~ 0.01이지 1.99가 나올 수는 없다. 카운트 다운을 하게 되는 경우 0.00에서 0으로 표시되며 그순간 타임아웃 된다. 그 이전까지는 1로 표시되는데 그렇다면 1로 표시되는 경우의 최소 시간은 0.01까지이고 이 0.01에서 1초간은 1.00까지이므로 1.00이 되는 순간 1로 바뀌게 되며 이 숫자는 0.01까지 표시되었다가 0.00이 되는 순간 0으로 바뀌며 타임이 종료된다.
 
1초로 표시된 시간이 1.99라는 하이데만의 인터뷰는 완전히 헛소리다. 카운트 다운을 하는데 1로 표시된 시간이 1.99까지라면 0으로 표시된 후에도 0.99 ~ 0.00이라는 시간이 더 경과되어야 한다는 거다. 그렇다면 연장전에 주어지는 시간은 1분이 아니라 1분 1초가 되어야 산술적으로 맞게 된다. 1.99초가 남았다면 표시되는 시간은 2초이며 0.99초가 남았다면 1초로 표시되어야 1분이 된다.
 
반대로 플러스 카운트를 하는 경우라면 표시는 0에서 시작하므로 0.00에서 1초 동안인 0.99까지는 0으로 표시되며 1.00이 되는 순간에 1로 표시되어서 1.99까지 유지된다. 펜싱 전문 사이트 '펜싱넷'도 하이데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는 기사가 있는데 이 분석은 정확히 틀렸다. 의도적인 것인지 플러스 카운트와 카운트 다운을 서로 혼동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겠지만 말이다.
 
하이데만은 본인 스스로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려웠을 그 판정 결과에 당연한 승리자인 양 환호하기보다는 신아람 선수의 억울한 입장을 배려했어야 했다. 또한 의기양양해하며 인터뷰로 자신의 떳떳하지 못한 승리를 정당화하기보다 조용히 입 닫고 있어야 했다.
 
그랬다면 나는 하이데만의 승리를 축하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스포츠맨십이 실종되고 오직 금메달 사냥꾼에 불과한 비열한 인간에게 축하할 마음은커녕 그냥 짜증스러웠고, 그러한 불공정한 승리를 조작하고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무마해주는 '유럽 중심주의'가 불쾌할 뿐이었다.
 
심판의 잘못된 판정에 대한 한국 코치의 대응은 적절했나?
 
당시의 상황을 다시 구성해보면 1초로 바뀌는 순간에 1회의 공격이 있었고 그 후 2회의 공격 기회가 더 주어지고 다시 준비하려는데 어쩐 일인지 타이머가 작동돼 타임아웃이 되었다. 그러자 심판이 1초를 더 선언하며 시간을 1초 뒤로 돌려버렸고 그 1초의 공격에서 실점을 당하고 말았다.
 


 
심판이 '1초 더'를 선언했을 때 한국 코치가 더 강력하게 항의해야 했어야 했다고 본다. 약간의 항의를 하기는 했지만 물러선 것은 1초를 뒤로 돌리는 것을 수용했다는 의사표시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1초를 뒤로 되돌린다는 의미는 3회의 공격을 받고도 여전히 시간이 남았던 그 시간을 다 되돌린다는 얘기가 되니 하이데만은 다시 4회의 공격 기회를 얻게 된 셈이나 마찬가지다.

 
4번의 공격이 끝났어도 여전히 1초가 남았다고 불평들을 하는데 그 타이머 열어보면 아마도 3회의 공격을 더 할 수 있는 시간은 남았을 것이다. 심판이 선언한 '1초 더'는 바로 이런 것이고 하이데만은 자연적으로 흘렀을 시간이 아닌 심판과 타임키퍼가 임의적으로 부여한 시간인 1초를 더 받았다. 공격기회로 설명을 하자면 하이데만은 임의적 시간인 2초에 가까운 시간 동안 도합 최소한 8회의 공격기회를 얻게 된 셈이니 어찌 이기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한국 코치가 경기에서 진 후 항의할 때 '1초에 4회'라고 말하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직전에 심판이 선언했던 '1초 더'를 3회의 공격 후 남은 시간까지만 되돌린다는 의미로 안일하게 받아들였던 듯하다. 어쨌든 알레 선언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이 흘렀으니 그만큼의 시간을 되돌리기는 해야겠지만 초 단위로 표시되는 타이머라면 그 시간만큼만 되돌리기는 불가능한데도 말이다.
 
한국 코치는 1초를 되돌린다고 했을 때 그 상황을 명확히 어필해야 했었다. 공격 3회가 주어진 시간은 이미 흘러버린 시간이고 그만큼의 그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고 말이다. 이때 비디오 판독을 요청해서 이게 명확히 정리되어 전달됐다면 알레 선언과 동시에 경기는 끝나야 한다는 것이고 그랬다면 이런 불행한 해프닝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형식적으로는 한국 코치가 심판의 '1초 선언'을 받아들인 상황이 돼버렸으니 이제부터 항의는 마지막 공격에 걸린 시간이 1초를 경과했느냐에 대해서만 따져야 되는 어이없는 형국이 된 것이다. 물론 현장에서는 이 부분만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니 이 황당한 상황은 유럽인들의 유럽중심주의와 인종차별주의에 바탕한 텃세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오경석 KBS 펜싱 해설위원은 "TV 화면 1초는 30개의 프레임으로 이뤄지는데 마지막 동작만 47프레임이 나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마지막 공격은 1초를 넘었다는 얘기인데 이 사실을 알고 있을 유럽인들이 비디오 판독 요청을 거절할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한국 코치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1초 더'를 선언한 상황에서 약간의 항의만 하다가 선수의 상태를 살피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아람은 당시 굉장히 황당해했고 집중력이 흐트러져 보였는데 코치가 신아람과 하다못해 아이컨택이라도 해서 마음을 좀 진정시켜줬어야 했다. 펜싱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경기라 판단되는데 그렇게 황당한 심리상태로 집중력이 흐트러진 상황이라면 쉽지 않을 듯하다. 물론 이는 선수의 몫이기도 하고 그런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잘했다. 안타까운 건 동메달 결정전에서 마지막의 실수와 같은 식으로 공격을 연달아 허용했고 끝내 졌다는 것이다.
 
신아람은 한 인터뷰에서 "만약에 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한 게 현명했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심판에게 타이머를 직접 눌러달라고 요구를 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경기가 잘 끝났을 것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심판에게 타이머를 맡겼다 하더라도 결과에 큰 차이는 없었을 거라고 단언한다. 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면 자동적으로 타임아웃 되었을 그때여야 한다.
 
심판과 한국 코치 그리고 운영 스탭 모두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기는 싫은 듯하다. 심판은 타임키퍼를 통제할 위치에 있지 않으니 타임키퍼의 실수로 잘못 흘러버린 시간은 주어야 했고 그래서 자신의 판정은 정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3회의 공격 동안 흘러버린 시간을 감안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고 정당화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궁색하지만 타이머의 문제라고 변명할 수밖에 없다.

 
한국 코치는 1초에 공격 4회가 이루어졌으니 부당하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심판이 '1초 더'를 선언했을 때 3회의 공격에 소요된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고 물러남으로써 온전한 1초의 시간을 되돌리는 것을 형식적으로는 수용한게 되었다는 잘못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운영 스탭은 타이머를 16세의 어린 나이인 조작 미숙자에게 맡겼다는 명백한 잘못이 있다. 그로 인해 시간은 잘못 흘렀고 이미 흘러버린 시간을 다시 되돌리기까지 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어야 맞다. 그래서 치졸하더라도 타이머의 문제로 본질을 돌리고 비디오 판독을 포함한 일체의 이의제기를 기각하더라도 유럽중심주의는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자들이 만장일치로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는데 매우 비열한 자들의 비겁한 짓이다.
 

 
올림픽 공식 계측(Timing) 장비 업체인 시계업체 오메가는 사실 오심 사건에 책임이 없다. 타임키퍼의 미숙한 작동으로 짧으나마 시간이 잘못 흘러간게 맞다면 말이다. 한데 오메가가 발표한 성명서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서 어딘가 석연치 않다. '마지막 1초 동안 타이밍 시스템 시계가 4번을 멈췄고 이는 4번의 접촉이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마지막 1초 동안 3번을 멈췄고 다시 되돌려진 1초 동안에 나머지 1번의 접촉이 이루어졌어야 맞다.

 
이처럼 오심 사건은 각각의 당사자들이 처한 위치에 따라서 변명 또는 정당함을 강변할 수 있게 돼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판정은 명백히 잘못이었다는 것이고 피해자는 신아람 혼자밖에 없다는 것이나 신아람은 그 억울함을 속시원하게 보상받을 길은 없다는 것이다.
 
알레(Allez)를 없애면 해결될 문제
 
신아람 오심 사건을 타이머와 운영미숙 탓으로 돌리는 것은 본질을 외면하는 헛소리라고 본다. 타이머는 내가 보기에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초를 다시 쪼개서 계산한다고 자연적으로 경과되는 시간인 1초가 더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것은 아니다.
 
포일이 유효면에 닿으면 자동적으로 시간이 정지되므로 이 부분도 별로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알레 선언을 하고 타이머를 작동시키는 시작 시점이다. 심판의 알레 소리를 듣고 타임키퍼가 타이머를 작동시키므로 반응속도만큼의 오차가 발생하고 타임키퍼 개개인의 차이도 있다. 또한 타임키퍼가 의도적으로 타이머 작동 시간을 조작할 여지도 충분하다.
 
그래서 심판이 시작시 알레 구호 대신 버튼 등을 누르면 부저로 시작을 알리게 만들면 된다. 이렇게 되면 펜싱경기에서 알레란 구호는 들을 수 없게 된다. 기계음을 사용해 부저 소리를 알레로 할 것인가의 여부는 별개로 하자. 유럽인들의 비유럽인들에 대한 편파적인 운영과 판정에 대한 댓가는 펜싱경기에서 알레란 용어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게 있을까 싶다.
 
만약 초 단위로 표시되는 현재의 타이머 대신 초를 다시 쪼개서 표시되는 타이머로 바꾸는 경우 신아람의 경우처럼 1초를 통째 되돌리는 불합리함을 막을 수는 있다. 또한 타이머가 의도적으로 타이머 작동을 지연시키는 것을 최대한 방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응속도와 개인차에서 발생하는 시간의 손실을 줄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같은 시비가 되풀이될 여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FIE의 특별상은 신아람이 아니라 심판이 받아야 할 상
 
신아람은 특별상을 받을 처지도 아니고 그걸 받아야 할 이유도 없으며 받아서도 안 된다. 신아람 오심 사건은 선수의 스포츠맨십의 문제가 아니라 심판과 운영진의 스포츠맨십의 문제일 뿐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오심 사건을 통해 매 올림픽마다 스포츠맨십을 되새겨야 할 당사자들은 선수가 아니라 심판이 되어야 하는게 맞다. FIE는 해괴한 특별상으로 사건을 호도하지 말고 심판 자질상으로 변경해서 Barbara Csar에게 수여하고 매 올림픽마다 두고두고 심판들에게 바바라 차르란 이름을 상기시키는게 낫다.
 
KOC는 이러한 결정을 선수와는 상의하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수용했다고 보도되고 있는데 KOC도 나름의 고충은 있겠지만 선수의 입장은 배려하지 않고 무시한 부주의한 처신이다. 잘못된 판정의 피해자인 선수에게 알량한 메달 하나 줘서 적당히 무마하고 이용하겠다는 KOC와 FIE의 일방적인 결정은 스포츠맨십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오히려 스포츠맨십을 훼손할 뿐이다. 이런 더러운 정치적 흥정이 스포츠맨십이라고 강변할 요량이 아니라면 말이다.
 

신아람은 한시간여 동안이나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4년간의 올림픽 꿈이 잘못된 판정에 의해 좌절된 데 대한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줘야 하는 수치를 감수했지만 끝내 성과 없이 끝났다. KOC는 거의 탈진상태인 듯한 신아람을 3·4위전에 출전하도록 등 떠밀기까지 했다고 한다. 3·4위전 출전으로 이미 판정은 정당했다고 인정한 꼴이 돼버렸는데 특별상까지 받게 하겠다는 KOC의 결정은 신아람을 계속 저 환한 piste 위에 홀로 외롭게 세워두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덧) 본문은 아쉬움이 커서 지나간 시간을 잘게 쪼개서 재구성해 본 것이다. 비전문가의 관점에서 써본 글이라 내용 중에 사실과 다르거나 현장에 맞지 않는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돼 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