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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시사현장 사회

'이명박 쥐새끼', 논점 물타기한 저질 발상

 
 
 
한 토론프로그램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김일성, 김정일 개새끼'라고 발언했던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온라인에 올라온 전 변호사의 발언을 보면 '개새끼'라는 단어가 공중파 방송 용어로 적합한가의 여부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있다. 한데 전 변호사가 특정인에 대해 욕을 한 것이 아니라 '김일성, 김정일 개새끼'란 일반적인 평가를 인용하는 경우라면 허용될 수 있다고 본다. 전 변호사가 다소 흥분한 상태에서 적정하다고 생각되는 선을 넘어섰던 부분이 있으므로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전 변호사의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과 취지는 비판받아야 할 건덕지가 없어 보인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발언 중에서 '김일성, 김정일 개새끼'란 부분만 가지고 발언 전체를 왜곡하고 비난하는 것은 논점을 흐리기 위한 저질 발상에서 나오는 헛소리다. 전 변호사에게 비난을 퍼붓는 자들의 대부분은 이처럼 발언의 전체 취지는 무시한 채 단 몇마디만 가지고 전체인 양 포장하는 부류들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급기야 진중권이라는 한 트위터리안은 "'이명박 개새끼' 해보라 그래서 안 한다고 다 이명박 패거리인 건 아니다"라며 가장 저질 발상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잠시 뒤엔 "수꼴들에겐 '이명박 쥐새끼'라고 해보라 하자"며 매번 반복되는 진씨만의 기괴한 패턴을 시작했다. 이게 얼마나 아둔하고 띨띨한 건지는 진씨 본인이 가장 잘 알지 않겠나? 그러니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엔 "이명박과 박근혜는 '김정은 개새끼'라고 할 수 있을까요?"로 슬그머니 말을 바꿔나간 것일 테니 말이다.
 
진씨의 이러한 말들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뭐 굳이 비유하자면 '창문은 네모다, TV도 네모다, 그래서 창문과 TV는 같다'는 결론에 도달한 채 TV보다 창문이 좋다거나 창문보다 TV가 좋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논거를 내세우는 것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수준이라고나 할까. 그러함에도 진중권 트위터리안의 트윗은 실시간으로 인용되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황당할 뿐이다.
 
진씨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이유는 아마도 얼마 전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국회의원은 자신이 아니라 유권자를 대변하는 것"이라며 "이념과 정책을 뚜렷하게 밝혀야 하며 양심의 자유를 지키고 싶다면 공직에 나오지 말라"고 했던 발언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원책씨가 불필요한 발언을 해서 전선을 흐려놨어요. 유감입니다"라고 언급한 트윗에서 이러한 유추가 가능한데 이를테면 사상의 자유와 공인의 의무에 관해 언급한 자신의 발언을 흐려놨다는 불편함이 반영된 듯하다.
 


 
좀 더 비아냥조로 표현하자면 진씨는 자신의 말이 진리이므로 모두가 거기에 동의해야 되고 페이스를 맞춰줘야 되는데 전 변호사가 보조를 맞춰주기는 커녕 훼방을 놓았다는 오만함의 표출이다. 그러나 진씨의 말이 유일 진리도 아니고 모두가 거기에 맞장구를 쳐줘야 할 필요도 없다. 진씨는 진씨 대로 하고자 하는 말을 하면 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은 그들 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자기의 의도와는 다르다 해서 누군가의 말 중에서 꼬투리 하나만 갖고 폄훼하고 조롱하면서 오직 자기만 무조건 맞다 주장하는 것은 독재적인 발상에서 나오는 저질 논리다.

 
진씨는 전 변호사가 '대단히 폭력적인 방식으로 희화화시킬 뿐'이라고 하는데 정작 전체 담론을 희화화시킨 것은 전 변호사의 발언 중에서 '김일성, 김정일 개새끼'만 가지고 '이명박 쥐새끼'로 터무니없이 비약시킨 진씨 본인이다. 전 변호사가 말한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김일성, 김정일 개새끼'만 남아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이명박 쥐새끼'로 비약되어 헛소리하는 군상들이 더 늘어났으니 말이다.
 
'극단성'이 문제라고 했는가? 극단성으로 따지자면 진중권 만 하겠는가? 한 대기업 회장이 검찰 수사 중에 자살하자 '시체 치우는 것 짜증나니까 앞으로 자살세를 걷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진씨는 노무현이 자살했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예찬했었다. 또한 "유시민씨는 원칙이 없다. 잔머리를 굴리고... 소위 진보진영의 입장에서 보면 김문수, 이재오보다 더 악랄한게 유시민"이라고 말했었으나 지난 총선에서는 적극적으로 유시민을 돕고 나섰었다. 진씨는 "극단주의자들은 극우에서 전향을 해서 극좌로 갔다가 다시 극우로 돌아오지요"라고 언급했는데 진씨가 전향하지 않고 이처럼 극과 극을 오락가락하는 것은 극단주의자는 아니기 때문인가? 진씨가 돌아갈 곳은 극우일까 극좌일까?
 
'김정일, 김일성 개새끼'라 하는 게 극단적이라면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는 극단주의자에 속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전쟁을 경험한 세대들은 그보다 더 심한 욕도 할 텐데 그 분들을 극단주의자로 규정 짓는 진씨의 행태는 과연 온당한가? 관점을 바꿔서 보면 전쟁을 경험한 세대들이 극단적인가, 늙은이들은 투표도 하지 말라거나 투표 날짜에 맞춰 부모님 해외 여행을 보냈다는 것을 퍼뜨리며 투표하지 못하게 하라고 젊은이들을 선동질하는 진중권, 조국 등 자칭 좌파란 자들이 극단적인가?
 
종북이나 '김정일, 김일성 개새끼'라 못하는 이명박보다 더 큰 문제는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한 채 '닥치고 통진당 30석'을 부르짖으며 선동질에 매몰했던 진중권 부류들이다. 보아하니 진씨는 주사파 계보에 대해서 꽤 상세하게 알고 있는 듯한데 사전에 공개된 통진당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명단을 보고도 그것을 감추고 그 당에 투표하도록 선동했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통진당에서 이석기, 김재연만 몰아내면 종북 문제가 다 해결된다는 희한한 소리를 하고 있다.
 

 
수년 전에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분당할 때 핵심이 바로 종북 문제였으며 새로 합류한 유시민 파와 분당할 때의 말을 뒤집고 민노당으로 들어간 심상정, 노회찬 파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고 현재 문제되는 이석기는 그 당시에 민노당원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석기와 김재연만 몰아내면 종북주의의 문제도 해결된다고 주장하고 그것만이 무조건 맞다고 애쓰는 진씨의 모양새가 꽤나 안쓰럽다. 여기서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통진당 사태가 불거졌을 때도 진씨는 트위터에서 불특정인을 상대로 통진당 입당을 선동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즈음에 통진당에 입당한 사람들이 있다면 진씨의 선동 때문이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하여튼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인은 양심의 자유를 지키고 싶다면 공직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진씨의 발언은 타당하다.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 그리고 정책 등을 정립하는 국회의원이나 공인들에게 유권자는 정치적 이념적 정책적 정체성의 스펙트럼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으며 당사자들에게 그에 대해 밝힐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국가의 정책에 관여하는 공인들은 이에 대해서 교활한 속임수로 피해가지 말고 국민들 앞에 진솔하게 밝혀야 한다.
 
"종북으로 의심받는 분들이 왜 명백히 북한체제를 추종하지 않는다고 하지 못하는가, 김정일 김정은에 대한 태도를 밝혀라". "이는 사상의 자유와는 다른 문제다. 공직자이자 국민의 대표에 대한 검증의 문제이며, 무엇보다도 김씨왕조 체제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류적 독재체제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쥐새끼'는 입에 달고 사는 자들이 '김일성, 김정일 개새끼'라는 말에는 왜 그리 발작적인 이상언동을 하고 나서는지 의아한 일이다. '이명박 쥐새끼'라고 말하면 '깨어 있는 시민'이고 '김일성, 김정일 개새끼'라고 말하면 '수구꼴통'이 되는 현재의 분위기는 과연 정상적인가?
 
과거 십수년 전에 남북 화해 무드를 조성하기 위해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가급적이면 북한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왔던 것이 어느새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북한 세습 독재 권력자에 대한 비난이 금기시돼버린 듯하다. 이젠 정치꾼들이 유권자들의 질문에 교활한 수법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그들에게 분명히 경고해야 한다. 유권자가 알고 싶어하는 것을 색깔론으로 몰아세우고 수구꼴통이란 역 색깔론으로 뒤집어 씌우는 정치꾼들의 행태를 끝내야 한다. 정치꾼들이 색깔론으로 몰아세우면 앞으로는 쭈뼛거리지 말고 직설적으로 물어봐야 된다. "그럼 당신의 색깔은 세습 독재 권력 추종하는 빨갱이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