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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탄2' 배수정 허를 찌른 '칠갑산'의 감동, 압권이었다

 

 

'위대한 탄생2' 생방송 무대 시청 소감

 

MBC '위대한 탄생2'가 지난 주 그랜드 파이널에서 우승자를 가려내고 이번 주 '해피엔딩' 편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내외적인 사정이 겹쳐서인지 시즌 1에 비하면 외형적인 결과물은 다소 후퇴한 듯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진전된 부분들이 많아 긍정적이라고 판단된다. 다만 날로 눈부신 퇴보를 거듭하고 있는 고질적인 제작진들의 발편집 문제는 프로그램의 커다란 오점이다.

 

또한 멘토 시스템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오디션으로 넘어오는 이러한 포맷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별을 전제로 한 만남'은 멘토들도 그렇지만 멘티들에게도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신인을 발굴해야 하는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포맷의 방송에 출연함으로써 떠안아야 할 부담이 적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K팝스타'에 출연한 보아가 '원래 이렇게 잔인한 방송'이냐고 말을 했었는데 그 프로그램보다는 '위대한 탄생'이 더 잔인한 방송일 것이다.

 

'위대한 탄생2' 생방송은 시즌 1 때와는 다른 점수 체계를 도입했는데 좀 더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한 것은 사실이다. 하나 예선을 통해 형성된 팬층에 의해서 다소 불합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최소화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시즌 1에 비해서 시청자의 전화 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에서 보듯이 시청자의 전화로 평가되는 점수의 가중치를 턱없이 낮추는 것이 반드시 최선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것이 방송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프로 가수가 되기 위해 도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기에 다수의 팬층을 확보하는 것은 당사자의 스타성이기도 하고 실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K팝스타'에서 이정미가 첫 탈락했던 것처럼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오는 경우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포맷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위대한 탄생2' 생방송에서 멘토 심사단과 전문평가위원단의 점수 사이에는 약간의 괴리가 존재했는데 이는 멘토 심사단의 경우는 참가자의 성장도나 평소 대비 당일 컨디션 등에 대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대체적으로 보면 전문평가위원단의 점수가 음악 소비자가 음악을 소비하는 기준과 유사한 것으로 보이지만 참가자들과 오랜 기간 함께한 멘토단의 점수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최고의 브랜드 이선희

 

이선희 음악의 소비자인 나로서는 이선희의 출연 자체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나 음악에 대한 변함없는 열정 외에도 인간적인 면모를 함께 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기초가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구자명을 지도할 때에 보여진 이선희의 열정적인 모습이 지금의 이선희를 있게 하고 제자인 이승기를 톱가수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이선희가 멘토 스쿨을 시작하면서 각각의 멘티들에게 보여준 세심한 배려는 완벽을 추구하는 이선희가 기획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했었다. 이 시나리오는 프로그램의 마지막까지 이어질 거라 봤었기에 그 끝이 어떤 것일까 궁금했었는데 끝까지 살아남은 두 멘티들에게 각각 의미있는 곡을 선물함으로써 프로그램이 기획했던 스토리 텔링까지 완벽하게 완성해주는 근사한 것이었다.

 

 

'위대한 탄생2'에서 최고의 브랜드는 아마도 이선희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가 아닌 심사위원이 더 주목받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선희의 멘티들도 걸출했고 멘토와 멘티의 존재가 서로 상승작용을 했기에 이선희가 돋보였던 것이 프로그램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부정적이지는 않았다고 생각된다. 이선희는 여전히 콘서트 무대에 오르는 등 뮤지션으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니 별다른 활동이 없다는 식의 비상식적인 언론 기사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탈락 기회를 놓친 전은진의 때 늦은 분발

 

한 무대로 평가받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는 선곡이 당락을 좌우한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위대한 탄생2' 생방송도 마찬가지로 선곡에 따라 점수에서 편차가 컸다. 선곡에서 가장 아쉬움을 남겼던 것은 전은진이었다. 전은진은 생방송 무대를 시작하면서부터 선곡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선곡이 가장 안 좋았던 무대는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심수봉이나 이문세, 김건모 등 개성이 강한 가수들의 노래는 왠만한 가수들이 불러도 음악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원곡의 표현에 충실하려고 하면 모창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표현을 좀 다르게 가져가면 전혀 생뚱맞게 들리고, '불후의 명곡2'에서 효린이 '그때 그 사람'을 색다르게 편곡해서 부른 것처럼 실험적인 무대가 아닌 오디션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개성 강한 가수들의 노래로 시청자들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전은진의 이러한 선곡을 하나의 도전이라 평하기도 하던데 전은진 특유의 색깔로 소화해서 부를 수 없다면 그것을 도전이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가령 김건모가 트로트에 도전한다고 김건모의 색깔을 빼고 설운도의 창법으로 불렀다면 그 노래는 필시 못 들어줄 정도의 수준일 거다. 이런 경우는 하나의 이벤트적인 의미는 있을지언정 김건모의 도전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전은진의 생방송 무대에서의 선곡이 대체적으로 이러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기에 아쉬웠다는 말이다.

 

전은진은 생방송 무대에서 매회 탈락 위기의 점수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데 그때마다 팬층의 전화 점수가 전은진을 살려냈다. 전은진이 짧은 기간 동안에 이렇게까지 넓은 팬층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지만 이것도 프로 가수의 스타성이고 실력이니 그것이 꼭 부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탈락할 때가 언제인가를 아는 것 또한 실력이라고 본다면 계속해서 탈락의 기회를 팬층이 저지하는 것이 과연 득일지는 의문이다.

 

전은진이 감기가 걸린 상태에서 출연했던 그 때가 탈락하기엔 최적기였으나 그마저도 팬층이 저지한 것은 분명히 전은진에겐 독으로 작용했을 거라고 본다. 반대로 그날 탈락한 정서경이 오히려 상당한 반사이득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생방송 무대에 진출할 만한 실력이 못 되는 정서경에게로 향하고 있던 반감과 비난이 이 날부로 대부분 해소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절묘한 시점의 탈락이었다고 본다.

 

 

정서경의 경우는 조피디의 심사평처럼 '이런 가수도 필요하다'는 의미는 있으나 그처럼 형평성을 잃은 심사평은 다수의 안티만 늘릴 뿐 별다른 의미는 없다. 조피디에게 그런 가수도 필요하다면 합리적인 평가로 탈락할 시기에 떨어뜨린 다음 스카웃해서 특화된 노래로 데뷔시켜서 해결해야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형평성을 잃은 일종의 특혜를 주어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기획사 연습생을 뽑는 오디션과 공중파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을 착각하는 듯한 조피디의 심사평은 최악이었다.

 

전은진이 탑3에까지 올라 자신의 음악 인생에 영감을 준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나의 영웅(My Hero)'이라는 미션에서 사라 맥라클란의 'Adia'를 키보드 연주와 함께 열창함으로써 그동안의 아쉬움을 씼으며 때 늦은 분발을 했다. 하나 탑3로서의 자격은 있지 않겠느냐는 정도였지 결승에까지 올라야 된다는 생각까지 갖게 하지는 못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전은진이 탑3까지 올라간 것은 심사 평가단의 점수와는 별개로 전은진의 스타성이고 실력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위대한 탄생2' 최고의 무대, 배수정의 허를 찌른 '칠갑산'

 

이전에 구자명을 응원한다고 했었지만 음악적 기본이 부족해 보였기에 우승까지 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한데 프로그램 제작진이 완성하고 싶었던 스토리 텔링은 구자명이 아닐까 생각된다. 결승 무대에서 홍명보의 인터뷰를 딴 장면에서 그러한 생각이 들었고 아마도 그 장면에서 시청자 점수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것은 아닐까 짐작해 보기도 했었다.

 

물론 구자명의 결승 무대는 훌륭했고 우승 자격은 충분하다. 김건모의 노래여서 다소 불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구자명에게 잘 맞추어진 편곡도 좋았고 구자명도 이를 그런대로 잘 소화했던 것 같다. 이선희의 지도를 받으면서 단기간에 성량이 깊고 풍부해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구자명은 기본기를 더 익히면서 특화된 음색을 찾고 이선희의 풍부한 성량과 파워를 싣는다면 좋은 가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배수정이 결승 무대에서 주병선의 '칠갑산'을 선곡한 것은 시청자도 당혹스러웠다. "저 음색에 저 창법으로 칠갑산?" 대체적으로 이런 정도의 생각을 했었다. 한데 배수정이 노래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가장 집중해서 본 무대였다. 영국에서 날아온 배수정 어머니의 눈물 흘리는 얼굴이 오버랩되는 장면에서는 시청자도 울컥했을 정도로 감동적인 무대였다.

 

완전히 허를 찔린 배수정의 '칠갑산'은 '위대한 탄생2' 최고의 무대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칠갑산'으로 이렇게 듣는 사람을 감동시켰던 무대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배수정의 '칠갑산'은 압권이었다. 다소 결과가 밋밋할 것 같던 프로그램이 결승 무대에서 우승 후보로 손색이 없던 배수정의 허를 찌르는 선곡으로 인해서 일순간에 흥미진진해져버렸던 것이니 이 또한 엄청난 반전이었다고 하겠다.

 

 

'칠갑산'이란 노래는 한(恨)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전형적인 한국적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소화해서 듣는 사람을 감동시키기는 어려운 노래다. 요즘 한국의 젊은 세대들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게 바로 이 한이라는 정서라고 할 수 있다. 젊은 가수들 중에서도 삶의 풍파를 겪은 알리 정도가 이러한 정서를 잘 표현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데 영국에서 날아온 젊은 처녀가 이러한 한국 특유의 정서를 이해하고 소화해서 불렀으니 감동의 크기는 더 컸다.

 

배수정의 음색과 창법은 안정적이긴 하나 소화할 수 있는 음악의 스펙트럼이 넓지는 않을 거라고 봤었는데 결승 무대에서의 '칠갑산'은 이러한 선입견을 깨게 만들었다. '칠갑산'이란 노래에 담긴 정서를 배수정의 음색과 창법에 맞춰 이처럼 근사하게 소화해서 표현할 정도의 감성에 이선희의 풍부한 성량과 파워로 노래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다면 배수정의 잠재력과 파괴력은 대단할 것이라 생각된다.

 

배수정과 구자명이 이선희에게서 받은 곡들은 이선희 음악의 소비자라면 동감하겠지만 이선희의 몸에 딱 맞는 노래다. 특히 '질주'는 맑고 청아한 음색에 파워를 실은 이선희가 부른다면 훨씬 더 웅장하고 경쾌한 응원가로 탄생했을 것이다. 물론 이 노래는 구자명의 스토리 텔링의 완성을 위해서도 의미가 크니까 좀 더 기본기를 쌓은 뒤에 음원을 출시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배수정이 부른 '두근두근 콩닥콩닥'은 배수정에게도 잘 맞는 곡인 듯하다. 처음엔 '소녀의 기도'에 삽입되었던 실로폰 소리처럼 풋풋한 설레임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사랑이야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함춘호의 달콤한 기타 소리와 랩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풋풋한 설레임보다는 세련된 사랑 이야기로 다가왔고 배수정의 이미지와 잘 연결되면서 노래도 좋았고 무대의 완성도 면에서도 최상이었다.

 

배수정이 이선희가 부른 노래 중에 '갈바람'과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를 한번 불러보면 어떨까 싶다. 향후 본격 가수 활동을 시작하면서 이 노래를 소화해서 부르는 무대를 꼭 보고 싶다. 노래를 들어보면 이 노래들을 콕 집어서 권하는 이유는 짐작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 심성이 얼마나 곱고 반듯할지는 직접 보지 않아도 TV 화면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래서 TV 화면으로 눈을 마주쳐도 기분 좋아지는 여인 배수정, 그녀가 본격적으로 연예활동을 시작한다면 왠지 낯설 것 같기도 하다. 하여튼 '바보 같은'이라기보다는 '수수하고 소탈한' 그래서 보는 사람도 유쾌하게 만드는 배수정 특유의 웃음만은 변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오디션 프로그램 사상 최초로 여성우승자라는 기록을 세울 거라는 기대는 아쉽게 빗나갔지만 여러 면에서 배수정이 단연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