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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탄생2' 구자명을 응원하는 이유




'위대한탄생2'는 시즌1에 비하면 제작진의 계속해서 퇴보하고 있는 편집 부분만을 제외한 여러가지 면에서 상당히 진전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편집 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후진적인 수준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시종일관 프로그램을 통째로 너덜너덜하게 만드는 그 희한한 일관성 하나는 인정해줘야 할 듯하다.

이선희는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었는데 멘토 스쿨에서도 마찬가지로 상당히 바람직한 멘토상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선희는 직접 멘티들의 가족들을 찾아가 인사하면서 멘토 스쿨을 시작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니만큼 이러한 방식은 장단점의 양면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한데 최종평가에서 가족들을 초대해서 지켜보게 한 것은 장점을 극대화시킨 것이 아니었나 생각되고 시청자로서도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었다.

또한 이선희는 이승기와 이서진을 초대했는데 이는 멘티들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 대한 서비스이자 멘티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함이 아니었나 짐작된다. 최종 평가를 이들이 아니라 멘티들을 도와 연주를 했던 함춘호, 최태완, 이태윤과 협의한 것은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데 이선희는 이렇게 함으로써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도 담보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선희가 '엄마 멘토'라 불리는 듯한데 멘토 스쿨을 보면 이선희는 상당한 완벽주의자인 듯하다. 멘토 스쿨에서 보이는 일련의 과정은 굉장히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인 것처럼 보인다. 사진작가를 초대해서 멘티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겠다는 이선희의 섬세한 배려가 그 결정판이 아닌가 생각된다.



멘토 스쿨을 거친 멘티들의 실력이 마치 멘토들이 무슨 마법이라도 부렸던 것처럼 시청자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이 놀랍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2명을 탈락시키기가 어렵다고 느끼게 되는데 같이 생활했던 멘토의 입장에서는 오죽이나 힘들었을까 싶다. 이제 프로그램은 다시 오디션 시스템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선희도 그렇지만 타 멘토들도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최초의 오디션 시스템과는 또 다른 환경에 잘 맞추어야 할 것이라 본다.

이선희의 멘티 중에는 구자명이란 멘티가 있는데 나는 구자명의 도전을 응원한다. 내가 구자명을 응원하는 이유는 그의 안타까운 사연 때문이 아니다. 처음 구자명의 사연이 소개되었을 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이가 떠올랐고 그래서 구자명을 응원하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이(이하 'A씨'라 칭한다)도 구자명과 유사한 역경을 겪었는데 체형이나 얼굴형도 비슷한 면이 많아 친숙하다. 다른 점이라면 구자명은 땀과 눈물이 많다는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A씨도 구자명과 같은 포지션인 미드필더로서 청소년 국가 대표에 선발되는 등 축구 선수로서는 일류의 길을 걸었고 축구가 전부였던 사람이다. 한데 그만 허벅지 부상을 당해서 축구 선수로서의 꿈을 접어야 하는 좌절을 겪게 되었다. 일류 선수로서 기대와 찬사를 받다가 부상으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그 상실감은 타인이 감히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A씨는 그래도 배달 일을 하는 구자명보다는 나은 경우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실업팀을 창단한 기업에 스카웃되어서 일류에서는 멀어졌지만 축구를 계속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여러가지의 대내외적인 사정으로 팀이 해체되었고 그 기업은 사원으로 채용함으로써 책임을 다했다. A씨는 일을 하면서 사내 축구 동호회를 조직해 지역 단위의 직장인 축구대회에 참가(이와 관련한 예산은 기업에서 지원해 주었다)하는 것으로 마지막 남은 아쉬움을 달랠 수는 있게 되었다. 내가 A씨를 알게 된 것은 이 즈음이었는데 A씨와 같이 축구를 하면서 조기 축구회 수준이었던 나는 축구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 아직까지 나는 A씨보다 더 축구를 잘하는 사람을 알지 못한다.



구자명을 처음 봤을 때 A씨가 떠올랐는데 구자명이 생계를 위해 배달 일을 한다는 사연을 보니 참 안타까웠다. 일류의 길을 걸으며 축구인으로서의 인생이 보장되어 있는 듯하던 선수가 불의의 부상으로 인해 일류에서 멀어지고 어느 날 갑자기 사회의 최하 계층으로 전락한다면 그 상실감과 좌절감을 견디기가 어려울 것이라 짐작된다. 하지만 구자명이 다시 꿈을 키우기 시작한 가수의 길에서 대한민국 일류 가수로부터 그 가능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구자명의 도전이 결실을 맺게 되기를 응원하고 기원한다.

부언한다면 '위대한탄생2' 예선을 치르면서 내 맘에 쏙 들어온 참가자는 전은진과 박지혜다. 전은진은 이승환이 '어둠의 마성'이라 언급한 바와 같이 특유의 음색에 끌린다. 예선 심사 때 이선희가 선곡을 잘못 했다며 다음에는 '몸에 맞는 옷'을 입고 나오라고 하자 '입는 옷'을 말하냐고 엉뚱한 대답을 했고 이승환으로 하여금 '독해력이 떨어진다'는 독설 본능을 끌어냈던 허점이 많이 보이는 캐릭터인 듯하다. 불안한 요소가 있었으나 최종평가에서의 'stop'을 부른 무대는 프로가수였다.

박지혜는 일찌감치 예선탈락했으나 여기서 언급하는 이유는 마치 가슴을 파고 드는 듯한 박지혜의 음색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박지혜의 사연이 먼저 소개됨으로써 이러한 박지혜의 음색이 갖는 장점이 오히려 퇴색된 면이 있는데 편집 순서를 바꿨다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라 박지혜의 조기 탈락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프로듀서라면 관심을 가질 만한 대상자 중에 하나가 박지혜가 아닐까 싶다. 박지혜가 가수로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런가 하면 마지막에 내 맘을 움직인 참가자는 배수정이다. 그녀가 노래는 잘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러한 창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다 과연 가수의 길을 갈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기에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었던 참가자였다. 한데 멘토 스쿨에서 보여지는 배수정은 이러한 선입견을 모두 없애버렸다. 왠만한 내공을 가진 가수의 공연을 봐도 악기 하나와 하모니를 맞추는 무대는 무덤덤한 경우가 많은데 최종 평가에서 배수정의 무대는 이선희의 표정만큼이나 시청자도 근사하게 느꼈다.

멘토 스쿨에서 보여지는 그녀의 소탈하고 수수한 모습도 보기 좋았는데 프로가수가 되어서 화려한 치장을 하고 방송에 나온다면 왠지 낯설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하다. 흔히 엄마를 보면 그 여자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 배수정의 어머니를 보니 배수정의 품성이 어떠할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배수정 본인이 선택한 가수에의 도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