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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가 기자 회견한 게 네티즌만의 잘못이냐?




알리가 자신이 과거에 성폭행을 당했던 끔찍한 기억을 대중 앞에서 발표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막다른 처지로 몰아간 것이 네티즌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나? 알리 사건은 노래를 만든 알리와 그 노래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관계자들이 자초한 것이고 최초에 문제가 불거져 나왔을 때에도 적절하지 않은 해명으로 인해 오히려 화를 키웠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연예계 퇴출과 같은 쓸데없이 과도한 반응을 보인 네티즌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네티즌만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려운 사건이다.

그런데도 마치 네티즌들이 알리가 자기의 상처를 고백할 수밖에 없는 궁지로 몰고 갔다는 식으로 본말을 호도하며 여론을 선동하는 언론들의 반복되는 야비한 행태를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 알리에 대한 논란이 온라인에서 쟁점화된 데에 일등공신은 네티즌들이 아니라 황색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언론들이었다. 네티즌들의 자극적인 댓글만을 뽑아 기사화하는 것도 모자라 친절하게도 아고라에서 알리 퇴출 서명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까지 보도하고 서명한 인원 수까지 시시각각으로 세세하게 보도하면서 계속해서 네티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사건을 크게 키웠던 장본인들이 바로 언론들이었다.

알리가 끔찍한 기억을 밝힐 수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간 데 가장 큰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은 언론들이었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자기 반성은 커녕 알리가 성폭행을 당했었다는 기자 회견을 하고 나자 태도를 싹 바꾸고는 짐짓 성인군자인 척하며 되려 네티즌의 탓으로 돌리고 비난과 책임을 모면해 보려는 저열한 수작질을 부리고 있다. 정작 심각한 모랄 해저드에 빠져 있는 건 언론들임에도 모두를 네티즌의 탓으로 돌리며 자기네들의 행위는 합리화하며 책임을 떠넘기는 비겁하고 야비한 행태다.

왜 황색 저널리스트들은 자기 반성이라는 걸 모를까? 이러한 현상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데 그때마다 이들은 네티즌을 들먹이며 자기네들의 책임을 회피하기에만 급급했지 한번도 자기네들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했던 적은 없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불특정 네티즌을 거론하며 빠져나가는 것이 황색 저널리스트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보검이고 만병 통치약인지는 몰라도 정작 먼저 반성하고 퇴출되어야 할 군상들은 얼굴 없는 네티즌들을 선동하고는 다시 그들의 뒤에 숨어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황색 저널리스트들과 그들의 상술이 아닐까?

특히 조선일보는 알리가 기자 회견을 하고 나자 여러개의 기사를 쏟아내며 이 사건을 집요하게 네티즌의 탓으로 돌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알리의 기자 회견과 관련해 보도하고 있는 기사를 보면 사건의 내막을 잘 모르는 사람일 경우 마치 네티즌들이 일방적으로 악플을 쏟아내며 알리를 매도해서 기억하기 싫은 과거의 상처를 꺼내며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고 믿기 딱 좋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작심한 듯이 [가수 알리를 막다른 처지로 몰고 간 '악플 테러']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서까지 네티즌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 사설의 논거도 역시 앞뒤 뚝 잘라내고 모든 원인이 네티즌에게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꽤나 황당하고 엉성하기 짝이 없는 졸렬한 것이다. 거기에 더해 이화여대가 악설댓글을 게시한 네티즌을 고발했다는 것과 최진실의 자살 사건까지 인용한 것으로 보아 논지는 아마도 알리가 기자회견까지 하게 된 사건을 인터넷 악플의 문제로 몰고 가서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를 강제로라도 억압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해보려는 꼼수가 아닌가 보여진다.



조선일보가 이처럼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며 네티즌의 입에 자물쇠를 채울 구실을 찾기 위해 애쓰는 것을 보노라면 정말이지 황당할 따름이다. 불과 얼마전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개국시에 김연아가 앵커를 맡는다고 오인받을 수 있는 정도로 과장된 노이즈 마케팅에 이용하는 바람에 선의로 촬영에 응했던 애꿎은 김연아에게 뜻하지 않은 피해를 주었던 조선일보가 새삼 네티즌을 탓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사건은 네티즌만의 잘못으로 몰아가기 위한 논거로 삼기에는 사건의 전말과 성격 등 여러가지 면에서 상당히 부적절하다.

이번 사건과 연관지어서 강호동의 연예계 잠정 은퇴가 네티즌의 비난 탓으로만 돌리는 몰염치한 언론도 보인다. 언론은 매번 이와 똑같이 야비한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데 강호동이 잠정 은퇴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언론과 국세청이 위법하게 개인정보를 공개한 게 단초를 제공했다. 거기에 확인되지도 않은 종편설을 동원해서 입체적으로 강호동을 비난하며 궁지에 몰아넣었던 것도 역시 언론이었다. 심지어는 연예계 잠정 은퇴를 선언한 후에도 가당치도 않은 땅 투기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연예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인격까지 완전히 생매장하려고 집요하게 매달렸던 것도 언론이었다. 이랬던 황색 저널리스트들과 일부의 블로거들이 자기 반성이나 사과는 전혀 없이 몽땅 네티즌의 책임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몰염치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오직 네티즌만이 가해자라고 할 수 있나?

작패라고 할 정도로 반복되는 언론들의 행태를 보니 알리가 끔찍한 상처를 발표하게 만든 가해자가 네티즌이고 알리는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가를 이젠 좀 따져봐야 할 것 같다. 만약에 알리에 대한 스캔들이 터져 나왔고 그에 대해 아니라고 해명을 했으나 네티즌들이 집요하게 진정성을 의심하고 비난을 쏟아내면서 궁지로 몰아가는 바람에 알리가 스캔들이 아니라 범죄의 피해자였다고 발표를 하며 진정성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면 이건 네티즌들의 잘못이다. 이런 경우라면 명백히 네티즌들이 가해자이고 알리는 네티즌들의 악플 테러로 인한 피해자가 된다.

한데 이 사건은 그런 성격으로 보기가 어렵다. 네티즌들이 진정성을 언급하며 비판한 것은 알리에게 과거의 아픈 상처를 들춰내라고 강요한 것이 아니었다. 네티즌들이 문제 삼은 것은 제목과 가사의 일부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게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 아니냐는 거다. 이 부분에서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것이었지 알리의 개인적인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을 얘기하는게 아니었다. 이를테면 알리가 네티즌들의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서는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라는 진정성을 보이면 충분한 것이었지 과거의 끔찍한 기억을 들춰내면서까지 진정성을 입증할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다.

최초에 가사 논란이 나오자 알리측은 신속하게 앨범을 모두 회수하고 폐기함으로써 책임있는 조치를 취했다. 그걸로 논란이 끝날 것으로 보였지만 불행하게도 덧붙인 그 해명이 적절하지 않아서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키고 말았다. 논란이 된 가사는 가해자의 파렴치한 인격을 비판한 것이었고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데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지 못했다고 한 부분이 문제였다고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이 가사는 어떻게 봐도 알리의 해명과는 부합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앨범은 폐기했다고 하나 방송활동을 계속하겠다고 고집함으로써 네티즌들로 하여금 여전히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방송 제작자가 알리가 해명하고 사과했기 때문에 방송에서 하차할 필요가 없다는 오만한 태도를 보였던 것도 반감을 키우게 만들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알리가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기 위한 최선의 선택은 출연중인 방송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이었다고 본다. 그렇게 잠시 비껴나서 네티즌들의 논란을 잠재우는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충분했을 텐데 굳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방송활동에 매달려야 했었는지는 의문이다. 만약에 알리의 기자 회견 내용을 방송과 기획사가 알았다면 차후에 반드시 방송 출연 기회를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설득하더라도 어떻게든 기자 회견을 말려야 했다. 이것은 논란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힐 수는 있을지 몰라도 논란의 근본적인 문제까지 해결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알리 본인에게 방송활동을 잠시 중단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감당하기 버거운 선택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픈 상처를 공개한 것은 주변 사람들과 팬들의 격려로 어떻게든 이겨낼 수가 있다고 치더라도 그렇게 홍역을 치르고 혼란스러운 상태로 방송출연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상반된 두 얼굴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드세고 사악한 멘탈 상태로는 보이지가 않기 때문이다. 알리를 계속해서 방송에 출연시키려는 사람들의 태도가 상당히 잔인하게 보이기까지 하다.

그 재주를 아낀다면 이렇게까지 해서 방송출연을 강행하도록 고집하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오기와 집착을 버리고 과거의 아픈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도와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알리가 어느 정도의 휴식을 통해서 타인의 고통에 대입하지 않고도 자기의 아픔을 담담하게 노래로 풀어낼 수 있을 정도로 과거의 끔찍한 상처를 털어내고 성숙하게 된다면 알리가 부를 노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감동과 울림을 지닐 것이라 본다. 어쨌거나 지금 당장의 방송출연에의 집착을 버리지는 못하더라도 더 많은 소중한 것을 잃게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알리가 당한 피해 사건은 언젠가는 터져나왔을 거였다고 본다. 민사소송이 진행중이라는데 황색 저널리스트들이 가만히 내버려두지는 않을 수도 있고 알리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유명세를 치를수록 그게 고까운 누군가가 패악질을 저지르게 될 수도 있고 결국은 어떻게든 알려지게 될 사건일 것이다. 하지만 그 사건은 황색 저널리스트들을 낚아서라도 그들에 의해서 터뜨려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이번을 기회로 삼은 것은 조금 성급하고 무리했다고 생각된다.

알리가 눈물의 기자회견을 하고 나자 언론들은 마치 가사에 담긴 알리의 진의를 다 파악했고 모든 오해가 풀렸다는 듯이 네티즌들을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알리의 기자 회견 이후에도 노래 제목과 기획사 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앨범 상세정보를 그대로 둔다면 여전히 그 가사는 어색하기만 하고 중간에 알리의 해명 또한 마찬가지다. 언론이 네티즌들은 알리의 진의를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설레발치며 네티즌을 비난하고 있지만 그걸 대중들에게 알려야 할 책임이 있는 언론도 마찬가지였고 지금은 이해가 된다면 그건 언론의 이해력에 문제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번의 경우 알리는 오히려 가해자이기도 하다. 물론 알리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서 가해행위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가해의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해명하기 위해 직접 행동하는 대신에 기자회견을 고집했던 것도 논란을 키운 요인 중에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만시지탄이지만 미처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행한 가해에 대해 피해자로부터 양해를 구하고 오해를 풀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사건의 경우는 모든 잘못을 네티즌에게만 돌릴 수는 없으며 딱히 어떤 것이 폐단이라고 꼬집어서 말하기도 난감하다. 마치 이 사회의 여러가지 병리적 현상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듯해서 누구도 편하지 않고 찜찜함이 남는 그런 정도의 성격을 갖는 사건이라 정리하고 싶다. 모든 잘못을 네티즌들에게로 돌리는 언론의 행태가 괘씸해서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표현들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어쩌면 알리를 오기로라도 지탱하게 해왔던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를 밑천을 다 드러냄으로써 가난해지고 지쳐버린 심신을 잠시나마 쉬게 해주는게 길게 보면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상반된 두 얼굴이 필요한 당장의 방송출연으로 인해 단기간에 다 소비해 버릴지도 모를 위험에 맡기기엔 그 재주가 아깝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