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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시사현장 정치

지금은 노무현 칭송하기가 아닌 노무현 바로보기할 때

노무현 前 대통령(노무현) 서거 후 10여일이 지났지만 온, 오프라인엔 여전히 노무현을 칭송하는 글과 말들로 넘쳐난다. 노무현 칭송으로 일관하는 글이나 말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것이어도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엄청난 비난을 받는다. 무모해보인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맹목적이고 무조건적인 이 상황,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무현 칭송하기가 꽤 부담스럽다. 노무현에게 비판을 했던 정치꾼들이나 방송, 언론은 물론이고 자칭 진보라 칭하며 노무현 비판에 가세했던 자들도 노무현 칭송하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소위 파워블로거라 불리며 노무현 비판에 앞장섰던 자들이라고 무엇이 다르랴.

노무현에 대한 검찰의 수사 브리핑이 이어지자 '굿바이 노무현'이라고까지 했던 그들이 노무현 칭송하기에 앞장서는 것은 대단히 기회주의적인 행태다. 진보가 곧 기회주의라면 할 말은 없지만 지금 진보라 하는 자들의 노무현 칭송하기는 대단히 역겹다.

민주당은 노무현이 서거하자 갑자기 상주를 자처하고 나서더니 이젠 너도나도 앞장서서 자신들이 노무현 정권의 적자들이고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나서는 기회주의적인 정당이다. 노무현이 서거하기 전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구속해야 한다.'거나 '민주당을 망친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닌가' 등의 말들로 노무현과의 선을 긋기 위해 애를 쓰던 민주당이 어느 날 느닷없이 노무현을 계승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민주당의 기회주의적 행태는 촛불집회에서도 있었다. 기꺼이 촛불의 배후가 되겠다고 거리로 나오더니 얼마 후 납득할만한 해명도 없이 슬그머니 국회로 들어가버렸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촛불집회 현장에서까지 노무현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았었나? 진보신당은 밤에 비정규직 관련 영상을 상영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의 한가운데에 노무현이 있음을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노무현이 서거하자 잠깐의 상주 노릇을 했다거나 영결식을 함께 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홍보하며 슬그머니 노무현 칭송 대열에 발을 담그는 듯하는 것은 노무현 서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 보기에 좋지 않다.

노무현을 비판했던 자들이 내세운 그 근거들이 노무현 서거로 모두 한꺼번에 해결되기라도 한 것인가. 비정규직 문제나 빈부의 양극화 문제는 여전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은 이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해서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 두고 있다. 칠레와의 FTA 체결로 어려워진 농촌의 현실이 개선되고 그에 반대하다 죽은 농민이 살아나기라도 했나. 민주당이 기꺼이 촛불의 배후가 되겠다며 거리로 나왔을 때 한미 FTA 포기를 선언해야 받아준다고 했던게 바로 진보라 칭하는 자들 아니었던가.

지금은 노무현 칭송하기가 아닌 노무현 바로보기할 때

진보라 칭하는 모신문은 노무현에 대한 검찰 수사 브리핑이 이어지자 칼럼에 '노무현이란 이름으로는 다시 시민들의 열정을 불러 모을 수가 없게 되었다'고 썼었다. 그런데 노무현 서거로 다시 시민들의 열정을 불러 모으게 되니까 진보라 칭하는 자들 모두 노무현 재임시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 것인가, 잊어버린 것인가. 노무현의 서거를 추모하고 애도하는 것과 거기에 묻어가려는 것과는 다르다고 본다.

지금 진보라는 자들이 보이는 행태는 사실관계는 도외시한채 감각적이거나 감성적인 글이나 말로 다중을 선동하려는 대단히 기회주의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것이 그들이 비난하는 조중동과 뭐가 다른지 스스로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서로 관점이 다른 대척점에 서 있을뿐 수단과 방법은 대동소이해 보이기에 말이다.

MBC PD 수첩, 빛나고 값어치 있어

그래서 오늘 방송된  MBC PD 수첩은 빛나고 대단한 의미와 값어치를 갖는다. 노무현의 서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행태와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견제하고 바로 잡는 것은 다르다.

자발적으로 이어진 국민들의 노무현 추모 행렬은 가히 놀랍고 그 위력을 가늠하기 힘들다. 이 위세에 놀라서인지 反노무현 쪽에서도 자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인내는 얼마 가지 않을 것이고 이 소나기를 잠시 피하고나면 필연적으로 노무현 죽이기가 시도될 것이다.

노무현에 대한 바로보기와 그에 대한 정당한 평가.

지금 노무현 칭송하기를 이어간다고 이것이 가능할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지금 노무현의 죽음을 정략적으로 이용해서 노무현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 놓는다면 반대자들의 공격으로 노무현에 대한 평가가 붕괴되는 정도는 더 클 것이다.

난 대통령 재임시의 노무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인간 노무현에 대해서는 대단히 긍정적이다. 퇴임 후 고향 마을에서 어린이들과 어울려 놀면서 대통령도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했던 그의 말을 기억한다. 그러한 그의 바람을 실현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던 그의 절박함이 가슴 아프다. 그래서 그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내려지길 바라고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그의 존재가치가 손상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