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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탄생2' 초유의 굴욕 혹은 독설 캐릭터 이승환




'위대한탄생2'가 시즌1에 비해 달라진 점은 실력과 비주얼 그리고 스펙까지 골고루 갖춘 참가자가 많아져서 스토리텔링이 풍부해졌다는 것과 멘토가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눈에 띄는 참가자가 늘어난 것이야 시즌1을 통해 프로그램의 인지도가 상승한 탓이 크겠지만 멘토의 경우는 시즌1에 비하면 극과 극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확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 초반에는 제작진이 윤상과 윤일상의 독설 배틀을 부추기면서 멘토 시스템이 시즌1을 답습하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한 요소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멘토들이 형평과 공정을 우선시하면서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멘토 시스템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리를 잡자 시청자도 멘토들의 평가와 판단을 존중할 수 있게 되었고 아울러 편안하게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제작진들의 무례한 편집은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그래도 시즌1에서처럼 멘토들간에 쓸데없는 신경전을 벌이거나 아집을 부림으로써 시청자를 불편하게 만들던 요소는 거의 해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물론 아직은 멘토스쿨과 다시 오디션 형식으로 바뀌는 생방송이 남아 있어서 단정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추세대로라면 시즌2의 멘토는 상당히 안정적이고 바람직한 유종의 미를 거둘 거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시즌2의 멘토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제작진의 시나리오에 기인한 것인지 멘토들이 자발적으로 진화시킨 것인지 알 수는 없겠으나 시청자로서는 후자일 것이라 보고 싶다. 시즌2의 멘토 시스템을 가장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건 이선희라고 판단된다.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냉정하고 공정한 심사를 이끄는 이선희의 차분한 리더십은 이의를 달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또한 오랜 무대 경험에서 나오는 기발한 심사평으로 누구보다 참가자들 편에서 그들의 실력을 끌어내려고 노력하는 "라이브의 황제" 이승환도 돋보이는 멘토다. 초반에 제작진의 독설 배틀 편집에 이용당했던(?) 윤상과 윤일상도 독설을 접고 멘토들이나 오디션 참가자들과도 농담을 주고 받으며 멘토 시스템을 진화시키고 있다. 윤일상은 예의 독설 이미지를 버리고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에 잘 적응했지만 윤상의 경우는 아날로그적인 감성 이미지 탓인지 아직은 어색한 분위기 메이커라 할 수 있다.

박정현은 어딘가 겉도는 듯한 인상인데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고 한국인의 정서도 자연스러울 정도로 수용하지 못한 이유일 거라고 짐작된다. 하지만 글로벌 오디션에 특화된 멘토답게 많은 장점을 발휘하고 있으므로 굳이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박정현은 한국어를 빨리 배웠다면 진즉에 한국 가요계의 주류로 올라서서 왕성한 활동을 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을 갖고 있는 가수다.

시즌1에서 멘토의 특징은 가차없는 혹평을 서슴지 않았던 방시혁으로 대표할 수 있다면 시즌2에서는 혹평보다는 부드러우나 냉정하게 현재의 실력을 가감없이 짚어주는 이선희로 대표할 수 있겠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시즌2의 멘토 시스템이 더 편안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실제 가요계에의 입문을 목적으로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참가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볼지는 모르겠다.

방시혁의 방식이 더 나은가 이선희의 방식이 더 나은가에 대한 해답은 각자의 개성이나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공중파 방송에서 진행되는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인 만큼 시즌2의 멘토 시스템이 시즌1에서보다는 참가자들의 개인차를 잘 알지 못하는 멘토들의 독선으로 인해 생겨날 수도 있는 불확실성을 훨씬 더 줄이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시즌2의 멘토 시스템이 시즌1에서보다는 한결 진화된 것이라 보고 시즌3에 나올 멘토들은 시즌2보다 더 진화된 멘토 시스템을 들고 나온다면 명실공히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디션에서 멘토의 역할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이선희와 윤상이 제시했다고 본다. 윤상은 방송 초반 지역 예선 때 한 참가자에게 '목표를 높게 잡기 전에 현재 자신의 위치 파악이 더 중요하다'고 직설을 해서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이선희는 준비를 제대로 안하고 나온 듯해 보이던 한 참가자에게 '멘토들은 참가자들을 테스트하려는게 아니라 노하우를 주고 싶은 거니까 멘토들의 조언을 무시하지 말고 귀와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 달라'고 충고했다. 참가자들의 음악적 재능이나 현재의 실력과 수준을 적확하게 일러주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조언해 주는 정도가 멘토 시스템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위대한탄생2'에는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의 멘토가 등장한다. 라이브의 황제라 불리는 이승환인데 굴욕과 독설을 오가는 초유의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오디션 참가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본래의 실력을 발휘하게 해주기 위해 본의 아니게 굴욕을 당하지만 심사석에 앉아 있는 동료 멘토들에게는 오히려 독설을 하는 특이한 캐릭터다.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기발한 재치로 상대방을 세심하게 배려해주기에 장난스럽지만 가볍지 않고 진지하다.

이승환에게 최초로 굴욕을 안긴 것은 다름아닌 윤일상이었다. 팝핀-락킹 부분에서 세계 챔피언이고 국내 정상급 댄스 가수들의 춤 선생님인 김혜랑이 참가자로 나와 먼저 팝핀을 선보이고 노래를 시작했는데 숨이 가빠 노래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이에 이승환이 숨 돌릴 시간을 주려고 하자 윤일상이 이승환의 말을 잘라 먹으며 '더 들을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이승환은 굴욕 아닌 굴욕을 당했다. 돌발적인 상황으로 인해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도는 듯했지만 이승환은 침착하게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김혜랑에게 한번의 기회를 더 주는 것으로 사태를 잘 마무리지었다.

이승환은 참가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배려해주기 위해 본의 아니게 당한 굴욕도 있었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6학년으로선 큰 키인 이서연양이 등장하자 윤일상이 '일단 이승환과 나보다 큰 것 같다'고 하자 이승환은 '우리 이제부터 다신 그런 얘기 꺼내지 말기로 하자'며 유치한 굴욕을 자처하기도 했다.

 


영국 현지 예선에서는 아쉽게 탈락했지만 패자부활에서 이선희가 구제함으로써 한국으로 온 서혜인양이 영국에서보다는 한국말을 곧잘 하자 이승환은 서혜인양에게 한국말을 잘한다고 칭찬하지만 정작 서혜인양이 통역을 바라보는 바람에 굴욕을 당해야 했다. 또한 이승환이 임랜스군의 본명을 물어보자 대흥이라고 대답하지만 이승환이 잘 못 알아듣는 바람에 '아이구 미안해요'라며 굴욕을 당했다. 또한 '푸니타에게 기선제압을 당했다'며 푸니타의 무대를 칭찬함으로써 기선제압 당하는 굴욕 편집을 자초했다.

이처럼 참가자들로부터는 기분 좋게 굴욕을 당하던 이승환이지만 멘토들에게는 독설을 한다. 참가자들의 읍소를 차마 뿌리치지 못해 이선희가 연거푸 왕관을 누르자 이승환은 이선희에게 "저 선배님 죄송한데 귀 얇고 팔 싼 것 같다"고 독설을 날렸다. 말레이시아인 디디무가 기타를 들고 등장하자 윤일상이 '튜닝...오케이?'라고 묻자 이승환은 '참...아울렛 영어다'라고 독설을 날려 윤일상의 영어 실력을 꼬집으면서 이전에 윤일상에게 당했던 굴욕을 기분 좋게 돌려주기도 했다.

이승환은 "혜인 양은 나중에 커서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나비가 될 거니까 실망하지 말라", "마치 스토킹을 하는 남자 같았다", "마치 택배 아저씨가 온 듯 반가운 목소리다"는 등의 추상적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의 경험에서 나오는 기발하고 재치있는 심사평으로 참가자들을 배려해 준다. 이승환이 하는 것이 아니면 썰렁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기한 지난 평을 하기도 하는데 "얼터너티브(이승환은 얼굴 터지게 부르는 것을 지칭한다) 락을 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느꼈다"거나 "많은 노력을 경주하셔서(김경주양이 패자부활에서 이선희에 의해 극적으로 구제되고 눈물을 펑펑 쏟자 이승환이 한 말)" 등이 그것이다.

멘토스쿨이 시작된 후에도 이승환은 즐겁게 그러나 세심하게 멘티들을 배려하고 지도한다. 팀명을 남아스떼(男兒's떼)로 모토를 위탄지세(爲誕之勢)로 작명하는 기발한 재치를 발휘하고 층별로 커리큘럼을 나눈 완벽한 드림팩토리를 공개했다. 그리고 멘티들을 모두 일본으로 데리고 가서 자신이 성장할 수 있었고 수많은 공연 현장에서 쌓았던 노하우를 멘티들에게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이승환 멘토스쿨의 생방송 진출자가 결정됐다고 한다. "4명의 멘티들 중 누군가에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무대를 위해 자신의 의상을 직접 입혀 스타일링한 것은 물론, 화려한 세션과 생방송 오디션에서나 볼 수 있었던 코러스를 투입했다. 또 다수의 공연 경험을 바탕으로 한 무대 구상 아이디어까지 제시하며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체크해 '역시 완벽 이승환'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무대 장치 뿐만 아니라 심사위원진 역시 화려했다. 김광진, 정지찬, 김종서, 이영현(빅마마), 김종완(넬) 등 실력파 음악인들을 심사위원으로 초대했다. 김광진이 “경력 20년차가 넘는 본인도 못해본 무대 장치다”며 부러움을 표시하기도 할 만큼 특별했던 무대 연출은 멘티들의 음악적 성장을 위해 마련한 이승환의 마지막 선물이기도 하다."

누가 생방송에 진출할지는 방송을 보면 알 일이지만 이승환은 독특하면서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 흥미로운 캐릭터의 멘토다. 장난스러우면서도 가볍지 않고, 허술한 듯하면서도 음악적으로는 완벽주의자이고, 굴욕도 마다 않고 오디션 참가자의 입장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완벽한 시스템하에서 멘티들을 꼼꼼하게 챙기고, 오디션 참가자들에게는 굴욕을 당하고 멘토들에게는 독설을 하는 초유의 캐릭터 이승환은 오디션 참가자들이나 멘티들에게는 꿈의 멘토로 여겨질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