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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시사현장 사회

한미 FTA 반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극한적인 대립각을 세우며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하자는 측과 반대한다는 측이 대립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질은 한미 FTA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측과 한미 FTA를 추진할 때는 하더라도 불리한 조건을 개정해야 한다는 측이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형국인 것으로 판단된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측에서 내놓은 논거는 타당한 부분들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반대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이 대중들 사이에서 퍼져나가고 있음에도 그 과정을 명백히 밝히지 않음으로써 일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 FTA에 대해 절반의 책임을 통감해도 부족할 자들이 되려 한미 FTA 열혈 반대자 행세를 하면서 책임을 피해가려 하는 것은 비굴한 짓이고, 단지 한미 FTA 반대라는 목적 달성만을 위해서 책임져야 할 자들과 결탁해서 일방의 잘못으로 몰아가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비열한 짓이다.

한미 FTA의 내용에 대해서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민노당일 것이다. 한미 FTA를 추진했었던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 그리고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한나라당 인사들 중에서 민노당 만큼 한미 FTA의 문제점을 적절하게 분석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거라고 본다.

이것은 민노당이 특별히 유능해서라기보다는 애초부터 한미 FTA를 원천적으로 반대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고 반대 논거를 찾기 위해 한미 FTA 이행법안을 철저히 분석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 측은 이해득실을 따지다 보면 불리한 조건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미처 파악하지 못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지만 반대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문제점을 상대적으로 쉽게 찾아내고 실제보다 부풀려서 반대 논거로 삼으려고 하기가 십상이다.

민노당은 민주당이 집권시에 한미 FTA를 추진했을 때부터 격렬하게 반대해 왔다. 아마 지금이 민주당 정권이었다면 민노당만이 외롭게 한미 FTA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반대로 현재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인사들과 그들의 지지자라고 밝힌 자들 중에 대부분은 지금 한나라당 인사들이 되뇌이는 것과 대동소이한 말을 반복하면서 한미 FTA를 추진하려고 했을 것이다.

실제 민노당의 한미 FTA 반대 논거를 보면 타당한 부분들이 있다. 한데 민노당의 문제는 한미 FTA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한다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과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서 한미 FTA 추진 과정을 명백히 밝히지 않고 책임이 없지 않은 당사자들과 연합함으로써 대중들에게 사실이 왜곡되고 일방에게만 책임을 전가시킬 개연성을 높여 놓았다는 것이다.



FTA는 실제로 해 봐야 결과를 아는 것이지 미리 이해득실을 따지기는 곤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한데 현재는 그 자체를 부정만 한다고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미국과의 FTA라 해서 특별히 반대해야 할 이유도 없는 국면이다. 지금은 한미 FTA를 할 땐 하더라도 어떻게 할 건가에 대해서 의견을 조율할 때라고 판단되고 한미 FTA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민노당 안은 적절한 해법이 아니라고 본다.

또한 현재 야권이 한미 FTA 반대를 위해 책임감을 가져야 할 민주당과 결탁하고 한나라당의 책임만으로 몰고 가려는 것은 의외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미국 의회를 통과한 한미 FTA는 민주당 안보다는 개악된 부분이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민주당 안과 대동소이하다. 민노당이 제기하는 독소 조항은 재검토를 요하는 사안이지만 이 과정에서 의미가 희석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핫이슈로 떠오르는 게 ISD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건 민주당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던 것이었음에도 과정을 명확히 하지 않음으로써 민주당 지지자들은 한나라당의 책임으로 매도하고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민주당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었다며 민주당의 이중적인 태도를 매도함으로써 정작 독소조항으로 지목되고 있는 내용들이 논의조차도 해보지 못한 채 물리적인 충돌을 통해 강행처리될 조짐이 보인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일각에서는 일단 한미 FTA 비준안 통과를 저지한 후에 책임소재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의견에는 동의해줄 수 없다. 이는 주로 한미 FTA 자체를 부정하는 측에서 흘러나오는 얘기인데 그들의 목적은 한가지 방향으로 분위기를 몰아감으로써 민주당 내에서도 한미 FTA에 찬성하는 국회의원들의 행동반경을 제약해서 불확실성을 봉쇄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한미 FTA를 반대하려면 먼저 그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 현재의 한미 FTA와 민주당 집권시에 추진했던 한미 FTA 사이에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밝히고 가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미 FTA에 문제점이 있다면 그에 연관된 당사자들에게 공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과거에는 찬성했다가 현재는 반대로 돌아섰다면 그 이유를 밝히고 과거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게 만들어야 한다. 이게 단순히 정권에 따라 찬성과 반대가 결정되고 이전 정권에서의 실정을 덮기 위해서 반대하는 측과 결탁하고 현 정권으로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꼼수가 대중들에게 통하기 시작한다면 더 이상 책임있는 정치인이 나오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로까지 나섰던 민주당의 정동영은 한미 FTA를 "21세기판 을사늑약"이라고 표현하면서 자기는 몰랐었다고 궤변을 늘어놓는데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되나? 당을 총괄했고 대선 후보였던 자가 그 때는 내용을 전혀 몰랐다는 건 삼류 수준의 코메디 소재로도 부적합한 것으로서 국민을 우습게 알고 우롱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미 FTA가 을사늑약에 준할 정도의 불리한 협정이라면 그것을 추진했던 당의 총수였던 자가 책임감을 통감할 줄은 모르고 그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는 한마디로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고 행태이다.

한나라당도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다. 현재 핫이슈로 떠오른 ISD에 대해서 한나라당 홍준표는 민주당 집권 당시에 "한국의 사법주권 전체를 미국에 갖다 바친 것"이라며 이런 협상은 해선 안 된다고 혹평했다. 그랬던 홍준표는 민주당 안보다 조금 불리해진 것으로 보이는 현재의 한미 FTA에 대해서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집권 때에는 한국의 헌법체계와 사법주권 체계 자체를 부정하는 협상이었는데 당시와 똑같은 규정이 존재하는 현재는 그렇지 않은가?

"정부가 자기 임기 중에 한미 FTA를 하기 위해 너무 조급하게 서둘렀다. 스위스는 미국과 FTA 협상을 3년 동안 하고도 자국의 농업 보호를 위해 마지막에 파기했다. 스위스는 지금 유일하게 EU에 들어가 있지 않은 나라다. EU연합에 들어가면 자국 농업이 보호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위스는 세계 일류 선진국이다. 한미 FTA뿐 아니라 FTA는 세계적인 추세이므로 따라가야 하지만, 자기 임기 중에 실적을 남겨야겠다는 조급한 생각 때문에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협상이었다는 점이 없지 않았다."

이것은 홍준표 의원의 당시 발언을 발췌한 것으로서 제일 앞에 '노무현'이란 글자가 생략되어 있다. 이 노무현을 이명박으로 바꾸면 현재의 한미 FTA에 대해서도 똑같은 비판이 가능하다. 한미 FTA가 국가 이익을 위해 체결해야 되는 거라면서 정권에 따라 입장이 정반대로 바뀌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텐가?

지금 한미 FTA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똑같은 상황이 향후 계속 반복될 것이다. 이미 지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정에서 경험했던 것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미국산 쇠고기 협정을 체결했을 때는 한나라당이 결사적으로 반대했었고 한나라당이 체결했을 때는 민주당이 결사반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미 FTA는 반대할 수도 있고 찬성할 수도 있다. 한데 반대를 하더라도 사실관계를 왜곡해서 책임을 떠넘기려는 꼼수를 쓰지는 말아라. 자기네 계급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는 집토끼들의 여론몰이에 의해서 국가 정책이 좌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집토끼들의 여론전에 휘말려 그들이 진실이라고 믿지 말고 직접 눈으로 사실을 확인한 후에 그것만을 믿을 필요가 있다. 집토끼들은 자기가 맹종하는 자의 말만을 앵무새처럼 뇌까리며 여론몰이에 동원되는 소모품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