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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명곡2' 강민경의 진심과 기대이하 임정희




'불후의 명곡2'는 가수보다는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란 이칭이 더 잘 어울리는 가수 김광석 특집으로 진행되었다. 출연자들 중에서 단연 최고의 무대는 역시 가수 알리였다. 마지막 순간에 스포트 라이트가 꺼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리가 공연한 무대의 퀄리티가 낮아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들리는 해금 소리야말로 시청자의 허를 찌르는 것이었다. 어떤 노래든 알리의 손을 거치고 나면 신기하게도 알리의 노래로 완벽하게 부활한다. 주어진 시간이 고작 일주일에 불과한 듯한데 그녀는 노래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해석으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단번에 사로잡아 버린다.

정말로 오랜만에 라이브 공연을 보고 싶은 멋진 가수가 출현했다. 어느 한가지에 몰입하면 그쪽 방향으로만 마음이 가게 마련인지라 지극히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일수도 있기에 여기에서 더 이상의 언급은 불요불급한 것이라고 생각되어 생략한다.



'불후의 명곡2' 김광석 특집 편에서 출연자들이 보여 준 무대는 대체적으로 기대 이하였다고 생각된다. 글 서두에서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란 이칭이 더 잘 어울리는 가수 김광석이라고 표현했듯이 가수들이 김광석의 노래로 대중의 감성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특히나 기계음으로 대중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 트레이닝되어온 아이돌 가수들이 주어진 일주일이란 짧은 기간 내에 김광석 따라잡기를 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녹록한 일은 아닐 것이다. 더 나아가 김광석의 노래로 대중의 감성에 어필하고 감동을 주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한데 그런 중에서도 눈에 띄었던 것은 아무래도 김광석이 부른 원곡의 질감을 잘 알고 있을 홍경민의 무대였다. 선배가수에 대한 존경심을 담뿍 담아 노래를 부른 홍경민의 무대는 훌륭했다. 사실 홍경민은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후배가수들에게 모범을 보이겠다는 그의 방송 태도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고 그에게 스포트 라이트가 켜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그의 무대가 저평가되어서는 곤란하다.

다음으로는 현장이 아닌 TV 시청자에게도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진 강민경의 무대였다. 알리샤 키스, 비욘세가 최고인 줄 알았다가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놀랐고 김광석을 정말 좋아한다는 강민경은 그녀만의 감성을 잘 전달했던 것 같다. 신천지를 발견했을 때에 뛰쳐나와 유레카를 외치며 표출하는 격한 환희가 아니라 신천지를 알게 해준 가슴 떨리는 감격과 감사함이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된다.

알앤비 가수들이 가끔 마음에 안 들 때가 바로 쓸데없이 애드립을 넣어서 기교를 부릴 때다. 음악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러한 경우는 오히려 필요 없는 군더더기로 느껴질 때가 많다. 그렇기에 알앤비 가수가 김광석의 노래로 대중을 사로잡기는 여의치 않은데 강민경이 '불후의 명곡2'에서 지금까지 보여줬던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무대를 보여줬던 것은 그만큼 김광석을 좋아한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충분히 그럴 만한 무대를 보여줬지만 받은 우승 트로피에서 김광석의 이름을 가리키며 자랑스러워하고 무척이나 기뻐하는 강민경에게 우승 트로피가 돌아가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와는 반대로 임정희의 경우는 기대 이하의 다소 실망스러운 무대였다. 임정희가 음악적인 부문에 있어서의 실력이 부족하다기보다는 하나의 대중으로서의 관점에서 볼 때 그녀가 조금 편협하다고 할만큼의 독자적인 관점에서 노래를 이해하려고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편곡자의 마음이니까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어떻게 편곡하든 관여할 바는 아니지만 아예 대중의 호응 따위는 포기한 상태라면 모를까 임정희 식의 편곡은 오히려 독이다. 임정희의 '이등병의 편지'는 마치 남의 다리를 긁으면서 시원하지 않냐고 반복해서 되묻는 듯이 부자연스럽고 어색하기만 했다.

임정희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로 20대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편곡의 의도를 밝혔지만 저 가사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를 한번이라도 생각해 봤을지 의문이 든다. 또한 반드시 밝은 곡이어야만 듣는 사람에게 희망을 줄 거라는 생각은 창작자에겐 적일 수 있는 편견이고 고정관념이다.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는 군대 이야기가 아니라 군 입대를 앞둔 사람의 이야기이고 그러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노래다. 임정희에게 군대 간 친구 하나 정도는 있었음직한데 이 노래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해하고 접근했다는 사실이 조금 의아하다.

원곡인 '이등병의 편지'에서 핵심은 익숙했던 것들과의 이별을 앞둔 사람의 아쉬움과 떠나 있는 동안 그 익숙했던 것들로부터 잊혀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 등 상당히 복잡미묘한 감정이다. 임정희가 편곡에서 놓친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마치 관제 건전가요를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할 수 있는게 바로 임정희의 '이등병의 편지'였다. 편곡을 하더라도 듣는 사람을 뜨악하게만 만들 뿐인 이런 식으로는 손대지 말아야 하는 위험한 편곡이었다. 이건 마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열살 즈음에'로 바꿔 놓고 감동하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전의 임정희의 무대를 보면 짧은 곡 안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욕심으로 편곡 자체가 지나치게 산만해서 시청자가 몰입하기는 어려웠다. 김광석 특집에서는 욕심은 많이 걷어냈지만 원곡에 접근하는 방법적인 면에서 조금의 착오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임정희가 순위에 대한 집착이나 욕심을 버리고 무대 위에서 즐기며 그녀의 음악을 들려주기를 기대해 본다.

'불후의 명곡2'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사실 누가 탈락하고 누가 우승하는가는 그리 중요하지도 않고 우승자가 결정되는 순간이 전혀 긴장되지도 않는다. 단지 출연자들의 퀄리티 높은 무대를 감상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또한 '열심히 노래를 불러도 카메라는 다른 팀원을 잡더라'는 레이나와 같은 아이돌 가수나 알리와 같이 특출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묻혀 있던 가수를 알게 되는 것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