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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시사현장 정치

'주어 경원' 대 '사실상 원순'의 대결인가?




모 일간지에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 박원순이 서울 법대를 중퇴했다고 말해 왔으나 사실은 서울 법대 다닌 적은 없다는 내용의 기사(법대 다닌 적 없는 박원순 "법대 중퇴했다" 논란)가 시선을 끈다.

자칭 모금 전문가라고 밝힌 박원순이 공직에 출마를 선언했으니 반대 진영에서 그에 대한 검증의 일환으로 내놓은 모양이다. 병역 논란, 자녀 진학 논란, 학벌 논란 등등 박원순을 검증하기 위해서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내용을 보면 진보연하는 측에서 그동안 상대 진영인 한나라당 인사들을 비난했던 내용들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박원순이 서울 법대를 중퇴했는지의 여부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 다만 그동안 투명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언급했던 박원순이 학벌과 관련해서 위선적인 행보를 해왔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다.

게다가 더욱 가관인 것은 박원순 측 송호창 대변인이 이와 관련해 내놓은 해명이다. 송호창 대변인은 "당시 사회 계열에 다닌 학생들은 통상 법대에 들어가려고 했기에 법대에 다닌다고 표현했다"며 "박 변호사가 직접 법대 1학년에 다닌다고 표현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책에 법대 중퇴라고 나온 점은 박 변호사가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고도 한다.

박원순과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한나라당 후보 나경원은 수년전 BBK 사건과 관련해서 주어가 없다는 옹색한 궤변을 늘어놓았다가 '주어 경원'이란 별명을 얻었고 아직까지도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며 비난을 받고 있다.

박원순의 학벌 논란과 관련해서 송호창 대변인이 내놓은 해명은 주어가 없다던 나경원과 마찬가지로 옹색하기 짝이 없는 궤변이다. '주어 경원'이란 비난 대열에 합류했었을 박원순 측이 별로 다르지 않은 방법으로 대응하고 나서는 것을 보고 있자니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박원순의 홈페이지 '원순닷컴'에는 박원순의 약력이 서울 법대 중퇴라고 소개되어 있는 기사를 버젓이 올려놓고 있다. '원순 닷컴'에서는 글을 올린 날짜와 시간을 알 수 없기에 그 정확한 히스토리를 파악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다만 언론의 기사를 홈페이지에 재게재한 경우에는 해당 언론사의 기사가 발행된 일시를 보고 추정해볼 수는 있다.



박원순이 위의 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는 것은 그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가 이러한 내용을 수년간 바로잡지 않은 채 용인해 왔다는 것은 일종의 학벌 컴플렉스로도 읽힌다. 그러한 박원순이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의 대표적인 학연, 지연, 혈연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자칭 모금전문가라며 재벌의 돈을 기부받아 왔던 박원순이 재벌의 입김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박원순의 재벌관을 보면 그가 주장하는 전면 무상급식과는 배치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그의 행보를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무엇보다 박원순을 검증하고 있는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여러가지 사실들을 보면 서민편이라 주장하는 그가 과연 서민의 처지에 대해서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 또한 서민의 편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수 있을지 회의하게 한다. 박원순과 진보연하는 측에서 언급하는 서민이란 개념은 실제의 서민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는 게 내 판단이다.

지난 무상급식 주민투표 후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주민투표율 25.7%면 사실상 승리한 것'이라 발언한 것을 두고 '사실상 패러디'가 유행했었다. 박원순 측 대변인인 송호창의 옹색한 해명도 '사실상 패러디'에 끼워넣기에 부족함이 없다.

서울대를 3개월 다닌 것은 맞으니 학벌을 온전히 위조했다고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법대를 다닌 것은 아니니 서울대 법대 중퇴가 맞다고도 할 수 없다. 이를테면 '사실상 서울 법대 중퇴'라는 얘기가 되겠다.

도대체 이 양측의 차이점을 찾을 수가 없다. 서로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니가 하면 불륜'이라는 식으로 똑같은 방식으로 치고 박고 싸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양측은 서로가 서민들의 편이라 한다. 이 사람들이 말하는 서민이란 도대체 누구인지 "애매해요~?"

법과 원칙을 무시하면서 대중을 부추겨 힘을 얻은 다음에 그 힘으로 옳은 일을 한다면 그 일은 옳은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보다 먼저 이처럼 법과 원칙을 무시하면서 얻은 힘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지조차도 아리아리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은 과연 진보의 가치인가?

대중을 부추겨서 맹신자로 만들면 그들은 대단히 비이성적으로 반응하고 어떠한 증거를 내놔도 그들에게 합리적인 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조중동이나 한나라당의 대척점으로 쏠리도록 대중을 부추겨서 맹신자로 만드는 것은 과연 진보의 가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