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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시사현장 사회

나경원과 언론이 합작해낸 장애인 인권침해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서울의 한 중증 장애인 시설에 찾아가 12세 남자 중증 장애인의 옷을 벗기고 목욕을 시킨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나경원이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이러한 과정에서 해당 장애인의 인권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이 장애인의 인권 침해에 있다면 그것은 언론과 방송 카메라 앞에서 목욕을 시킨 나경원과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방송, 언론이 합작해낸 작품이고 그들은 모두 공범이다. 원인은 나경원이 제공한 것이지만 이를 여과없이 내보낸 방송이나 언론 데스크의 책임도 크다.

사실 나경원이 남자 아이를 목욕시켰다는 자체는 크게 문제 삼을 만한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방송과 언론의 카메라가 있었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고 방송과 언론은 장애인의 인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그 장면을 여과없이 내보냈기에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은 이 사실을 외면한 채 나경원에게 장애인 인권을 침해했으니 사과하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유독 많은 기사를 쏟아내며 나경원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은 오마이뉴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재 해당 장애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은 문제의 목욕 장면이 담긴 동영상과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오마이뉴스다.

해당 목욕 장면이 담긴 동영상과 이미지를 대중에게 공개한 것은 나경원이 아니라 오마이뉴스다. 이것이 팩트다. 시기적으로 보면 나경원이 장애인 시설에 찾아가 봉사를 했던 것이 정치적 선전용이 아니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런데 나경원이 그 사진을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고 나경원 측에서 미처 공개할 틈도 없이 장애인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난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나경원의 잘못된 행보를 비판하고자 했다면 문제의 동영상과 사진을 공개해서 인터넷으로 퍼져나가지 않도록 신경을 썼어야 했다. 굳이 동영상과 사진을 공개하지 않으면 나경원의 부적절한 행보를 비판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인권을 문제삼는다면 더욱 신중했어야 했고 공개를 해야 할 상황이더라도 제한된 장소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이 사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이 순간에도 해당 장애 아동의 인권은 계속해서 침해되고 있다.

사실 오마이뉴스보다는 KBS의 소행이 더 괘씸하다. 나경원의 행보를 홍보하는 데만 급급해서 문제의 장면을 촬영한 화면을 그것도 메인 뉴스를 통해서 적나라하게 방송했다. 방송사 메인 뉴스 데스크에서조차 이런 장면을 걸러내지 못할 정도로 인권에 대해 이렇게도 무감각할 수 있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나경원이 어떤 일들을 했고 어떤 면이 부적절한지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면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나경원의 행보는 국민의 알 권리에 속하고 방송과 언론의 자유 영역에 속할 수 있지만 해당 장애 아동의 신체를 노출시키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는 물론 방송과 언론의 자유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방송과 언론이 나경원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문제의 장면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현재의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 방송과 언론의 자유는 국민들에게 사실관계를 전달하기 위해 보장되는 것이지 이를 남용해서 개인의 인권은 소홀히 다루어도 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나경원 측에서는 '문제의 장면은 취재 제한 포토라인을 지키지 않은 일부 언론이 촬영해 공개한 것'이고 기자들이 통제가 안된 상태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은 논란이 있으므로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만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진짜로 해괴한 것은 '우리가 먼저 목욕 봉사 장면을 찍어달라고 요청한 적은 없다'고 해명하는 부분이다. 일부의 기자들이 통제가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카메라로 해당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경원이 인지하지 못했을리가 없다. 그랬다면 그 상황에 맞게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음에도 문제가 불거지자 찍어달라고 요청한 적은 없다고 해명하는 것은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

일부의 기자들이 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나경원이 장애 아동의 목욕을 중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장애 아동의 인권이 침해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그랬으면서도 침해되어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목욕을 계속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해당 장애 아동의 인권 침해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말이다.

방송과 언론도 해당 장면을 내보내면 해당 장애 아동의 인권이 침해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으면서도 침해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서 역시 미필적 고의가 있다. 장애 아동의 인권 침해라는 사실에 있어서는 방송과 언론은 나경원과 공범이다.

민주당이 이 사건으로 공세를 높이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던 적이 있었으니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한데 마치 똥 묻은 개가 똥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것처럼 느껴져서 꽤나 불편하다. 민주당 표를 결집시키려는 수단이 이전에 묻었던 똥을 타인에게 떠넘기려 하는 것밖에는 없나? 정치꾼들이 정치판에서 벌이는 코미디는 볼수록 재미는 없고 찝찝해질 뿐이다.

"자위녀, 관기녀, 화보녀". 여기에 주어가 없다고 이게 누구를 지칭하는지 모르나? 나경원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기의 언행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개념이 없다. 자위대가 뭔지에 대해서 모를리가 없지만 거기에 참가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언행이 부적절한 것이었다면 사과를 해야 마땅한데 주어가 없다는 식의 궤변으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해오고 있기에 일반 대중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밖에는 없다. 뛰어난 학습능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정치꾼들의 뻔뻔함부터 배워버린 현재의 나경원은 보기가 참으로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