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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시사현장 사회

조갑제, 당신이 죽으면 '뒈졌다'고 해주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뉴스를 보기 위해 조선닷컴에 접속했다가 조갑제 관련 기사를 보게 됐고 조갑제 닷컴에 접속해서 그의 글 전문을 읽어봤다. '서거는 자살로 고쳐야 한다'는데 '서거'라는 말 자체가 애도를 유도하는 단어이고 편파적인 용어 선택이며 미숙한 의식수준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고 '존재하지도 않은 역풍이 불어라고 선동하는 투의 말로써 편향과 억지와 감상(感傷)과 부정확성이 들어 있다'고 한다.

조갑제는 "기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는데 그 말에 동의한다. 기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한국은 조갑제와 같은 '아무나'들이 기자질하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기자로서의 사명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보기 어려운 '아무나'들이 기자질을 하고 있다는 그 사실이 대한민국의 수준을 이렇게 터무니없고 불합리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조갑제는 먼저 인정해야 한다. 조갑제 같은 '아무나'들이 기자질을 하고 있다는 오늘날의 이 현실이 어쩌면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불행의 근원이란 것을 조갑제는 알아야 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사실은 '자살'이 맞다. 하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이를 '서거'라 표현한다고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자살'이란 사실 자체를 도외시한채 일방적으로 '서거'라고만 표현했다면 문제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죽음이란 사실에 애도의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지 '서거'란 표현을 보고 애도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말에는 죽음을 높여서 부르는 말들이 있다. 황제나 황후의 죽음을 높여 붕어(崩御)라 하고, 왕이나 왕비 또는 황태자, 황태자비의 죽음을 높여 훙서(薨逝)라 하고, 자신보다 높은 사람의 죽음을 높여 서거(逝去)라 하고, 카톨릭에서 신자의 죽음을 높여 선종(善終)이라 하고, 자신의 가족이나 선생님 들의 죽음을 높여 임종(臨終)이라고 한다.

전직 대통령인 노무현의 죽음을 '서거'라 높여서 표현했다고 이를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대통령 재임시의 공과에 대한 평가야 다를수도 있겠지만 그의 죽음을 '서거'라 표현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이고 기본적으로 망자에 대한 예우일 뿐이다. 조갑제가 이 표현을 문제삼고 나서는 것은 조갑제 스스로가 사람에 대한, 망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를 모르는 극단적인 이념론자라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념을 금과옥조라 여기는 사람들은 그들의 이념만이 절대진리이고 황금률이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무조건 따라야된다고 말하고 행동한다. 이 이념이 극단적일수록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는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사람에 대한 망자(亡者)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 무시하는게 이념론자들이 금과옥조처럼 신봉하고 있는 이념의 바탕에 깔려 있다. 이념이란 너무나도 비인간적이기에 저급한 말과 행동이 뒤따르게 된다.

조갑제의 이력을 보니 나보다 연배가 한참 높다. 그러나 지금 이순간 조갑제에게 연장자의 예의를 갖추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연장자에 대한 존경심은 존경해달라 마라해서 생겨나는게 아니라 연장자 본인이 어떤 행동거지를 보이는가에 따라 존경하지 말라고 해도 생겨나는게 존경심이란거다. 그런데 조갑제의 언행을 보니 도무지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조갑제가 죽는다면 '뒈졌다'고 할 것이다. '죽었다'를 좀 낮잡아서 '뒈졌다'고 표현할 수 있겠는데 조갑제가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서거'로 높여서 표현하지 못하겠다는데 조갑제의 죽음을 '뒈졌다'고 낮잡아서 표현한다한들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