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주알 고주알/SPORTS

대만이 해명 및 사과할 일 아닌가?

   
   
   
근래에 보기 드문 황당한 뉴스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지난 17일 벌어진 태권도 여자 49㎏급 1회전에서 대만의 양수쥔(楊淑君·25)이 베트남의 부티하우에게 9-0으로 앞서고 있었으나 경기 종료 12초를 남기고 갑자기 몰수패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자 대만에서 반한(反韓)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데 왜 양수쥔의 몰수패와 별로 상관도 없는 한국을 연관짓는 것인지 당황스럽다.

양수쥔의 경기를 직접 보지 않아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모르겠어서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기사 몇 개를 열람해 봤다. 그런데 양수쥔이 점수를 따기 유리한 구식 전자호구를 사용한 게 적발돼 몰수패를 당했다는 기사도 있고, 발뒤꿈치에 부정 센서를 부착한 게 발각되어 몰수패를 당했다는 기사도 있어서 확실하지 않다. 허나 경기 10분 전에 1차 장비 검사를 통과했다고 하는 것으로 보면 전자호구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이고 발뒤꿈치에 부정 센서를 부착한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또한 심판진이 양수쥔의 발뒤꿈치에 부착된 부정 센서를 발견한 시점이 언제였는지 그리고 양수쥔에게 센서를 떼라고 지시하고 경기를 진행한 것은 언제였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만약에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발견해서 부정 센서를 떼고 동등한 상태에서 경기를 진행했던 경우라면 부정 센서를 발견한 그 시점에 결론을 내린 후 경기를 진행했어야 옳았을 것 같다.

그렇게 하지 않고 일단 경기를 진행시켰다가 경기 종료 시점에 몰수패를 선언했다면 이 경기의 진행은 굉장히 미숙했다. 이런 경우가 맞다면 당사자로서는 무척이나 억울한 일이고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뉴스 화면을 보면 양수쥔이 부티하우를 실력으로 압도하는 것으로 보였고 경기 종료 12초가 남았을 때까지 점수에서도 9-0으로 앞섰다고 하니 얼마나 억울한 일이겠는가.


(소녀시대 공식 홈페이지 캡쳐)

열람해 본 기사들 모두가 사실관계를 명확히 정리해 놓지 않아서 확실하지 않지만 일단 경기를 중단시키고 부정 센서를 떼라고 지시했던 사실은 있었던 것 같다. 만약에 경기가 진행되던 도중에 심판진에서 부정 센서를 발견해 떼라고 지시했던 경우라면 이 때에도 역시 그 상황에서 결론을 내고 갔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일단 경기를 진행시켰다가 경기 종료 직전에 몰수패를 선언했다면 역시 경기진행은 대단히 미숙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경기가 진행된 만큼의 시간동안 부정 센서를 부착한 양수쥔이 부정한 이득을 보았으므로 어쨌든 몰수패 선언은 정당한 것으로 봐야 한다.

어떠한 경우이는 양수쥔의 몰수패는 심판진의 미숙한 경기진행을 문제삼아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 탓을 하고 나서서 반한 감정을 선동하는 것은 생뚱스럽다. 여자 49㎏급에 한국 선수는 출전하지도 않았고 심판진에도 한국인은 없었다고 한다. 대만이 한국 탓을 하는 데에는 같은 체급에서 중국의 우징위(吳靜鈺)가 우승하자 우징위가 우승하게 하기 위해 중국이 한국과 짜고 조작했을 거라는 근거없는 추측이 전부다. 그런데 중국의 우징위는 2008년 제29회 베이징 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 금메달리스트로서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선수다.

사실 심판의 판정에 억울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어떤 경기이든 심판의 판정에는 늘 판정 시비가 상존하게 마련이다. 또한 만에 하나 그 경기의 판정에 한국 탓을 할 만한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국기를 훼손하고 총통에 외교부장까지 나서서 반한 분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그리고 동영상 뉴스를 통해 "소녀시대가 와서 사과해도 필요 없다"고 발언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대만도 심판 판정을 문제삼기 전에 먼저 해명하고 사과할 게 있다고 본다. 왜 부착이 금지된 발뒤꿈치에 부착해서는 안 되는 센서를 부착하고 경기에 임했던 것인지 대만이 먼저 해명해야 될 일일 것 같다. 다른 대만 선수들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던 것으로 보면 대만에서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고 고의였는지 단순 실수였는지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만약에 고의로 부정 센서를 부착한 거라면 애먼 한국을 걸고 넘어질 게 아니라 오히려 해명하고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회 직전까지 전자 호구 문제로 혼선을 빚었고 대회 운영과 판정 미숙이 거듭되는 바람에 태권도 연맹에서도 큰소리 칠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히 몰수패를 선언하는 데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태권도 연맹 차원에서 먼저 해명을 요구하고 만약에 고의였다면 그에 상응한 제재를 취했어야 할 사항이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