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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스캔들' 마지막회는 '외설 시트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마지막회, 급작스럽게 시트콤 수준의 우스갯거리로 드라마의 격을 떨어뜨려버린 느낌이 강하지만 대체적으로 그동안 얽혔던 갈등을 나름대로 버무려내며 끝이 났다. 비판적인 관점에서 시청을 하든 그렇지 않든 시청하던 드라마가 끝나면 마치 익숙하던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것 같아 늘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이 드라마는 끝이 나도 곧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는 시청자의 감정이 이러한데 드라마 제작진들이나 연기자들의 아쉬운 심정은 더 클 것 같다. 잘금 4인방과 초선이가 더 좋은 연기자로 성장해서 향후 좋은 드라마로 돌아왔으면 한다.

'성균관 스캔들' 마지막회는 잘금 4인방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해나가며 꿈꾸었던 세상 그리고 정조대왕이 말하던 노비도 없고 양반도 없는 빈부는 나누고 귀천이 따로 없는 탕평을 넘어서는 대동세상이 일정 부분 실현되었고 그들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던 것 같다. 당시의 시대상으로만 본다면 큰 의미가 없어보이는 그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금등지사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것은 아쉽게 생각된다.

김윤희가 금등지사를 찾아내자 정조는 자신의 오랜 꿈이 이루어진다고 반색하며 김윤희에게 노력이 헛되이 돌아가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니 이제 그 조선에서 새로운 꿈을 꿀 차례라고 한다. 하지만 김윤희가 여자라는 사실을 병판이 알게 되고 좌상이 이 사실을 정조에게 전하면서 금등지사를 묻어두라고 권고한다. 화성 천도를 강행하기 위해 금등지사를 공개하는 것은 금등지사를 찾기 위해 삼강오륜과 강상의 도리를 스스로 무너뜨린 폐주가 되버린다는 좌상의 충언인 것이다.

김윤희는 성균관 귀가 날 나이 찬 사내로서 정인인 김윤희의 집에 가겠다는 이선준과 함께 집에 가기 위해 화장을 곱게 하고 들뜬 마음으로 약속한 장소에서 이선준을 기다리지만 정조가 보낸 사람에 의해 은밀히 궁으로 압송당한다. 정조는 그렇게 불러들인 김윤희가 여자임을 알고는 격노한다. 보통 열린 임금이라 알려져 있는 정조조차도 정약용에게 '용서는 그대가 믿는 서학의 신에게나 가서 구하라'고 분노하는게 당연할 정도로 당시에는 강상의 도가 하늘이나 마찬가지였다. 또한 정조는 오랜 숙원을 이루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분노와 총애했던 김윤희가 여자임을 숨기고 정약용이 그 사실을 알고도 침묵해 왔다는 것에 대한 분노과 그로 인한 결과로 국법을 허물고 삼강과 오륜을 땅에 떨어뜨린 폐주가 되었다는 데 대한 자책이 뒤섞인 복합적인 격노였다고 할 수 있다.



김윤희가 여자라는 좋은 먹잇감을 문 병판은 정조가 그믐날 경연에서 금등지사를 공개해 화성 천도를 선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략을 꾸민다. 경연이 열리는 그믐날에 맞춰 유림들을 불러올리고 그들 앞에 김윤희를 세워 정조가 금등지사를 공개하는 것을 막거나 공개하더라도 공개된 금등지사를 무력화시킬 계획이다. 병판은 정조의 지배하에 있는 김윤희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또 다시 초선을 불러 김윤희가 여자라고 일러주며 김윤희를 데려와 그믐날 유림들 앞에 세우라고 지시한다.

구용하는 하효은으로부터 김윤희가 여자라는 사실을 하인수가 알아버렸다는 것을 전해 듣고는 걸오와 이선준과 함께 김윤희를 구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낙담한 이선준은 방으로 아비가 들어와도 모르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나라의 존폐가 걸린 일도 아닌 일에 장부가 일생이라도 걸겠다는 말이냐'는 좌상의 말에 정신이 든 이선준은 좌상에게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김윤희를 만나 비로소 살고 싶은 새로운 세상이 열렸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며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걸오와 여림은 술을 마시며 답답해 하다가 병판이 경연날 유림을 불러올렸다는 사실을 알고 회합 장소에 대한 단서를 알아내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그 때 성균관 서리가 초선의 서신을 전해준다. 병판으로부터 김윤희를 데려와 유림 앞에 세우라는 지시를 받은 초선은 김윤희와의 인연을 생각하다가 김윤희를 구명하기로 결심하고 그 내막을 여림에게 서신으로 보냈던 것이다.

하인수에게 김윤희를 유림 앞에 데려다 세울 한 번도 명을 어긴 적이 없는 내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병판 앞에 나타난 초선은 그 명령을 더 이상 따를 수 없게 되었고 병판도 경연에 가도록 길을 내주지 않겠다며 결연한 표정으로 칼을 뽑아 든다. 병판은 초선을 없애라 지시하고 초선이 위기에 처하는 순간 하인수가 몸을 날려 초선을 막아준다. 하인수는 병판에게 '이 아이에게 지금껏 무슨 짓을 하신 거냐'며 비키라는 병판에게 '내가 안 이상 초선이가 다치게 만들지는 않겠다'며 초선을 안고 보호하려고 한다.

병판은 관군들에게 길을 내라고 명령하는데 그 때 걸오가 나타나 '싫은 건 곧 죽어도 못하는 성미라서 길을 내주기 싫다'고 한다. 그리고는 하인수에게 '니가 사람답게 구는 건 난생 처음'이라고 말하고 하인수와 함께 초선을 도우며 경연에 가려는 병판의 발길을 저지한다. 그동안 서로 끝간데 없이 맞서며 갈등을 표출했던 하인수와 문재신이 처음으로 함께 일을 도모하는 모습은 꽤나 흐뭇한 장면이었다.



무엇보다 병판에게 발목이 잡혀 기생이라는 천한 신분의 굴레를 쓰고 병판이 시키는 온갖 궂은 일을 하며 살아내야 했던 초선에게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어 주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초선은 위험에 처한 자신을 몸으로 구해내며 아비인 병판에게 안 이상 병판이 원하는대로 만들지 않겠다고 맞서는 하인수를 쳐다보며 처음으로 하인수의 진심을 느꼈다. 결국 초선은 하인수의 첩실이 되는 것보다 더 나은 결말은 예상할 수 없겠고 이 결말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병판이나 하인수나 다 나쁜 놈이기는 하나 그래도 제 식솔들은 잘 건사해왔다. 초선에게 최선은 아니나 차선은 되는 결말인 것 같다.

그 시각 구용하는 유림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유림들이 경연장으로 가는 것을 막고 있다. 그 중에 구용하의 아비가 사들인 족보에 숙부격인 유림을 만나게 되고 특유의 넉살인 임기응변으로 유림들의 발을 일정 시간 동안 묶어두는 역할을 잘 해낸다. 또한 이선준은 정조를 찾아가 정조가 꿈꾸는 새로운 조선은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며 김윤희는 물론 자기도 버리기를 청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경계하지 않고 더는 흔들리지 않는 바늘이라면 제대로 방향을 가리킬 수 없다'는 정조가 준 경구는 돌려준다며 정조로부터 받았던 나침반을 놓고 나온다.

이제 잘금 4인방이 해야 할 모든 노력은 다 했고 모든 것은 정조의 손으로 넘어갔다. 정조가 폐주가 되지 않고 노론의 반대를 잠재우고 화성 천도를 강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김윤희를 죽이고 증거를 없애버리지 않으면 안되기에 김윤희에게는 그야말로 생사가 결정되는 절박한 순간이 된 것이다. 그런데 정조는 금등지사는 남아 있지 않았다며 그래도 나의 백성들을 위해 시작한 싸움이기 때문에 화성천도의 꿈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볼 생각이라고 선포한다. 그리고 정조는 금등지사를 태워버리며 김윤희에게 자신의 초라한 죽음이나 짧은 생애가 아닌 꿈을 그토록 소망하던 이 땅의 내일을 오래도록 기억해달라고 한다.

금등지사가 공개되는 것을 막겠다고 온 유림을 선동했던 병판은 금등지사는 없었다는 말에 노론 대신들을 보기가 무안해진다. 그 때 걸오의 아비 대사헌이 병판에게 '지난 신축년 선대왕 유지 찬탈 사건의 주범으로 의금부로 압송하라는 어명이 계셨다'며 끌고 간다. 대사헌은 마침내 아들 문영신을 잃은 것에 대한 한을 풀 칼을 뽑아든 것이다.



한편 이선준이 풀려나자 잘금 4인방은 한방에서 축배를 든다. 김윤희가 신경쓰이는 이선준은 그만 자리를 파하는게 좋겠다고 하는데 구용하가 취해서 못움직이겠다며 자고 가겠다고 자리에 눕는다. 걸오가 김윤희에게 여긴 너무 비좁으니 구용하 방에 가서 자는 게 좋겠다고 말하자 이선준이 그건 걸오 사형 말이 백번천번 옳다고 맞장구를 치며 반색하고 나선다. 그러나 김윤희는 잘금 4인방끼리 여기서 다 같이 자자며 자리에 누워버린다. 술상에 엎드려 잠이 든 이선준은 맞은 편에 엎드린 걸오의 손을 맞잡고 걸오도 이를 알아차리지만 손을 빼지 않는다. 그 둘은 그렇게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고 신뢰하는 벗이 된 것이다. 마지막회에서 이 장면이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리고 정조가 금등지사를 공개하지 않고 구명해준 김윤희가 성균관으로 오는 날 김윤희를 기다리고 있던 이선준이 걸오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걸오는 이번이 마지막이었다며 이젠 니 몫이니 더는 신경쓰지 않을 수 있게 똑바로 제대로 끝까지 하라고 말한다. 이선준은 그동안 아껴준 마음 잊지 않겠다며 고맙다고 대답한다. 구용하가 등장해 같이 김윤희를 만나러 가려고 하지만 걸오가 이를 제지하고 이선준은 존경각으로 가 김윤희와의 결혼을 약속한다.

정조와의 독대를 마치고 나오는 김윤희와 마주친 좌상은 갈 지 자로 걷지 않기 위해 나를 경계로 삼겠다고 했었는데 눈 뜨고도 허방을 짚는 그게 인생이니까 잘 되지 않을 거라며 혼자는 쉽지 않을 것이니 이선준의 곁을 지켜달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던 김윤희와 이선준의 혼인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게 되었다.



그 후 시간이 몇 년 흘렀고 구용하가 등장한다. 시전에서 기생의 옷감을 고르고 있는 중인데 아마도 성균관 거관수학을 끝내고 나와 한복 디자이너가 된 모양이다. 이선준이 무죄방면되던 날 잘금 4인방이 모여 축배를 들던 자리에서 김윤희가 꿈을 생각해보겠다고 했을 때 구용하는 '내가 누군지 다 알고도 도망 안 간 니들이 있으니 꿈같은 건 다 필요없어졌다'고 말했었다. 그렇게 구용하는 자신에게 재미있고 적성에 맞는 꿈을 찾아갔던 것이다.



그런데 이 때 어디선가 청벽서가 날아든다. 도망가는 청벽서를 관원이 된 걸오가 뒤쫓아가 붙잡고 복면을 벗기는데 걸오의 딸꾹질이 시작된다. 청벽서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당황한 걸오는 품에서 청벽서를 꺼내보이며 '이런 엉터리 문장 자꾸 쓰면 습관된다' 충고하며 청벽서를 놓아준다. 그리고는 '아니 요즘 성균관에서 애들을 어떻게들 가리치는건지 제대로 된 벽서를 못 보네'라고 중얼거린다.



성균관에서 애들을 가르치는 이들이 누군가 했더니 그들은 바로 김윤희와 이선준이었다. 김윤희와 이선준은 혼인을 했고 밤에는 부부로 낮에는 성균관 박사로 성균관 유생들을 가르치고 관리한다. 그런데 그 둘은 여전히 서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유생들이 보는 앞에서 티격태격 싸움박질을 하는데 사실은 알콩달콩 사랑싸움인 것이다. 이선준은 김윤희를 졸졸 따라다니는 유생들이 못마땅해 가차없이 불통을 내리고 김윤희는 통도 대통이라며 티격태격한다.

성균관 대사성은 인사이동에서 계속해서 미역국을 먹었는지 여전히 성균관에 남아 있다. 티격태격하는 김윤희와 이선준 앞에 나타난 대사성은 나도 살아 생전에 중앙조정에 발길이라도 한 번 해보게 싸우지만 말고 철 좀 들라고 위엄을 세워보려고 한다. 그러나 지켜보고 있는 유생들의 따가운 눈총을 느끼고는 유생들을 돌아보며 '그러니까 이게 어디까지나 그게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성균관의 평화를 위'라고 얼버무리며 김윤희 이선준을 돌아보지만 그 둘은 서로 삐쳐서 각자 다른 길로 가버렸다.



드라마는 김윤희와 이선준이 한방에서 밤을 보내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먼지로 꼬투리를 잡은 김윤희는 청소 당번인 이선준이 하라는 청소는 제대로 안하고 질투만 하면 지아비로서 통을 받겠냐고 말하고 이선준은 날 틀렸다고 하는 건 하는 수 없지만 날 싫다고 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먼저 김윤희에게 입을 맞춘다. 이선준은 구용하가 주었던 야설책을 펴보며 '아직 미숙해서'라고 속삭이고 김윤희는 '그 책은 언제까지'라고 응수하며 끝난다. '외설 시트콤' 정도로 드라마의 격을 떨어뜨린 마지막 장면이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해결되지 못한 걸오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걸오가 청벽서를 붙잡아 복면을 벗길 때 나는 마침내 걸오에게도 커플이 생기는 것인가 기대했었다. 서로의 이상도 다르지 않은 것 같고 그것을 표현하는 수단과 방법도 다르지 않은 것 같고 썩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보였다. 물론 문장력에서는 수준차이가 너무 나는데 걸오가 잘 이끌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 청벽서는 과연 누구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초선인 것 같다. 더 정확하게는 초선의 무술 장면을 대신 연기했던 대역이 바로 청벽서로 보인다. 몸매나 몸집이라든가 뛰는 모습 등이 초선의 대역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물론 다를 수도 있겠지만 지붕 위에 둘이 서 있는 그 장면에서 자꾸 걸오가 초선의 복면을 벗기며 했던 말이 떠오른다. "초선이가...... 맞았군."



김윤희가 성균관에서 박사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여자임을 숨기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아마도 상기한 바와 같이 잘금 4인방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해나가며 꿈꾸었던 세상 그리고 정조대왕이 말하던 노비도 없고 양반도 없는 빈부는 나누고 귀천이 따로 없는 탕평을 넘어서는 대동세상이 일정 부분 실현되었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진다. 그 외에도 여자인 청벽서가 성균관 유생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여자도 성균관에서 수학할 수 있고 교수를 할 수도 있는 그런 세상이 실현되었고 그런 그들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덧) 몇 가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두어 개 정도 더 써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