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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성균관 스캔들' 걸오 문재신은 두 명이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캐릭터 중에서 걸오에 대한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18강 마지막 장면에서 걸오는 하인수가 끌고 온 병조의 관군들을 유인하기 위해 홍벽서 차림으로 격투를 벌이다가 결국 칼을 맞고 쓰러지고 마는데 이 때 칼을 맞았던 사람이 걸오가 아니라는 글이 다음 메인을 장식할 정도니 말이다. 이 글은 아침에 메인에서 보게 되었는데 다음 편집진이 이 글을 메인에 올릴 결정을 했을 정도라면 이런 의견을 가진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일텐데 이는 시청자들이 걸오 캐릭터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얘기이고 그래서 걸오가 변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표출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고작 이런 캐릭터 하나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러할진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는 한심한 소리를 하고 다니는 자들은 좀 사라졌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런데 칼을 맞은 것이 걸오가 아니라는, 사실은 걸오가 아니길 바라는 소망의 표출이라 할 수 있는 위 글의 내용은 사실과 좀 다른 것 같다. 여기서는 이전에 캡쳐해 두었던 사진을 몇 개 대비해 볼 생각인데 걸오가 두 명이든가 아니면 동일인이든가 둘 중 하나겠지만 결국 칼을 맞은 것은 걸오가 맞고 걸오가 아닌 제 3 자가 칼을 맞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아래에서 대비해보는 사진은 조금은 다른 호기심으로 기 캡쳐해 두었던 것들이므로 좀 더 세밀하게 차이를 비교할 수는 없을 수도 있겠다.

먼저 가짜 홍벽서 얘기부터 시작할텐데 그 이유는 걸오 이외에도 두 명이라고 생각되는 캐릭터가 가짜 홍벽서인 초선이기 때문이다. 금난전권을 폐지하고 신해통공 조치가 이루어지는데 홍벽서(걸오)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자 위기를 느낀 병판은 홍벽서를 잡아 금등지사를 빼앗아 없애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병판의 계략은 가짜 홍벽서로 하여금 도성을 휘젓고 다니며 관군을 살해하고 관청을 터는 짓을 저지르게 함으로써 진짜 홍벽서가 도둑놈에 방화범에 살인마일 뿐이라는 오명을 씌우고 홍벽서를 유인한 후 붙잡아 없애려는 것이다. 홍벽서가 성균관 유생이라 추정하고 있는 병판은 홍벽서를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몸에 치명적인 흠집은 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장의 하인수에게 부상당한 홍벽서가 성균관 담장을 넘는다면 노론 유생들을 다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잡으라고 지시한다.

가짜 홍벽서의 소식은 정조에게도 전해지는데 홍벽서가 살생을 했다는데 의문을 품은 정조는 가짜 홍벽서는 진짜 홍벽서를 유인하기 위한 덫임을 눈치채고 진짜 홍벽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 또한 정조는 홍벽서가 성균관의 유생이라 믿고 있기에 성균관 장치기 시합장에 암행을 나갔다가 정약용을 만나 무슨 일이 있어도 진짜 홍벽서를 보호할 생각임을 밝힌다. 정약용은 장의 하인수의 손발을 묶기 위해 장치기 장에서 있었던 폭력사태의 책임을 물어 보름간 장의 권한을 정지시키고 성균관 유생들의 외출을 금지시킨다. 그러나 장의 하인수는 수족처럼 부리는 노론 유생들과 성균관 서리들을 동원한다.



조보에서 가짜 홍벽서 사건과 가짜 홍벽서가 운종가에 나타난다는 홍벽서를 본 걸오는 그것이 덫임을 알지만 정해진 시각에 운종가로 나가기로 결심한다. 자기로 인해 형이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것들이 한낱 도둑놈 방화범 살인마로 매도되는 것을 참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짜 홍벽서의 소식을 조보를 통해 알게 된 성균관 유생들은 조보에 등장하는 홍벽서가 실은 가짜라는 것과 진짜 홍벽서는 걸오라는 것을 모르기에 걸오를 옆에 두고도 홍벽서가 성균관 유생입네 돌아다니는건 수치라며 매도한다.

걸오는 김윤희에게 김윤희도 홍벽서가 백성을 죽이고 도둑질을 했다고 생각하냐고 물어보는데 김윤희는 걸오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을 한다. "성균관 유생인 건 확실합니다. 그 동안 홍벽서가 쓴 벽서 하나같이 명문장이었거든요. 쯔쯔쯔쯔 그 인간도 참 한심한 인간이죠. 아니 그렇게 멋드러진 문장을 죄 어려운 한문으로 써붙이면 글을 모르는 저자의 백성들이나 언문이나 쓰고 사는 아녀자들은 보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생각이 없어 생각이. 아니 누구를 위해서 진실을 밝히겠다는건지 그런 정신머리로 세상은 또 어떻게 바꾸겠다는건지." 김윤희로부터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을 듣고는 정신이 번쩍 든 걸오는 "그래 맞다. 홍벽서 그 한심한 자식"이라 말하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리고 그 날 밤 걸오는 운종가로 나가서 가짜 홍벽서와 마주치고 격투 끝에 가짜 홍벽서에게 상처를 입히기는 하지만 들이닥친 병조의 군사들에게 심한 자상을 입고 치명적인 위험에 처한다. 하나 그 때 정조가 보낸 호위무사들이 나타나 걸오는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성균관으로 돌아온다. 장의 하인수의 지시를 받은 유생들이 부상당한 홍벽서가 성균관 담장을 넘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나서고 결국은 걸오와 김윤희의 남색 추문이 터지는 계기가 되고 만다.

가짜 홍벽서와 관련된 내용을 대충 정리해 놓았는데 이제부터는 위의 이야기 중에서 등장했던 각각의 홍벽서와 복면을 했던 때 보였던 걸오의 용모를 비교해보기로 한다. 진짜 홍벽서가 운종가에서 가짜 홍벽서와 대적할 때 진짜 홍벽서가 걸오가 아닌 다른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복면을 한 걸오(왼쪽)와 가짜 홍벽서와 대적할 때의 홍벽서(오른쪽)를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다. 대체적으로 비슷한듯 하지만 눈매나 눈썹 등이 약간은 차이가 나는 것도 같다.



그럼 이번엔 18강에서 칼을 맞을 때의 홍벽서(왼쪽)와 복면을 한 걸오(오른쪽)를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은데 역시 위와 같은 정도로 약간은 차이가 나는 것도 같다.



그러면 가짜 홍벽서와 맞닥뜨렸을 때의 홍벽서(왼쪽)와 18강에서 칼을 맞을 때의 홍벽서(오른쪽)를 비교해 보면 어떨까? 두 사진 속의 인물은 거의 동일인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렇게 비교해 보는 이유는 위의 세 이미지 속의 인물이 동일인인가를 확인해 보기 위함이지만 사실은 이러한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 복면을 하고 무술을 쓰는 걸오는 대역인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걸오는 두 명일 수 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차피 고난이도의 무술 장면에서는 대역을 쓸 수 밖에는 없지만 위의 세 이미지 속의 인물이 서로 다른 인물이라고 본다면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경우는 비슷한 외모의 인물을 이용해 귀찮은 과정을 생략했다고 할 수 있겠다. 복면을 한 걸오를 연기하는 인물이 동인일이든 아니든 세 개의 이미지를 비교해 보면 결국은 칼을 맞은 인물은 걸오가 맞다는 얘기가 되겠다.

걸오 외에도 대역을 사용해서 마치 두 명인 것처럼 보이는 캐릭터는 초선이다. 초선의 경우는 초선을 맡은 연기자의 눈이 워낙 커서 비슷한 대역을 찾을 수 없어서인지 초선과 대역이 연기하는 장면이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 같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럼 걸오는 어떻게 그 빠른 시간내에 홍벽서로 등장했을까? 걸오는 이선준에게 김윤희를 다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관군들은 어떻게든 해볼테니 속히 김윤희에게 가라고 얘기한 후 곧바로 홍벽서 복면을 쓰고 관군들에게 화살을 쏘아 유인한다. 걸오가 그 짧은 시간에 복면을 쓰고 활과 화살을 준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드라마의 유일한 일관성이라 할 수 있는 개연성 떨어지는 뜬금없는 장면 중의 하나로 보면 된다. 이 드라마의 경우 18강을 이어오는 동안 거의 매회마다 이런 장면들이 등장했었는데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를 몰라서인지는 몰라도 그와 관련한 글에는 어김없이 비아냥대는 댓글이 달렸던 것을 생각하면 사실은 별로 새로운 일도 아니다.

걸오가 칼을 맞고 끝났지만 죽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이유는 이 드라마가 지금까지 전개되어 왔던 나름대로의 색깔로 미루어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 관심사는 걸오의 구원자로 누가 등장할 것인가였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만약에 걸오를 죽이는 결말이 준비되어 있다면 그것은 마지막으로 흙탕물을 뿌리고 끝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전개되는 경우 간혹 반전이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생산자가 반전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어도 소비자가 반전이라고 보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만약에 걸오가 칼을 맞고 죽는 경우라면 이런 경우는 반전이라고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뒤죽박죽이라고 하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