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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윤희 선준 커플 좌상이 깰까?

   
   
   
존경각에서 김윤희가 이선준에게 입맞춤을 한 뒤로 이 커플은 본격적으로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다. 저잣거리에서도 남의 이목을 신경쓰지 않는 이 커플의 애정행각은 굉장히 위험해 보인다. "애기씨, 이게 지금 무슨 일이래요?" 이선준이 세책방에서 만난 정혼자인 하효은의 앞에서 김윤희의 손을 잡아 끌고 나가자 하효은의 시종이 했던 이 말이 김윤희 이선준 커플의 애정행각이 위험한 상태임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17강 말미에는 아비인 김승헌을 살해한 배후에 사랑하는 이선준의 아비인 좌상이 있다는 사실을 김윤희가 알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선준은 도둑 누명을 쓴 김윤희의 무죄를 밝히는 순두전강에서 아비인 좌상이 배후에 있음을 알고도 비밀장부를 정조에게 내줌으로써 신해통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랬던 이선준이 이번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명확한데 반면에 김윤희가 어떤 태도를 취하게 될 지는 불투명하다. 사랑을 쫓자니 죽은 아비가 울고 죽은 아비를 쫓자니 사랑이 울고, 김윤희와 이선준의 사랑은 '성균관 스캔들'판 로미오와 줄리엣인 셈이다.

하지만 아마도 이 김윤희와 이선준 커플의 미래를 결정할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이선준의 아비인 좌상인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가 고작 3회만 남은 상태라서 복잡한 얘기를 전개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겠고 결국에는 결론만 던지고 끝내야 할 것이다. 좌상이 쥐고 있는 열쇠를 활용할 다른 방도를 강구해 둔 것인지 아니면 대의명분을 변경할 것인지 좌상의 선택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노론의 입지강화와 이선준을 위한 것이 될 것이다. 정말 흥미진진한 얘기거리를 뜬금없고 쓸데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게 바로 이 드라마의 유일한 일관성이다.

이선준은 금등지사를 찾는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김윤희에게 말한다. "이 일이 힘에 벅차고 먹먹하다고 느껴질 때 옆엔 내가 있을거야. 이렇게 위험한 일을 공연히 시작했다 후회할 때도 그 옆엔 내가 있을거다. 더는 하고 싶지 않다 두 손 들고 싶어질때도 한없이 부족한 내 능력밖의 일이라 답답해질 때도 그리고 또 결국 우리가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고 빈손으로 남아 실패한다고 해도 김윤희 니 옆엔 언제나 내가 있을거다."



그리고 이선준은 세책방에서 우연히 정혼녀 하효은을 만나게 되자 옆에 있던 김윤희의 눈치부터 살피게 된다. 하효은이 이선준에게 할 말이 있으니 잠시 시간을 내달라고 하고 옆에 있던 김윤희가 자릴 피해주려고 하자 이선준은 김윤희의 손을 잡고 하효은에게 말한다. "미안합니다. 제 지난 경솔함은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허나 제 마음이 달라지는 일은 없습니다. 제겐 이미 제 마음을 허락한 다른 이가 있습니다. 그러니 더는 부족한 저 때문에 마음 쓰시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는 김윤희의 손을 잡고 나간다.

밖으로 나온 이선준은 김윤희에게 자리를 피해주겠다는 건 무슨 뜻이냐고 따진다. 김윤희가 지금만으로도 충분하고 단 한 번도 우리 앞날 같은 건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하자 이선준은 지금까지 쭉 머리가 터지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지금부터 열심히 진지하게 생각하라고 얘기한다. 이선준이 김윤희를 포옹하며 키스를 하려고 시도하지만 갓이 방해되어서 못한다.

걸오와 여림을 만나러 두레박에 올라 타 손잡이를 돌리는데 두레박이 덜컹거리는 바람에 김윤희가 이선준에게 안기고 이선준은 김윤희 몰래 사왔던 반지를 끼워주며 갓 끈을 풀고 키스를 하게 된다. 그리고는 '성균관을 나가면 끝이라고 했나? 끝 같은 건 없어 내가 매일 매일 다시 시작할테니까'라고 말하는데 옆에서 걸오와 여림이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금등지사를 찾다 숨긴 김승헌과 문영신의 배후가 좌상대감 이선준의 아버지라는 얘기다.

이선준은 김윤희에 대한 마음을 명확하게 표현했고 너무나도 확고하다. 김윤희와의 애정라인에 있어서 이선준이 답답하다는 의견들도 많았던 것 같은데 이선준이 답답한게 아니라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김윤희가 남자의 마음을 홀리는데 타고난 재주를 가진 구미호이기 때문이다. 이선준이 김윤희에게 반지를 주면서 '날 정신 못차리게 하는데는 아무튼 타고난 재주를 지녔어'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면 이선준도 이제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구용하는 진작에 알아 본 것이기는 하지만 여우같은 마누라와는 살아도 곰같은 마누라와는 못 산다고 곰같은 이선준에겐 여우같은 김윤희가 천생배필일 수도 있겠다.



이선준은 존경각에서 서책 사이에 색인용 쪽지로 김윤희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한방에서 김윤희의 손을 꼭 잡고 날밤을 지새기도 하는데 이불로 금 그어놓고 넘어오지 말라던 그 이선준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이렇게 이들은 애틋하게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지만 생각보다 빨리 암초에 부딪히게 되었다. 김윤희와 이선준은 김윤희의 아비인 김승헌의 사망 사건 배후에 이선준의 아비인 좌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둘 사이의 문제는 상기한 것처럼 김윤희가 이 엄청난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달렸다. 이선준의 다음 행보가 어떠할지는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둘 사이의 미래를 결정할 열쇠는 좌상이 쥐고 있다. 아래의 이미지는 15강에서인가 나왔던 장면을 캡쳐한 것인데 이런 소품들의 신뢰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스토리 전개가 꼭 뜬금없이 진행되어 왔던 터라 언급할만한가 판단할 수 없어서 보류해두었던 것인데 17강을 본 후에는 언급해보고 싶어졌다. 이미지는 김윤식에 대한 기록으로서 좌상이 성균관 대사성으로부터 전해받은 것이다. 장치기 대회에서 이선준이 김윤희를 대신해 하인수의 장을 맞고 쓰러지자 좌상이 대사성을 찾아 가 요구했던 것인데 이선준이 하효은과의 혼담을 깨던 날 김윤희가 찾아와 만났던 사실을 알고는 다시 꺼내 본 것이다.

이미지의 내용이 왜 문제인가 하면 기록된 김윤식의 신상정보가 김윤희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신장은 7척 반이요 체중은 이십오로만 나와 있는데 아마도 25관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그 당시의 도량형을 정확히 알 수는 없겠는데 이 정도면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 정도의 외향이라 할만하다. 자그마하고 여리여리한 김윤희의 신상정보로 보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 그리고 특기 사항에 기재되어 있는 하우족본 우수불통이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는데 신상정보라는 것에 착안하여 추론한다면 오른잡이 왼잡이를 기재하기 위함이고 오른잡이이긴 하나 오른손의 움직임이 원활치 않으며 발은 오른잡이이다 정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미지의 내용이 기재연도부터가 정확치 않고 드라마에 나오는 김윤식이 병약하기는 하나 신체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기에 터무니없는 소품의 연장선에서 봐도 무방할 정도로 특별히 고려할만한 내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기에 기재된 내용이 성균관 대사성이 김윤희를 보고 기재한 것인지 아니면 청금록과 같은 공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김윤식에 대한 내용을 단지 필사해서 준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무엇보다 이 기재내용이 김윤희와 확연히 차이가 나는 거라면 왜 아무도 이 신상정보에 착안하여 김윤희가 김윤식이 아님을 알아채는 이가 없었는지도 의아하다.



그런데 신상정보의 내용을 정확히 어떻게 봐야할지는 불분명하더라도 이 신상정보를 좌상이 갖고 있다는 것은 문제를 좀 복잡하게 할 수 있다. 성균관 장의인 하인수도 구용하의 호구조사를 지시하는데 좌상이 악연으로 엮인 김승헌의 자식인 김윤식에 대한 호구조사를 하지 않았을 것 같지는 않다. 김윤희로 인해서 장손인 이선준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또는 금등지사를 찾기 위해 정조가 직접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뭔가 대책을 강구할 필요성을 틀림없이 느꼈을 것이다.

상대의 수를 알아야 대응수를 둘 수 있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수를 복기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금등지사를 찾는 정조의 수를 복기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던 좌상에게 뜻밖에도 김승헌의 자식인 김윤희가 나타났다. 이것은 좌상에게는 호재이나 이선준이 김윤희와 엮이고 있다는 것은 좌상의 결정을 좀 어렵게 할 수도 있다.

만약에 좌상이 김윤희가 실제로는 김윤식이 아니라 남장한 여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정조가 금등지사를 찾는 일을 당장 그만두라고 요구할 수도 있는 훌륭한 패다. 지엄한 국법과 추상같은 강상의 도를 임금이 직접 어기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정조를 폐위한다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당시로서는 거의 경천동지할만한 엄청난 사건인 것이다. 조선은 군왕의 나라가 아니라 사대부의 나라라는 신념을 가진 것이 좌상이지만 문제는 이선준이 김윤희와 얽혀 있기에 결정이 쉽지는 않다.

위 이미지의 내용이 과연 신빙성이 있는건지 그래서 좌상이 위와 같은 패를 대응수로 준비해두고 있는지 등은 방송을 봐야 알 일이다. 또한 좌상은 정조의 수를 어디까지 복기하고 있는지, 이선준에게 직접 금등지사를 찾으라는 밀명을 내렸다는 수까지 복기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이선준을 어떻게 단념시킬 것인지 등도 역시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아니면 좌상이 시파로 신념을 변경한다는 것으로 결판을 내는 뜬금없는 장면으로 드라마의 유일한 일관성을 이어갈지도 역시 궁금해진다.

김승헌이 정조에게 남긴 사직상소문에 나오는 '成人才之未就 均風俗之不齊'는 성균관의 건학 이념으로서 성균관의 성균(成均)은 바로 이 두 문장의 머리글자를 따온 것이다. 금등지사를 찾는 암호문인 이 사직상소문도 정말 어이없게 만드는 장면이다. 소품을 관리하는 자들은 그 이유를 알텐데 도대체 이런 소품 관리를 누가 하는지 책임 PD가 검수도 하지 않는지 어이없다. 이게 뭐 검수를 엉망으로 해서 불량품이 뒤섞인 창고 안에 명품들만 가득하다고 선전하는 꼴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두레박이 고장 났다고 '청국제(淸國製)는 꼭 티가 난다니까'라고 티내면서 중국제품을 비하하기 전에 먼저 소품으로 등장하는 한자 하나부터라도 신경써서 제작하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