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주알 고주알/시사현장 사회

담배값과 커피값은 무슨 상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5일 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담뱃값은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커피 한 잔에도 못 미치는 낮은 가격"이므로 담뱃값을 인상해야 한다는 그야말로 궤변을 늘어놓았다. 담뱃값을 인상해야 할 요인과 필요성이 발생했다면 담배값을 올리는 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담배값과 커피값 사이에는 도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기에 담배값이 커피값보다 낮으니 담배값을 올려야한다는 논거를 들이대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발상이 한심하고 어이가 없다.

담배 한 갑의 가격은 대부분의 제품이 2,500원이다. 커피전문점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커피 한 잔의 가격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겠는데 약 5,000원 정도라고 가정해보자. 형식적으로 본다면 커피값이 담배값보다 높다는 진수희의 말은 맞다. 그런데 이 둘의 가격을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완전히 넌센스이고 그럴만한 논거를 진수희 본인이 제시해야 할 것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9.7%가 커피전문점을 일주일에 1회 이용하며 1개월에 1회가 18.6%, 2~3주에 1회가 16.4%라고 한다. 1주일에 4~5회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2.5%, 거의 매일 간다는 응답자도 0.9%로 나왔다. 그런데 흡연자들은 매일 담배를 피워야 하고 하루에만 두세 갑 이상을 피우는 흡연자들도 많다. 이 간단한 조사결과만 가지고도 담배값과 커피값은 단순히 비교할만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둘 사이에는 공교롭게도 공통점이 있다. 커피전문점을 찾는 소비자들 중 90% 이상은 커피전문점 커피값이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다면 흡연자들의 대부분 역시도 담배값이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면 커피값이 너무 비싸서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 커피값이 담배값보다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되어 있으니 커피값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인가?

커피값에서 세금이 약 500원 정도라고 한다면 담배값에는 세금만 무려 1,500원이 포함되어 있다.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가격의 차이는 두 배로 커피값이 더 비싸지만 국가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의 차이만 본다면 담배값이 세 배는 더 많다는 얘기다. 만약에 담배값을 인상한다면 인상되는 만큼은 모두가 세금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세수나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담배값을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는 진수희의 말은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진수희 장관이 커피값을 예로 들었다는 것은 아마도 담배값을 최소한 5,000원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얘기 같은데 이렇게 되면 담배 한 갑으로 거둬들이는 세금은 총 4,000원이 된다. 추가되는 세금 2,500원에 해당하는 만큼 늘어난 세수를 어디에 사용할지 용처는 정해져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세금부터 거둬 놓은 다음에 이 눈 먼 돈으로 공무원들 술잔치 벌이면서 아니면 그린피로 지불하고 그린 위에서 논의해 볼 생각인가.

담배값을 인상한다면 흡연율이 낮아질거라는 근거없는 확신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실은 감세 등으로 부족해진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담배값을 인상하려는 것이면서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는 입에 발린 소리를 늘어놓을 필요는 없다. 그토록 국민건강을 위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오는 정책이라면 담배 가격 인상이 아니라 담배를 마약류 등으로 지정해서 근본적으로 판매 금지 조치를 취하는 게 맞다.

흡연자들을 봉으로 삼아 이런 터무니없는 논거를 들이대서 여론몰이나 하는 자리가 장관이라면 장관 누군들 못하겠나. 더군다나 한국담배소비자협회에 따르면 정부에서 내놓은 '남성흡연율 42.6% 통계는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정확하지도 않은 통계의 수치와 황당한 논거를 들이대면서 애꿎은 흡연자들을 걸고 넘어지면서 여론몰이를 하는 짓은 참으로 볼썽사납다.

그래도 한국사회의 지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자리에 앉아서 이런 터무니없는 논거를 들이대면 수치스러울 것 같은데 그 자리에 앉으면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흡연율을 낮추는게 진정한 목표라면 단순히 담배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단순한 발상만 내놓을 게 아니라 그 자리에 걸맞는 보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내라. 혼자 머리로 안 된다면 그 부하직원들의 브레인 스토밍을 해서라도 말이다. 부하직원들 중에는 장관보다 우수한 브레인들도 많을텐데 그들에게 담배값이나 커피값을 조사하는 단순한 일들만 맡기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 아닌가.

"담뱃값은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커피 한 잔에도 못 미치는 낮은 가격"이므로 담뱃값을 인상해야 한다는 진수희 장관의 말은 돼지가 네 발로 기어다니고 버스도 네 바퀴로 기어다니므로 돼지와 버스가 같다고 주장하는 것 만큼이나 어처구니가 없는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