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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시사현장 사회

여대생 사망설 광고 낸 대학생 모금액 일부 유흥비 횡령 논란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서 '청년의 눈빛되어'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광주의 모 대학 단과대 학생회장인 김모씨가 '시위 여대생 사망설'이 허위로 밝혀진 뒤에도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광고를 한겨레신문에 내고 허위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체포됐었다. 그런데 김모씨가 네티즌들로부터 광고비로 모금한 돈 일부를 유흥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했다고 4일 경찰이 밝혀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경찰의 발표와 김모씨가 아고라에 올린 해명글을 토대로 사건을 사안별로 정리해 보았다.

여타 언론에 보도된 경찰측의 발표에 의하면 김모씨가 불구속 입건된 혐의는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및 횡령 등으로 나와 있다.

1. 횡령에 해당되는가의 여부

경찰에 따르면 "김모씨는 1천900여만원을 모금해 이 중 1천400여만원을 신문광고비로 집행하고 나머지 500여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자신의 신용카드 계좌로 이체시켜 이 돈의 일부를 안마시술소와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에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모씨는 "개인 신용카드로 술을 마신 적은 있지만 모금한 돈을 유흥비로 사용한 적은 없다. 돈을 일부 쓴 것은 맞지만 광고비가 남았다는 사실을 인터넷 카페에 공지했고 2차 광고에 사용한다고 다 알렸다"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이 기사로 미루어 추정해보면 김모씨는 모금한 돈의 일부를 임의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일단 먼저 사용하고 나중에 이 금액을 충당하면 문제가 없을거라 생각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라면 횡령에 해당된다는 것이 판례인 것 같다.

그런데 김모씨의 해명을 보면 유흥비로 사용한 돈은 모금액에서 사용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모금액 중 일부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은 맞지만 유흥비로 사용했다는 식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김모씨의 해명에 따르면 예고한 광고가 집행된 후 남은 돈을 공개하고 차후 용처를 논의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도 횡령의 구성요건인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남는다. 이런 경우의 판례까지는 찾을 수 없지만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인정할 수 없을 것 같다. 하나 법률적인 판단은 다를 수 있다.

김모씨가 모금된 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옮긴 것은 미숙하고 어설픈 실수였고 경찰은 이 부분에 촛점을 맞춘듯하나 법원의 판결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본다.

2.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여부

경찰이 김모씨를 동법 위반으로 입건한 사유는 "포항에서 토막 난 여성 시신이 손가락이 잘려 지문 인식도 안된 채 발견됐다"며 마치 여대생 사망설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지난달 8일 청년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 허위의 사실이었다는 것으로 보인다.

여대생 사망설은 허위의 사실로 알려지고 있고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므로 판단을 할 수 없겠으나 설사 여대생 사망설이 사실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김모씨가 올린 글이 여대생 사망설과 관련이 없다면 김모씨의 경우 동법 위반은 피할 수 없다.

김모씨가 여대생 사망설을 밝히려 했던 것인지 경찰의 발표대로 이를 이용하려 했던 것인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겠으나 한 청년의 미숙한 행동과 어떻게든 사망설을 밝혀보겠다는 지나친 과욕이 불러 온 사건으로 보인다. 결국 그 청년의 의도와는 달리 자신의 미숙한 행동으로 인해서 그가 의도했던 모든 것의 본질이 덮여버리는 최악의 결과가 될지도 모르겠다.

3.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

김모씨의 경우 동법 위반을 적용하기는 경찰로서도 애매했던 모양이다. 경찰측의 발표를 보면 물론 입건사유에 동법 위반도 포함시켰겠지만 표면상으로는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및 횡령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는 것인데 이를 보고 미루어 짐작한 것이긴 하다.

동법 제4조 ①항에 보면 1천만원 이상의 금액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자는 기부금품의 모집등록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동 조항은 종전에는 모집금액이 3억원(서울시 5억원)을 초과할 경우 행자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했던 허가제였는데 10억원을 초과할 경우에만 행자부장관의 등록을 받도록 하고, 그 이하는 시·도지사에게 등록하도록 하는 등록제로 변경되었다.

또한 동법의 목적도 기부금품의 무분별한 모집 규제에서 성숙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건전한 기부금품모집 제도의 정착으로 규정하고 있다. 청년이 금품의 모금을 강요한 적도 없으므로 동법 위반으로 입건하기엔 경찰도 애매하다고 생각한게 아니었을까 추정해본다.

4. 김모씨가 유흥 장소에 간 것이 죄가 될 수는 없다.

그것이 죄가 된다면 돈 많은 자들이 해외 원정 성매매 관광을 떠나는 것은 사형보다 더 중한 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이 부분만을 물고 늘어지는 자들은 과연 얼마나 깨끗한지 스스로 반성해 볼 일이다.

물론 김모씨가 모금액의 일부를 유흥비로 사용했다는게 사실이라면 윤리적, 도덕적인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5. 김모씨의 사건과 관련한 각 언론들의 보도내용을 보면 본질인 허위사실 유포보다는 엉뚱하게 김모씨가 모금액을 모두 엉뚱한 곳에 쓴 사실 위주로 되어 있다. 김모씨가 모금액을 모두 유흥비로 탕진했다는 식의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해서 김모씨의 도덕성과 인격을 훼손하기 위해 다분히 악의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모씨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고 이를 촛불의 부도덕성과 연관지어서 일반인들에겐 촛불의 당위성을 왜곡, 희석시키고 촛불시민들끼리의 분열을 시도하려는 비열한 의도로 보인다.

6. 하지만 촛불시민은 이번 일로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김모씨가 미숙한 행동으로 오해를 사기는 했으나 그에게 악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순 없고 아직은 경찰측의 발표에 따른 것일 뿐 이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온 상태도 아니다.

음주 상태에서 차량을 몰고 촛불시위대를 향해 돌진한 범죄자의 경우는 일방적으로 불구속 수사를 결정한 경찰의 언론플레이에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다.

애초에 촛불을 들었던것은 MB 정부의 계속되는 거짓말과 실정에 기인한 것이었지 그 청년 때문이 아니었다. 그 청년은 그저 촛불참가자 중의 한사람일 뿐이다. 최초에 촛불을 들었던 그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면 된다. 그것이 이 사건과 관련해서 촛불시민들이 할 일이다.

7. 오늘자 조선일보는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광주은행 A 계좌를 모금용으로 내걸고 7월 8일부터 18일까지 1926만원의 성금을 받았다. 김씨는 모금 계좌에 돈이 쌓이기 시작하자 7월 11일 그 계좌에서 20만원을 인출한 것을 시작으로 거의 하루 걸러 한 번꼴로 10만~40만원씩 틈틈이 돈을 빼내 총 180만원을 인출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는 개인적으로 인출해 사용한 180만원과 별도로, 모금액 중 300만원을 자신의 신용카드 대금을 결제하는 B계좌로 이체한 사실도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 사이 김씨는 유흥주점과 안마시술소, 나이트클럽을 드나들며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일도 잦았다. 7월 11일 유흥주점에서 9만원을 카드로 결제한 것을 시작으로, 13일 나이트클럽에서 5만원, 14일과 15일 술값으로 16만7000원, 20일 백화점에서 옷값으로 15만여원, 22일 모텔비 3만5000원, 25일에는 안마시술소에서 18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대신 7월 15일 100만원을 B계좌로 이체했다. 이날은 신용카드 대금 73만원을 결제하는 날이었다. B계좌에는 30만원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7월 24일에는 다시 B계좌에 200만원을 이체했다.

김모씨와 경찰 둘 중에 하나는 거짓을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이나 먼저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선행되어야 많은 시민들이 납득하게 될 것이다. 어설프게 수사하고 결과가 발표된다면 오히려 여대생 사망설에 대한 의혹만 부풀리게 될 것이다.



PS ; 이 글을 아고라에 올렸다가 자칭 토론의 성지이고 집단지성이라는 아고라인들의 삭제하라는 압력에 굴복했다. 그들의 의견은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이고 이런 글은 아예 보지도 않을 것이고 아고라 토론마당에 존재해서도 안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인 것 같다.

사실 이 글은 4일 오후에 해당 기사가 뜨면서 아고라에 글다운 글이 올라오지 않기에 기사를 토대로 재구성해서 정리해 올렸었던 글이다. 그러다가 김모씨의 해명글을 5일 새벽에 보게 되었고 그의 해명글을 덧붙여서 다시 재구성한 후 원글은 삭제하고 올렸던 것이다. 올리고 금방 글이 묻혀버렸는데 이 글이 서너시간이 지난 후에 느닷없이 베스트로 올라갔다. 그 사유는 나도 모르겠고 당황스러운 것은 나도 매한가지다. 글 내용을 떠나서 어떻게 된 사연인지가 나도 궁금하다. 그러나 이게 삭제압력을 받아야 될 정도의 글인지는 더더욱 황당할 뿐이다. 그토록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며 인터넷 규제를 반대해왔던 자칭 아고라인들이었기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그들이 말하는 표현의 자유란 그들의 입맛에 맞는 글로만 채워져야 한다는 것인가?

뭘 모르시면 지레짐작 추측 온갖 어설픈 법문구 들이대서
일개 나부랭이 기자들글 보고 함부로 논하지 마시라구요

무엇보다 자삭하라는 글과 함께 올라온 이 댓글은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물론 일부의 아고라인들의 의견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글은 알바보다 더 악랄하다는 그 댓글은 나같은 사람에겐 정말 치욕적이었다. 차라리 알바로 몰아세웠다면 기분이 덜 상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알바라 칭하는 자들의 저급한 글들과 도대체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토론의 성지 아고라요 그들이 말하는 집단지성이라면 더이상 할 말은 없다.

토요일마다 서울광장 청계광장으로 달려갔었던 사람으로서, 동네에서 촛불집회하시는 분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해 음료나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줘야 맘이 편했던 사람으로서 오늘 겪었던 일은 그동안 내가 마치 악몽을 꾸었던 것 같다.

여대생 사망설의 경우만해도 초기에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아고라가 그들을 몰아내버렸다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리고는 자칭 아고라인이라는 그들은 어쩌면 자멸의 길이 될지도 모르는 그 한 곳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간다.

아고라인이라 칭하는 그들은 이런 글이 올라오는게 아고라가 자멸하는 길이라 믿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그러한 배타적인 생각과 행동이 아고라를 자멸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을 어떤 말로 얘기해줘도 그들은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 스스로가 아고라에서 하나둘씩 이탈자를 늘려가고 촛불시위 대열에서 하나둘씩 이탈시켜 나가고 있다는 것은 모르면서 왜 참여자가 줄어드는지에 대한 분석이나 반성은 절대로 하지 않으려는 것일까?

제 상처 스스로 감싸기에 급급해서 이런 글조차도 알바의 글 정도로 매도하는 자칭 아고라인들의 행태와 현재 권력의 행태가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어떤 언행을 해도 그들은 절대선일수밖에 없고 그들은 절대로 오류가 없다고 단정짓는 그들의 터무니없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결국 극우 보수의 술수가 통하고야 말 것인가? 조중동은 조금씩 그들 지지층을 단결시켜 나가고 세력을 키우고 있는데 왜 그들은 이러한 사실은 절대로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까?

2008.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