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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의미있는 시도(試圖), 계속되야 한다

   
   
   
'1박2일 -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편을 보면 '1박2일'에는 소재고갈에 직면해 있다는 한계 외에도 멤버들이 프로그램에 집중할 수 없는 악재가 겹쳐서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굉장히 심각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 같다. 아마도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편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어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는 계기로 삼아보자는 몸부림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방송의 목적이 어디에 있든 '복불복 대축제'를 기점으로 시작된 '1박2일'의 시도는 대단히 의미가 크다고 생각되고 '1박2일'이 각종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시도는 계속되야 한다고 본다.

2주 전에 '강한남자특집, 오프로드 여행' 편 방송이 나간 후 조작된 방송이라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조작된 것이라는 의견도 그 나름대로는 일리가 없지는 않다고 보는데 꼭 그렇게만 볼 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여러 번의 우연이 겹쳤던 것이 오히려 의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상황이 되었던 것 같은데 '1박2일' 멤버들의 연기력이 그렇게까지 우수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물론 이 방송에서 연출된 장면이 전혀 없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방송의 특성상 완전한 리얼리티로 방송을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다큐멘터리일지라도 어느 정도의 연출된 장면은 등장한다.

그러므로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어느 하나를 꼬투리 잡아서 방송 전체의 리얼리티를 문제 삼는 태도에 동의하기는 힘들다.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방송에서 리얼리티가 완전히 훼손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방송의 핵심 부분이 조작되고 연출된 경우여야 한다고 본다. 가령 예를 들자면 특정 방송에서 미리 고기를 낚시에 끼워 놓고서는 마치 직접 고기를 잡은듯이 연출하고 출연자들이 그에 맞춰 연기를 함으로써 시청자를 감쪽같이 속이려고 하는 경우이다.



약간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만약에 '남자의 자격 - 전투기 체험'편에서 김성민과 김국진이 실제로는 전투기에 탑승하지 않았으면서 마치 실제로 탑승했던 것처럼 연출하고 그에 맞춰 연기를 했던 것이었다고 가정하는 경우이다. 리얼리티를 표방했던 방송이 이렇게까지 조작한 것이라면 이것은 시청자를 완전히 속인 것이었으므로 어떤 비난을 쏟아내도 무방하고 프로그램을 폐지하는게 당연하다. 이것은 편의상 가정한 것으로 김성민과 김국진은 실제로 전투기에 탑승했었으니 오해는 금물이다.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 필요할 경우 어느 정도는 연출을 한다고 봐야 될 것 같은데 그런 지엽적인 부분들까지 꼬투리로 삼아 방송 전체의 리얼리티가 훼손되었다고 지나치게 비난하는 것은 좀 과도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렇다고 방송에서 연출되었다는 정황을 잡아 내 지적하는 의견이 완전히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의견들이 존재해야 완전히 조작된 방송으로 시청자들을 속이려 할 지도 모르는 제작진들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을 것이고 그를 통해 더 좋은 방송을 시청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기한 바와 같이 '1박2일 -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편은 몇 가지 목적을 갖고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복불복 대축제'로부터 시작된 '1박2일'의 이러한 시도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1박2일'이 고갈되어 가는 소재에서 생기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극행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만큼이나 최근의 시도에서 보이는 색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강한남자특집 편에서와 같은 비난을 받더라도 이러한 시도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시청자를 속일수도 있다는 오만함은 버려야 한다. 한 두 번은 속일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들키게 될 것이고 그것은 곧 프로그램 존폐의 문제로 직결될 것이다.

이번 주 방송은 전체적으로 예능보다는 다큐멘터리에 치우친 감이 있는데 그런 중에서도 방송 초반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높이 살 만하다. 제작진은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코스는 다섯개인데 멤버는 여섯이므로 가장 긴 코스를 걸어야 하는 멤버를 결정해야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가장 긴 코스를 가게 될 멤버에게는 혜택이 있다고 함으로써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멤버들의 무기명 추천에서 강호동과 은지원이 동률을 기록해서 게임을 통해 강호동이 결정되었고 제작진들이 준다는 혜택에 기대를 걸었지만 제작진이 준비한 혜택이란건 '가장 긴 코스를 가는 사람은 같이 완주할 수 있는 동행인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결국 강호동과 은지원이 가장 긴 코스를 가게 되었다.



강호동과 은지원은 장비선택에서 헬기를 선택했고 상황마을의 다랭이 논 풍경을 담은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 땀 흘리며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장비선택 우선권을 가진 강호동이 강찬희 감독을 선택하는게 가장 낫다는 것을 모를 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욕을 먹어도 강호동이 먹는게 낫다는 이유로 강호동이 헬기를 선택해야 한다'는 이수근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은지원이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거들고 나섬으로써 강호동은 헬기를 선택했다. 그리고는 예능감을 좀 배우라며 김종민에게 강찬희 감독을 추천하는 배려를 해주었다. 멤버들을 대신해서 욕을 먹는 것을 감수하고 타 멤버들을 챙기는 등 강호동은 개인보다는 방송 전체를 생각할 줄 아는 '1박2일'의 대들보라 할 만하다.

'1박2일 -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편과 같은 다큐멘터리 형식은 한 번은 시도해 볼 만은 하고 또 이번 방송에 국한된 것이겠지만 그 이상은 무리일 것으로 보인다. 다큐멘터리가 재미 없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현재 한국에서의 지배적인 인식이고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져나오지 않으면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살아남기는 힘들다고 봐야 한다. 그래도 이처럼 색다른 시도는 대단히 의미가 크고 앞으로도 계속되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왕이면 '1박2일'이 그동안 유지해 왔던 전체적인 포맷과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시도라면 더 좋을 것이다.

이번의 '1박2일 -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편에서 인상적인 것은 멤버들을 서로 흩어 놓으니 개개인이 웃음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1박2일'은 역시 멤버들이 서로 어울려서 그동안 쌓아 온 찰떡 호흡과 여기에 제작진들과의 호흡이 더해져야만 제격인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 특히 김종민은 이번 여행을 통해서 이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1박2일 - 복불복 대축제' 편의 제목을 보기 위해 홈페이지에 들렀다가 눈에 거슬리는게 있어서 언급해야겠다. 캡쳐된 이미지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빨간 테두리 안에 있는 '땡깡'이라는 단어는 쓰지 말아야 될 것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이라면 프로그램의 내용 뿐만 아니라 바른 말을 사용해야 한다는데 대해서도 사명감을 갖고 신경을 쓴다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