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보상자 보기/드라마투르기

'여우누이뎐' 최악의 막장드라마

   
   
   
이전 글에 달린 댓글 중에 드라마 '여우누이뎐'의 시놉시스에 대해 언급해놓은 것이 있었는데 그 댓글을 보고 나니 드라마 '여우누이뎐'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이 드라마는 애초에 시청할만한 가치조차도 전혀 없는 것이었다. 작가들이 그러한 시놉시스를 준비해놓고 시나리오를 쓴 것이었다면 '새로운 구미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은 참으로 우습다.

이전 글의 댓글에 언급된 시놉시스대로라면 드라마 '여우누이뎐'은 새로운 구미호 이야기를 만들어냈던게 아니라 근친상간에서부터 온갖 추잡한 잡동사니들은 다 끌어모아서 두서없이 대충 나열해놓은 것에 불과했다. 작가들이 말하는 '구미호와 인간이 십년을 살았는데 아이가 없었을까?'란 발상은 시놉시스를 전제하고 본다면 차마 언급하기조차 껄끄러운 추잡한 어떤 것을 염두에 두었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그 어떤 것은 드라마 여기저기에 흩어 놓은 온갖 추잡한 것들을 모두 다 합한 것보다 훨씬 더 추잡한 것으로 도무지 상상할 가치조차도 없는 그런 것이다.

고작 그런 시놉시스를 준비해 둔 것이었다면 만신은 처음부터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철저한 계산하에 숨겨두었던 것이었고, 이 무더운 여름날 연기자들을 산 속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게 만들며 지루하게 반복되는 추격장면만으로 몇 회 분량을 채워왔던 것은 그저 방송분량 채우기에만 급급했던 것으로써 아무런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구미호가 윤두수나 양부인의 목을 조른다든가 식칼을 들고 다닌다든가 등등의 드라마에 등장했었던 갖가지 말도 안되는 웃기는 장면들도 역시나 방송분량 채우기였을 뿐이었다. 시놉시스대로라면 윤두수는 이미 사악하고 죄많은 인간으로서 손색이 없다. 그런데도 마치 윤두수가 반드시 연이를 죽여야 사악하고 죄많은 인간이 된다는듯이 지루하게 스토리를 끌어왔던 이유가 오로지 방송분량을 채울 목적이었을 뿐이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클로즈업된 장면을 캡쳐해서 이 드라마가 얼마나 추잡스런 것들의 집합체였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으나 내가 보기가 불쾌해서라도 차마 클로즈업된 장면을 올리지는 못하겠다)

그리고 도대체 만신의 언행들이 사악함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건지 모르겠다. 만신의 언행들 중에 어느 정도는 사악해서 그랬다고 치더라도 구미호에게 웃기지도 않은 충고를 하는 것도 사악함이라고 우길텐가. 내가 보기엔 만신의 언행을 사악함과 연결지으면서 역스포일러를 흘리고 시청률 상승을 꿈꾸었던 작가들의 그 발상이 훨씬 더 사악해 보인다.

단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온갖 역스포일러는 다 흘리고, 이전의 내용은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이 모두 무시해버리고, 그 때부터는 그냥 아무거나 갖다 붙여도 다 얘기가 되는 그런 웃기는 상황을 만들어서 슬슬 짜증을 돋구고 오기로라도 결말을 보게 만드는 것은 막장드라마의 상용수법이다. 드라마 '여우누이뎐'이야말로 온갖 추잡한 것들은 모두 들어있는 고려의 가치조차 없는 '최악의 막장드라마'였고 절대로 제작되어서는 안 되었을 드라마였다.

그런 시놉시스를 갖고 있었으면서 무슨 딜레마적 상황, 부정과 모정, 인간의 집착과 탐욕, 소수자에 대한 애정 따위를 언급하다니 참으로 가당찮고 주제넘다. 드라마 '여우누이뎐'은 공포물도 아니고 서스펜스물도 아니다. 보고 나면 그냥 기분만 더러워지는 그런 부류에 속한다. 드라마 '여우누이뎐'보다 더 추잡한 막장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로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제작진들은 시청률 두 자릿수를 기록해서 자랑스러운가? 드라마를 시청해오면서 광고가 늘었다고 좋아해왔던 나는 수치스럽다. 갈기 위해 담아 둔 콩의 싹이 터서 잎이 무성해지는 줄도 모르고 콩이 잘 갈리고 있다며 어처구니도 없는 맷돌을 돌리고 있었을 내 꼴을 생각하니 말이다. 시놉시스를 보고 나니 이 드라마는 애초부터 시청할 가치가 전혀 없는 추잡한 것들의 집합체였을 뿐으로 드라마를 시청한다고 투자했던 시간이 아깝고 화가 난다. 차라리 시놉시스를 모르는게 더 나을 뻔했다.

이전 글에 어떤 분이 "만신이 망쳤다", "고작 이것밖에"는 좀 지나치지 않은가하는 의견을 남겼는데 시놉시스를 보고 나니 내가 내렸던 이 두 마디의 평가는 오히려 후했던 것 같다. 드라마 '여우누이뎐'은 평가의 가치는 커녕 시청의 가치조차도 없는 최악의 막장드라마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