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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시사현장 사회

미네르바는 프로메테우스인가, 트로이목마인가.

나는 사실 경제에 대해서 잘 모른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경제에 대한 관념이 별로 없다. 도시락이니 연기군이니 하는 말조차도 아고라에 들락거리면서 알게 된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 당연히 미네르바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고 워낙 유명하니 닉은 알고 있는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입막음을 시도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고 미네르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어서 그의 글을 일부 읽어보았고 만약을 대비해 나머니 글 모두를 별도로 스크랩해 두었다.

시사360 얘네들이 허위의 사실을 끼워 넣은 유언비어를 방송한 것을 보고 나서 나는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미네르바는 과연 프로메테우스인가? 아니면 트로이목마인가?

미네르바는 대단한 정보력과 분석력을 지녔다. 정보의 핵심에 근접하지 않았다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정보를 그는 끄집어내서 알려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경제전문가라고 해도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넘쳐나는 정보들 중에서 꼭 필요한 것을 끄집어내서 말을 하기란 쉽지 않은데 미네르바는 그것을 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한 미네르바는 글 여기저기에서 '침묵은 금'이라며 '닥치고 각자 알아서 살 길 찾을 준비해'라는 메세지를 던져 주고 있다. 그리고 자신은 2진 데이터로만 존재하게 내버려달라며 돌연 경제 관련 얘기에 대한 침묵을 선언하더니 신동아에 기고를 해서 그동안 금기시해 오던 '노란토끼'에 대해 언급을 했다.

미네르바는 과연 프로메테우스인가? 아니면 트로이목마인가?

그가 트로이목마라면 다수의 네티즌들은 철저히 농락당하고 있는 것이고 무력한 서민들은 이제 철저히 유린당할 준비나 해두는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그가 트로이목마라면 리만 브라더스의 대가리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계략이고 지금 이 모든 상황은 미네르바가 써놓은 각본대로 가고 있는 것일 것이다.

그가 프로메테우스라면 그는 우리들에게 불을 되돌려주려고 하였고 더 나아가 제우스의 심장을 향해 칼을 겨눈 셈이다. 그가 만약에 프로메테우스라면 우리는 판도라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소한 판도라의 상자만은 열지 말아야 한다. 그와 더불어 우리에게 던져진 숙제는 우리 모두가 헤라클레스가 되어서 미네르바를 지켜내는 일이다.

<신으로부터 불을 훔쳐 인류에게 선사했던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의 자랑이라면 부자들로부터 재산을 훔쳐 민중에게 선사했던 나 또한 민중의 자랑이다.>

김남주 시인이 <나 자신을 노래한다>는 시의 대전제로 언급한 것이다. 나같은 힘없는 소시민들의 자랑이 되어 줄 이 시대의 깨어 있는 지식인들을 기다려본다.

2008.11.1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