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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시사현장 사회

천안함 사건 불신 키우는 전문가, 방송, 언론들

천안함이 침몰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음에도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 속시원히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직까지 확인된 팩트는 없는데도 국내에서는 천암함 침몰 원인보다는 단지 이 사건에 북한이 연루되었는가의 여부를 놓고 서로 편을 갈라 싸우고 있다. 침몰 당시부터 시작된 이 싸움은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다. 침몰한 군함을 수중에서 찾아내는데에만 3일이 걸렸는데 북한이 연루되었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안다는 것인지, 천암함이 침몰한 실제의 원인보다는 단지 북한이 연루되었는가의 여부에만 관심이 있는 이 싸움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천암함 침몰에 북한이 연루되었는가를 놓고 편을 가르고 싸움을 부추긴 것은 조선일보였으며 현재 조선일보는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제 날짜 사설에서는 김정일을 미치광이라 부르며 맹비난하고 있는데 그 논거를 보면 확인되지 않은 추정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그 사설을 읽어보면 조선일보가 욕하는 김정일의 발언이나 조선일보의 사설이나 저열(低劣)하기는 도긴개긴이다. 자칭 1등 신문이라는 언론사가 왜 확인된 팩트는 고려하지 않고 확인되지 않은 추정에만 근거해서 기사를 쓰고 확대재생산해내는지 한심하다.

아무리 지지해주고 싶어도 도대체 그럴 기회를 주지 않는 MB 정부지만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서는 합리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고 직후 지하 벙커에서 안보회의를 소집하고 북한 연루 정황은 확인할 수 없다고 공식 발표하고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밝히는 조사에 제 3 국까지 참여시키는 등 MB 정부의 대응은 대단히 적절하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에 이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황스러운데 또 다른 말바꾸기가 아니었으면 한다.

천안함이 두 동강 나 침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천안함의 수중 위치도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군사전문가라 자처하는 자들이 너도 나도 나서서 천안함 침몰 원인을 추정하느라 바빴다. 대한민국에 이렇게도 많은 군사전문가가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군사전문가가 이리도 많으면 든든해야 되는데 오히려 배가 산으로 가버릴 것 같아 걱정이었고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만 할 뿐이었다.

천안함 함미가 우여곡절 끝에 인양되자 군사전문가라 자처하는 자들은 보통 어뢰를 쏘면 두 발을 같이 쏜다는 말과 함께 함미 절단면을 보니 어뢰 두 발을 맞았다고 했다. 그런데 함미에서 파공을 찾지 못하자 다시 버블제트의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는데 천안함 생존자들은 하나같이 물기둥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그러자 함수를 인양해봐야 알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백령도 초병이 물기둥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있었으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었다.

함수가 인양되자 다시 어뢰 두 발을 맞았다고 주장하더니 이번에도 역시 파공을 찾지 못하자 또 다시 버블제트의 가능성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물기둥을 봤다는 증언이 없으니 이번에는 "(물기둥이) 옆으로 나갈 수도 있고 수중의 깊이 따라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며 "(버블제트 현상에) 반드시 물기둥이 수반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하고 있다. 함미가 인양되었을 때와는 달리 물기둥을 목격했다는 백령도 초병의 증언은 언급하지 않았고 버블제트란 직접 표현 대신 '비접촉 수중폭발'이라고 하고 있다. 물기둥이 옆으로 퍼지는데 천안함이 두 동강 날 수 있는 것인지 천안함의 절단면이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천안함이 침몰하고 함미와 함수가 인양되는 과정에서 군사전문가들의 발언은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기사화되었는데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될 지 난감하기만 하다.



한편 천안함 함미가 인양되면서 천안함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을 분석할 일부 파편들을 발견해 수거했다는 소식도 전해졌고 국방부 장관은 "천안함 침몰사건은 국가안보차원의 중대사태로 인식한다"고 말했는데 천안함 침몰에 북한이 연루되었다는 정부 차원의 공식 발언인가해서 신빙성을 부여해 봤지만 결국은 천안함의 파편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 이렇게 가벼우니 국방부나 정부의 발언에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도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 되는 것인지 민군합동조사단이 내놓을 조사 결과는 과연 믿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모든 건 확인된 팩트에 기반해야 한다고 보는 나도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서는 어떤 것도 믿기 어려울 것 같은데 천암함이 침몰한 실제의 원인보다는 단지 북한이 연루되었는가의 여부에만 관심이 있는 양 쪽의 사람들은 조사 결과를 믿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조사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고 호상간의 불신은 높아져 갈 것이다. 이러한 논란과 불신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사고 직후 갈팡질팡한 군 당국에 있고 군사전문가들의 확인되지 않은 추정을 서로 앞다투어 방송하고 기사로 써 내며 확대재생산한 방송과 언론들이 사고 원인에 대한 논란과 불신을 부추겼다고 할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를 보면 천안함 침몰 원인은 북한이 연루되었다는 증거를 찾아내 북한의 소행으로 몰고 가거나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계속 해결되지 않은 미스테리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천안함이 침몰한 직접적인 원인을 찾는 것인데 지금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북한이 연루되었다는 증거를 찾는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 같다는게 그렇게 추정하는 이유다. 확인된 팩트는 없음에도 북한이 연루되었다고 연일 블러핑을 쳐대면서 이득을 챙기려는 자들의 노림수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은 천안함이 침몰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을 찾아내서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에 집중되어야 한다. 여기에 만약 북한이 연루되었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그에 상응한 대응조치가 뒤따라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확인되지도 않은 팩트를 가지고 여론몰이를 하려고 하거나 추정에 입각한 군사전문가들을 내세워서 민군합동조사단이 내놓을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마저도 추락시킬 수 있는 지금의 행태는 어떻게봐도 비정상적이고 지양되어야 한다.


첨(添) ; 2010. 4. 28. 수. 18 : 00



이 글이 오늘 티스토리 메인에 올려졌네요.
이렇게 올려지니 나름 근사해 보이기도 합니다만 그만큼 부담감도 커지는게 사실이군요. ^^
글을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