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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시사현장 사회

강기갑의 죄목은 "공중부양 활극죄"

검찰이 언론플레이에 단단히 중독되어 버린 것 같다. 수사과정에서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리며 재미를 보더니 이젠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까지 언론을 통해 비난을 해대며 언론플레이 삼매경에 빠져 있다. 관전자로서 일련의 검찰의 행태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관전자로서 객관적으로 보기에 강기갑 무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일부의 주장대로 이념적으로 편향된 판결이라는 어떤 것도 찾을 수 없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 재판의 원고인 검찰이 자꾸 문제를 삼고 나서고 한나라당까지 가세하자 법원이 공식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는데 법원의 이러한 대응이 정당한 것임은 물론 그 내용에 대해서도 반박할 여지가 전혀 없다.

강기갑의 죄목은 "공중부양 활극죄"

강기갑 무죄는 공소 제기가 무리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일 뿐이다. 업무방해죄가 아니라 공중부양 활극죄(조선일보의 표현을 빌자면)로 기소를 했었다면 재판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공중부양 활극을 벌였으면 공중부양 활극죄로 기소를 했어야 함에도 공무수행 방해죄로 고소를 했으니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법원에서 임의로 공무수행 방해죄가 아닌 공중부양 활극죄에 해당되는지를 심리하거나 판단할 수는 없다. 공중부양 활극죄에 대해서 심리하고 판단하려면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해야 한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재판부가 "다른 죄목으로 공소장을 변경하라"며 힌트를 줬다는데 검찰은 이를 무시했던 것 같다. 검찰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언론의 보도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

강기갑의 무죄 판결은 예견된 일

강기갑에 대한 무죄 판결은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2008년 12월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와 관련해 법원이 '기물파손' 혐의만 인정하고 '공무방해'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2009. 11. 23). 당시 법원은 "국회법상 질서유지권이란 국회 업무 과정에서 소란행위가 발생할 때 질서를 확보하고자 발동하는 것인데, 소란행위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만으로 사전에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외통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이 적법하지 않게 이뤄졌기 때문에 이후 국회 경위의 공무를 방해한 것을 범법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무죄 판단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이러한 사전질서유지권은 국회법에도 없는 개념이어서 이후의 공권력 행사 자체가 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강기갑 무죄는 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한 것이 아니라 무리하게 법 적용을 하고 기소권을 남발했던 검찰의 잘못이다. 그랬던 검찰이 이제와서 "이런 게 무죄면 뭘 처벌하라는 말이냐"고 법원을 비난하는 것은 구차하게까지 보인다. 검찰은 반발이 아니라 자성이 필요한 것 같다. 정치권이나 일부 언론에서 법원을 개혁해야 한다고 억지를 쓰는데 객관적으로 보기에 개혁 대상은 법원이 아니라 검찰이다. 촛불 집회 이후에 무리한 기소를 계속해서 검찰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서 과연 적절한 공소권 행사였는지를 되돌아보는게 옳다고 본다.

검찰이나 정치권 그리고 일부 언론에서 법원을 비난하고 사법 개혁 운운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의 독립을 무시하겠다는 발상이고 도를 넘는 행위이다. 일부 보수 단체에서 해당 법관의 집에까지 찾아가서 소란을 피우고 급기야 해당판사의 신변보호조치까지 내려졌다는 것은 주권국가로서는 특히 법치를 표방한다는 국가로서는 창피한 일이다.

강기갑 무죄판결은 사필귀정의 의미도 있다

백원우 의원에게 검찰은 '장례 방해죄'를 적용했다. 검찰의 행위는 치졸하지만 아마도 '국가원수모독죄'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국가원수모독죄'로 기소하지 않았을까? 마찬가지로 검찰이 강기갑에게 공무집행 방해죄를 적용한 것은 '거리의 대통령'이라 불리던 강기갑의 의원직 상실을 노린 무리한 기소였다. 이미 법원에서 공무집행 방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있음에도 공소장 변경조차 하지 않고 버텼던 검찰의 속내를 그것 외에는 달리 추정할 길이 없다.

공당의 최고위원 회의에 난입해서 무작정 현수막을 철거하며 강제해산시키려하는 등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에 대해 항의한 강기갑이 무죄판결을 받은 것은 국회의 사전질서유지권은 부당한 공권력 행사였고 이렇게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항의는 공무집회 방해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준 사필귀정의 의미도 있다.

불법한 공무집행과 관련한 판례가 최근에(2009. 11. 13) 또 있었다. 임모씨가 모 경찰 지구대에서 교통사고 피해자로 조사를 받다 벌금 미납으로 지명수배된 사실이 드러나 검거되자 담당 경찰에게 주먹을 휘둘러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지만 '공무집행 방해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피고인에 대한 검거 절차에 대한 확인서가 없는 점에 비춰볼 때 피해자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적절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강기갑이 공중부양 활극을 벌였던 전후상황을 되짚어보면 강기갑 무죄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고 할 것이다.



법원의 판결을 둘러싸고 보수진영에서 나오는 일련의 반응들을 보면 법관의 이념적 편향성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이념이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다는 것을 자백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법원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 공세를 통해서 무리한 기소를 남발했던 검찰에 대한 비난과 검찰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데 있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는 치졸한 행태라고 할 것이다.

"법정에서 '공중부양'하면 그것도 무죄(無罪)라 할 건가" 이것은 조선일보의 사설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잡설(雜說)을 버젓이 사설이라고 내놓을수 있는지 의아하지만 이런 언론사가 국내 최고의 구독부수를 자랑한다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런 황당한 논리에 말려드는 독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는 의문이지만 이런 사설을 쓰는 논설위원들의 얼굴은 좀 화끈거리지 않았을까. 조선일보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워 독자들의 눈을 속이며 신뢰를 잃지 말고 강기갑 무죄판결에 대해 정확히 알리는게 독자들에 대한 책임이고 언론으로서의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