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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마야황후 '윤유선'의 사인을 갖게 된 사연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유명한 누군가에게 사인(autograph)을 받으려고 한 적이 없다. 물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유명인도 있고 사인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나 그 흔한 팬카페에도 가입하지 않았으며 그냥 혼자서 갖는 호감일 뿐이고 누군가에게 찾아가서 사인 좀 해주십사 부탁할 주변머리가 예나 지금이나 나에겐 없다.

그런데 지금 내 수중엔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마야황후로 열연중인 윤유선씨의 사인이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유명인의 사인인 셈인데 이 사인이 어떻게 내 수중에 들어오게 되었을까? 그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난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메타니 뭐니 별로 관심도 생각도 없었고 그저 내가 올려놓는 자료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끔씩 블로그에 자료를 올려 놓는 정도였다. 그러면서 다시 들르고 싶은 블로그가 있다면 이웃 추가를 하고는 했는데 답례 차원으로 이웃 추가를 하고 가시는 분들이 계셔서 내 블로그도 이웃이 조금씩 늘어났다.

그렇게 생겨난 이웃 블로거 중에 한 분이 어느 날 블로그에 사진을 한 장 올려 놓았다. 그 블로거의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었는데 네이버 포토 편집을 이용해서 흑백으로 그림을 그린 것처럼 흐리게 편집해서 올린 사진이었다.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블로그의 글을 읽다 보면 사진의 경우엔 특별한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면 대개 이미지만 훑고 지나가게 된다. 역시 그 사진도 그렇게 지나치며 마우스 볼을 굴렸다.


전문의들이 피부 기능 향상을 위해 만든 특허 기능성 화장품 전속 모델, 윤유선.

그 때 문득 지나간 이미지에 윤유선씨가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다시 마우스 볼을 굴려서 그 사진을 내려 놓고 보니 편집을 통해 사진의 원본 이미지를 그림을 그린 것처럼 많이 감추었지만 내 눈엔 윤유선씨가 확실해 보였다. 그리고 아래 글에 '유선이'라고 쓰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내 짐작으로는 윤유선씨가 확실해 보이지만 혹시 아닐 수도 있는데 직설적으로 물어 볼 수도 없고 해서 '혹시 윤유선씨? 흐릿하지만 이목구비가 똑같네요. 내 윤유선씨 팬인데 맞는지 궁금해요.'라고 문의를 했었다. 그런데 안 가르쳐 주시겠단다, 이런. >.,< 당시 네이버는 비밀 댓글이 지원되지 않았던 때여서 이번엔 방명록 비밀글을 이용해 ‘윤유선씨 맞죠?’라고 문의를 했더니 그 블로거의 친구이고 탤런트 윤유선씨가 맞다고 했다.


아쉽게 폐간된 드라마 전문 매거진 드라마틱, 윤유선.

그래서 '윤유선씨 팬인데 혹시 윤유선씨 사인 한 장 받아 줄 수 없겠냐'는 글을 남기고 왔다. 설마 사인을 받아 줄 거라는 기대를 했던 건 아니었고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의사를 표현했던 것이었는데 윤유선씨를 만나게 되면 꼭 받아 주시겠다는 거였다. 그래도 그 분도 역시 인사치레로 해보는 말일거라 생각했고 그대로 잊고 지냈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참 지난 어느 날 그 블로거께서 윤유선씨로부터 사인을 받았는데 어떻게 보내주면 좋겠냐고 물어 왔다. 그냥 가볍게 시작했던 것인데 문제가 너무 커져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공연히 그 블로거에게 부담을 주었던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기에 이미지로 스캔해서 보내 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자 먼저 이미지를 보내주고는 극구 사인 원본까지 보내주시겠다고 했다. 더 이상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고 그렇게 결국 그 사인 원본까지도 내 수중에 들어 오게 되었다.

물론 내 실명이 아닌 블로그 닉네임으로 된 사인이고 내가 직접 받은 사인도 아니니 윤유선씨가 나에게 해 준 사인이라고 해야 될 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나는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이웃 블로거님이 카메라로 찍어서 보내 준 윤유선씨의 사인(사이즈 축소)

이럴 줄 알았으면 실명으로 받아두는건데 이젠 블로그 닉네임을 바꾸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생겼다. 백두대간. 이 닉네임은 다음 메일에 처음 회원 가입할 때 만들어서 사용해 오고 있는 것인데 온전한 백두대간을 내 두 발로 종주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만들어 보았던 것이다. 이제 그 소망은 점점 더 희박해져 가지만 그래도 애착을 갖고 있는 닉네임이니 내 실명으로 받은 사인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참 갖가지 군상들을 만나게 되는데 블로그를 보면 특히 view에서 만나는 블로그를 보면 그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의 성정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상종조차 하기 싫은 자들도 참으로 많지만 그래도 좋은 분들이 더 많고 어느 새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블로거도 많이 늘었다.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블로그를 운영할지는 모르겠지만 소중한 분들을 더 많이 만났기에 지금까지 내가 블로그를 운영했던 게 꼭 시간 낭비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